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CC 개론] 66. 글로벌 LCC 공통 국제선 흑역사 ⑥

채준 기자 / 입력 : 2024.04.11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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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pixabay


2007년 11월28일 수정 발표된 건설교통부의 '신규 항공사 국제선 취항기준'은 대한항공이 불과 이틀 전에 자회사 에어코리아(이후 '진에어'로 사명변경)를 국내선이 아닌 국제선 전용으로 2008년 5월 취항하겠다는 것에 대한 불승인의 의지가 담겼다.

이에 따라 에어코리아의 계획은 전면적인 궤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건교부 지침에 따른다면 2008년 5월 국내선 취항 뒤 2년 후가 되는 2010년 5월 이후에나 국제선 부정기 노선부터 운항이 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대한항공은 당혹감을 감추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에어코리아가 대한항공의 정비, 운항 경험 등을 그대로 이어받기 때문에 안전에 관한 국제기준을 모두 충족하고 있는데도 다른 항공사들과 똑같은 잣대를 적용한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반발했다. 또한 "국제선 취항기준은 안전성 여부를 바탕으로 해야지 일률적으로 국내선을 2년 뛰게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정부가 안전기준을 만들어 이에 적합한 항공사에 국제선 면허를 내주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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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의 이 같은 반발에 건교부는 입장발표를 통해 "에어코리아가 곧바로 국제선을 뛰겠다고 나선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면서 "에어코리아라는 신생항공사가 아닌 대한항공 사업부로 항공사업을 추가하겠다고 하면 곧바로 국제선 취항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건교부의 새 '국제선 취항기준'과 대한항공 자회사의 국제선 조기취항 무산 등이 뒤엉킨 2007년 11월말 국내 항공업계는 각 사별 이해관계에 따라 분위기가 극명하게 갈렸다. 대한항공이 반발하고 나선 반면 아시아나항공은 당연한 결과라며 반색했다. 대한항공의 K-LCC 시장 참여 자체를 비판했던 아시아나항공은 "에어코리아가 신생항공사인데 대한항공 출자만으로 대한항공의 운항경험을 그대로 이어받을 수 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며 "국내선 운항경험을 거쳐 검증된 신규 항공사에게만 국제선 운항을 허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와중에 제주항공은 국제선 취항시점이 확정되는 '과실'을 얻어냈다. 불확실성에 따른 어려움을 벗어나 불과 7개월 후 시점인 2008년 6월5일 이후 국제선 부정기 운항이 가능해졌다. 제주항공은 "국내선 2만 편 운항은 2008년 3월 안에 달성하며, 2008년 6월5일로 취항 2년째를 맞는다"며 "2008년 6월 국제선 운항허가를 신청하고 중국과 일본에 전세기를 띄우겠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을 제외한 다른 국적항공사들은 신생항공사의 국제선 취항기준이 이처럼 정리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2008년 초부터 항공업계에는 '대한항공이 이 기준을 바꾸기 위해 뛰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 근거는 2007년 12월19일 실시된 제17대 대통령 선거였다.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기업인 출신이며 민선 3기 서울시장 출신의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었고 10년만에 보수정권으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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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당선자가 이끈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헌정사상 최초의 대기업 CEO 출신답게 규제철폐를 내세웠다. 그리고 당시 언론에 '하늘 위의 전봇대'라는 상징적인 헤드라인이 자주 등장했다. '전봇대'는 이명박정부가 내세운 규제철폐의 은유적 표현이었고, '하늘 위의 전봇대'는 '하늘 위에도 규제가 있다'는 것으로 항공업계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의 국제선 취항기준이 어느새 대표적인 항공업계 규제로 떠올라 있었다.

이명박정부가 출범한 지 두 달이 채 못된 2008년 4월22일 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는 항공법 시행규칙 개정안에 대한 규제심사에서 국제선 면허조항의 신설을 철회토록 결정했다. 항공법 시행규칙 개정안은 항공운송사업자가 국내선에서 2년 이상, 2만 편 이상 무사망사고를 충족해야 국제선 면허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규제개혁위는 이 같은 조치가 기업활동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지적함에 따라 국토부는 국제선 면허기준 완화방안을 추진, 국내선에서 1년에 1만 편 무사망사고로 운항하면 국제선 면허를 내주는 방향으로 재검토하기로 했다.

-양성진 항공산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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