흔들리는 오타니 '3G 연속 침묵+음모론', 로버츠 감독 긍정론 "미즈하라 부재→관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03.27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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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27일 LA 에인절스전을 앞두고 방망이를 체크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자신의 전 통역사의 논란에 대해 완전히 의구심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시범경기에서도 부진에 빠져 있다. 이날은 이적 후 처음으로 친정팀 안방을 찾아 팬들의 따뜻한 환대를 받았지만 좀처럼 타격감을 되찾지 못했다.

오타니는 27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 에인절스타디움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 2024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에 2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2타수 무안타 2삼진으로 고개를 숙였다.


에인절스 팬들은 다시 친정팀을 찾은 오타니를 따뜻하게 맞았다. 오타니가 타석에 들어서자 전광판에 그의 사진과 함께 지난 시즌 아메리칸리그(AL) 최우수선수(MVP) 수상을 축하하는 메시지가 장식됐다. 오타니가 에인절스에서 만든 추억이기도 했다. 팬들은 열광했고 오타니는 헬멧을 벗고 관중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러나 지난해와 같은 타격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1회초 1사에서 타석에 선 오타니는 에인저릇 선발 체이스 실세스를 만나 볼 카운트 2-2에서 낮은 속구에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4회 두 번째 타석에서도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등장해 풀카운트에서 실세스의 몸쪽 슬라이더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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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27일 LA 에인절스전에서 헛스윙 삼진을 당하고 있다. /AFPBBNews=뉴스1
두 번째 타석을 마친 오타니는 6회 세 번째 타석에 앞서 대타와 교체됐다. 이로써 오타니는 타율 0.393(28타수 11안타) 2홈런 9타점으로 시범경기를 마쳤다. 서울시리즈에서 치른 정규리그 2경기에서도 10타수 3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을 했던 오타니다.

그렇기에 최근 3경기 부진은 이례적이다. 이적 후 첫 방문한 친정팀 원정에서 좋은 활약을 보이고 싶었을 터이지만 오타니의 타격감은 평소 같지 않았다.

이는 최근 오타니를 둘러싼 논란과 무관치 않다. 오타니는 6년 동안 옆에서 자신을 도와준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40)의 비위 사실로 인해 최근 곤경에 처했다. 미즈하라가 불법 스포츠 도박으로 인해 450만 달러(60억원)의 빚을 졌고 이를 갚기 위해 오타니의 계좌에 손을 댔다는 게 처음 알려진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LA 다저스는 한국에서 열린 '서울 시리즈'가 열리던 지난 21일 미즈하라를 해고 조치했다.

서울 시리즈를 잘 마쳤지만 미국으로 돌아간 오타니는 이후 언론과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의 입장을 밝히는 등 야구보다 외적인 일에 더 신경을 써야 했다. 미국 복귀 후 치른 3경기에서 모두 침묵했다는 건 오타니가 온전히 야구에만 신경 쓰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문을 갖게 한다.

이후 오타니는 입장을 바꿨다. 자신이 빚을 갚아준 것이 아니라 미즈하라가 자신의 허락 없이 오타니의 통장에 손을 댔다는 것이다. 즉 절도죄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이후 미즈하라도 오타니가 도박과는 관계가 없다고 입장을 나타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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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오른쪽)가 27일 LA 에인절스전을 앞두고 옛 동료 마이크 트라웃과 포옹을 나누고 있다. /AFPBBNews=뉴스1
그런데 새로운 가설이 제기되고 있다. 오타니 또한 이와 관련돼 있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입장을 바꾼 게 아니냐는 것이다.

27일 야후스포츠는 오타니의 기자회견 발언에 대해 상세히 전했다. 오타니가 12분에 걸친 성명에서 자신은 스포츠 도박에 가담한 적이 없고 미즈하라가 자신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반복해 말했다는 것.

오타니는 새로운 통역을 통해 "내가 믿었던 누군가가 이런 일을 했다는 사실에 매우 슬프고 충격을 받았다"며 "나는 야구나 어떤 스포츠에도 돈을 걸지 않았고 누군가에게 나를 대신해 베팅해달라고 한 적도 없다"고 주장했다.

오타니는 서울시리즈 도중 미즈하라의 도박 사실에 대해 처음 들었다며 "그 전까지 미즈하라가 도박 중독이고 빚을 지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분명히 나는 빚을 갚거나 돈을 지불하는데 동의한 적이 없다"고 결백을 주장했다.

다만 오타니는 이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입장만을 밝혔고 어떠한 질문도 받지 않았다. 여러 의혹의 시선들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야후스포츠는 "자신의 계좌에서 400만 달러가 넘는 금액이 이체된 사실을 몰랐다는 설명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전했다.

메이저리그(MLB)는 지난 23일 조사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후 미즈하라의 자신의 대학 졸업 사실과 통역 이력 등이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 밝혀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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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통역 윌 아이레튼과 함께 나서고 있다. /AFPBBNews=뉴스1
한편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전속 통역을 잃은 오타니에 대해 더욱 긍정적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미즈하라는 오타니의 통역일 뿐아니라 가장 친한 친구였고 때로는 캐치볼 파트너, 운전 기사이기도 했다. 단순한 통역으로 치부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오타니가 이번 일로 더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ESPN에 따르면 로버츠는 이러한 상황이 전화위복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로버츠 감독은 "이것이 내부적으로 관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다"며 "지난 며칠간 오타니가 팀원들과 훨씬 더 잘 어울리고 그것만으로도 좋은 점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즈하라가 떠나며 과거 마에다 겐타의 통역을 맡았던 윌 아이레튼이 기자회견에서부터 오타니의 통역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다만 ESPN에 따르면 그는 미즈하라 만큼 오타니를 전담마크하지는 않을 전망이다. 로버츠 감독은 그것이 오히려 득이 될 것이라고 봤다.

미즈하라가 늘 오타니 곁에 있으며 많은 도움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그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주변 사람들이 오타니에게 다가가는데 방해물이 됐다고 전했다. 모든 걸 그를 거쳐서 소통해야 했기 때문이다. 오타니의 영어실력이 상당히 향상됐음에도 미즈하라의 존재로 인해 직접 소통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이젠 보다 편하게 선수들간, 코칭스태프들이 오타니와 직접적으로 소통하며 가까워질 계기를 가질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오타니가 결백을 밝혀내는 것이다.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도박 빚을 갚아주거나 26일 야후스포츠가 소개한 것처럼 오타니가 직접 도박을 하고 통역에게 죄를 떠넘겼다는 음모론이 사실이라면 선수 생활을 이어가는데 큰 치명타를 맞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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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오른쪽)와 함께 했던 전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 /AFPBBNews=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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