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타 볼넷→이 악물고 3루로 돌격→결승 득점, '류현진 100승' 도전 경기 신스틸러 따로 있었다 [창원 현장]

창원=양정웅 기자 / 입력 : 2024.04.18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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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최정원이 17일 창원 한화전에서 8회 말 김주원의 희생번트 때 1루에서 3루까지 들어가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그야말로 '주루 스페셜리스트'의 가치를 보여준 장면이었다. NC 다이노스의 '예비역 유틸리티' 최정원(24)이 혼신의 주루로 팀을 연패에서 끊어냈다.

NC는 17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2024 신한 SOL Bank KBO 리그 홈경기에서 4-3으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NC는 4연승 이후 2연패에 빠졌던 흐름을 끊고 승률 0.667(14승 7패)을 마크하게 됐다.


이날 NC는 자칫 들러리가 될 위기에 처했다. 바로 류현진의 KBO 통산 100승이 걸린 게임이었기 때문이다. 이 경기 전까지 류현진은 KBO 8시즌 동안 99승을 거두고 있었다. 올해 한국 복귀 후 지난 11일 잠실 두산전에서 6이닝 1피안타 2볼넷 8탈삼진 무실점 호투를 펼치며 복귀 첫 승을 거뒀다.

데뷔 후 첫 NC전 등판에서 류현진은 3회까지 무실점 투구를 이어갔다. 1, 2회를 퍼펙트로 막아냈고, 3회 선두타자 김형준에게 안타를 맞고도 점수를 허용하지 않았다. 그 사이 한화 타선은 상대 선발 신민혁에게 득점을 올렸다. 3회 초 2사 후 최인호가 좌중간 안타로 2루까지 진출하자 페라자가 우익수 쪽 적시타를 터트려 선취 득점에 성공했다. 이어 4회 초에도 첫 타자 김태연이 안타로 나간 후 황영묵의 1루 땅볼에 이어 문현빈이 좌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를 터트리며 한화는 2-0으로 앞서나갔다.

NC는 4회 집중력을 발휘해 역전에 성공했다. 4회 말 첫 타자 서호철이 중전 안타로 출루했고, 권희동의 볼넷으로 1사 1, 2루가 됐다. 박건우가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김성욱이 류현진의 3구째 높은 커터를 공략해 좌중간 담장을 넘어가는 역전 3점포를 터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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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류현진(왼쪽)이 17일 창원 NC전에서 4회 말 김성욱에게 역전 3점 홈런을 허용하고 허탈한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후 NC 타선은 류현진에게 7회까지 다시 침묵을 이어갔다. 이어 셋업맨 한재승이 8회 초 1사 후 김태연의 안타와 내야 땅볼에 이어 황영묵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아 3-3 동점이 됐다.

NC는 8회 말 류현진이 내려간 후 다시 꿈틀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최정원의 역할이 컸다. 투수가 장시환으로 바뀐 가운데, 최정원은 8번 김수윤 타석에서 대타로 출전했다. 변화구를 잘 골라낸 최정원은 풀카운트에서 결국 볼넷을 골라나가 1루로 살아나갔다.

이후 NC는 김주원이 1루 쪽으로 속도를 잘 줄인 희생번트를 성공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최정원이 2루 베이스를 지나 3루까지 내달렸다. 번트 타구 때 1루수와 3루수가 타구 쪽으로 향했고, 2루수가 1루로, 유격수가 2루로 들어가면서 3루가 빈 상황이었다. 3루수 노시환이 조금 늦게 돌아오는 걸 놓치지 않고 내달려 세이프 판정을 받았다. 비디오 판독에도 결과는 똑같았다.

이 주루는 결국 NC가 결승점을 올리는 발판이 됐다. 최정원은 다음 타자 박민우가 중견수 플라이를 쳤을 때 홈으로 여유있게 들어왔고, NC는 4-3 리드를 잡았다. 결국 이 우위를 끝까지 지키면서 NC는 류현진의 100승 저지와 팀 승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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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최정원이 17일 창원 한화전에서 8회 말 박민우의 희생플라이로 득점한 후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NC 다이노스
경기 후 강인권 NC 감독은 "오늘 경기 팀 전체 구성원이 이기고자 하는 열망이 컸다"며 특히 "8회 대타 최정원 선수의 출루, 주루 플레이가 승리의 결정적 장면이었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최정원은 8회 주루 상황에 대해 "먼저 (김)주원이의 번트가 좋았다"며 "2루로 뛰면서 3루가 비어있는 것을 보고 과감히 뛰어보자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팀이 이기는데 중요한 점수가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코칭스태프의 도움도 있었다. 그는 "이종욱 코치님이 항상 많은 생각이 들 때는 뛰어보라고 주문을 해주셨다"고 전했다.

청주고를 졸업하고 지난 2019년 입단한 최정원은 이듬해 1군 49경기에 나와 이름을 알렸다. 2021년에는 팀 내 코로나19 방역수칙 위반으로 내야진이 초토화되자 후반기 콜업돼 시즌 72경기에서 타율 0.283(212타수 60안타), 10도루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시즌 종료 후 상무 야구단에 입대한 그는 지난 시즌 도중 전역해 선수단에 합류했다.

올해는 내·외야를 가리지 않는 백업 요원으로 낙점받아 이날 경기까지 8게임에서 타율 0.333, 2타점 5득점, 1도루를 기록했다. 지난 11일 창원 KT전에서는 6타석 3타수 2안타 1볼넷 2사구로 5번의 출루를 성공했고, 권희동의 끝내기 안타 때 결승 득점을 올렸다.

최정원은 "내 위치가 대타이자 대주자이기 때문에 필요한 상황에 기여해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그라운드에 나갔을 때 최선을 다해 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비록 크게 눈에 띄지는 않지만, 최정원의 활약은 그야말로 '신스틸러' 같은 역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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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강인권 감독(왼쪽)이 17일 창원 NC전에서 8회 말 역전 득점에 성공한 최정원에게 엄지손가락을 들어 기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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