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은 은퇴도 미뤘는데 선수단은 태도 지적이라니... 배구여제, 흥국생명과 동행 이어갈까

인천=김동윤 기자 / 입력 : 2024.04.02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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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024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배구 챔피언 결정전 3차전 현대건설 대 흥국생명 전이 1일 오후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렸다. 흥국생명 김연경이 3차전에 패배한 후 코트를 떠나고 있다. / 인천=김진경 기자
은퇴도 미룰 정도로 간절했던 배구 여제의 우승 도전이 또 한 번 좌절됐다. 더욱이 경기 후 감독으로부터 선수단이 태도를 지적받으면서 향후 김연경(36·흥국생명)의 거취가 안개 속에 놓였다.

흥국생명은 1일 인천광역시 부평구에 위치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3~2024시즌 V-리그 여자부 포스트시즌 챔피언 결정전(5전 3선승제) 3차전에서 현대건설에 세트 점수 2-3(25-22, 17-25, 25-23, 23-25, 7-15)으로 패했다.


과정만 놓고 보면 아쉬운 패배였다. 매 경기 기복으로 아쉬웠던 윌로우 존슨(등록명 윌로우)이 공격성공률 41.54%로 30점을 올렸고 김연경과 레이나 토코쿠(등록명 레이나)도 각각 23점씩 올려 힘을 보탰다. 이번에도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지 못했다. 5세트 시작부터 흥국생명 선수들의 모습에서는 활기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3경기 연속 풀세트 접전에서 가장 큰 점수 차로 현대건설의 우승을 바라봐야 했다. 지난 시즌에 이은 챔피언 결정전 2년 연속 패배였다.

김연경으로서는 이날 23점을 포함 챔피언 결정전 3경기에서 74점을 올렸으나, 또 한 번 실패를 맛봤다. 오랜 시간 해외리그에서 활약한 뒤 2020~2021시즌 흥국생명으로 복귀한 지 벌써 세 번째 좌절이다.

하지만 경기 후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의 표현을 빌리면 예고된 패배였다. 상대 팀 현대건설에 찬사를 보낸 아본단자 감독은 "시즌 시작할 때 내 기대는 이것과 달랐다. 결과와는 상관없다"며 "난 외국인 감독으로서 새로운 걸 시도하고 변화를 주려는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팀 내에서 성장하거나 바뀌려 다른 걸 시도하는 선수들이 많이 없어 아쉬웠다"고 선수단의 안이한 태도를 지적했다.


이어 "김연경, 김수지 같은 선수들을 보면 나이의 문제는 아니다. 기술적인 부분보다 그런 뭘 바꿔 보려는 멘탈적인 부분이 안 됐다. 도수빈, 박수연처럼 바뀌려고 시도하는 몇 명의 선수가 보이긴 했는데 팀 전체적으로 보면 바뀌려는 선수가 없었다. 그렇다 보니 (2년 연속 준우승이란) 결과 자체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2년 연속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 고쳐야 한다. 분명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다소 충격적인 발언이다. 아본단자 감독의 말을 요약하면 흥국생명 선수단 대부분은 최고참 김연경, 김수지보다도 절실함과 노력이 부족했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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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024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배구 챔피언 결정전 3차전 현대건설 대 흥국생명 전이 1일 오후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렸다. 흥국생명 김연경이 3차전에서 패배한 후 코드에 드러누워 현대건설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 인천=김진경 기자


흥국생명의 올 시즌이 김연경의 라스트 댄스로 불렸다는 것을 떠올린다면 더욱 아쉽다. 김연경은 한국 V리그로 돌아온 후 매번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복귀 첫 시즌에는 이재영-이다영 쌍둥이 자매의 학교폭력 논란으로 정규리그와 챔피언결정전 모두 2위로 끝났다.

중국 리그의 상하이 브라이트 유베스트에서 뛰다 다시 복귀한 지난 시즌에는 한국도로공사가 쓴 역대급 퍼포먼스의 희생양이 됐다. 감독 경질 논란에도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지만, 챔피언 결정전 2승 뒤 3연패로 V리그 남녀부 통틀어 처음으로 리버스 스윕을 허용한 팀이 됐다. 그 탓에 아직 김연경의 마지막 V리그 우승은 2008~2009시즌에 머물러 있다.

은퇴도 미뤘다. 지난 시즌 시작부터 꾸준히 은퇴에 대해 고민을 하던 김연경은 생애 첫 FA 권리를 원소속팀 흥국생명 잔류에 행사했다. 지난해 4월 김연경은 흥국생명과 총보수액 7억 7500만 원(연봉 4억 7500만 원, 옵션 3억 원)의 1년 계약을 체결했다.

다른 팀으로 이적해 슈퍼 팀을 결성할 수도 있었지만, 결국 김연경은 열광적인 흥국생명 홈팬들의 함성을 잊지 못했다. 또한 김연경의 부담을 덜어줄 절친이자 국가대표 미들 블로커 김수지(37)도 FA 영입하면서 확실한 우승 의지를 보여줬다. 김연경은 계약 당시 "내 생애 처음 맞이하는 FA라 생각이 많았다. 감독님의 시즌 구상 계획이 내 마음을 결정하게 만든 큰 이유였다. 지난 시즌 6000석을 가득 채워준 팬들의 함성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번에 아쉽게 놓친 우승컵을 다음 시즌에는 꼭 들어 올리고 싶다. 또한 그동안 많은 배려를 해주신 흥국생명에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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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2024시즌 도드람 V리그 여자배구 챔피언 결정전 3차전 현대건설 대 흥국생명 전이 1일 오후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렸다. 흥국생명 김연경이 결정적인 공격을 성공시킨 후 환호하고 있다. / 인천=김진경 기자


그러나 김연경이 마음을 다잡고 김수지가 가세한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었다. 정규리그 1위를 했던 지난해도 흥국생명의 김연경에 대한 의존도는 비정상적이었다. 계속해서 지적받던 세터 문제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고, 김해란의 노장 투혼으로 버티던 수비는 김해란이 부상으로 이탈하자 완전히 무너졌다. 여기에 외국인 선수들마저 멘털 지적과 기량 부족으로 흔들리면서 오히려 지난해보다 낫다고 할 수 없는 팀이 됐다.

이제 흥국생명과 김연경은 다시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올 시즌 김연경은 은퇴를 고려할 나이에도 리그 평균 득점 6위(775점), 공격 2위(44.98%), 서브 6위(0.207), 수비 8위(5.557개), 시간차공격 4위(58.72%), 리시브 5위(42.46개), 디그 7위(3.829개) 등으로 공·수에서 여전히 외국인 선수급 기량을 자랑했다.

우승 도전을 위해 한 번 더 뛴다면 어딜 가든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그런 김연경이 이미 실망스러운 모습을 여러 차례 보여준 흥국생명과 동행을 이어갈지도 관심사다. 만약 또 한 번 김연경과 함께 라스트 댄스를 꿈꾼다면 흥국생명으로서는 지난 2년과 다른 모습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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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윤 | dongy291@mtstarnews.com

스타뉴스 스포츠부 김동윤입니다. 초심 잃지 않고 열심히 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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