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희진·어도어의 '탈 하이브' 사태, 뉴진스 지키기도 관건 [★FOCUS]

안윤지 기자 / 입력 : 2024.04.25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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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희진 어도어 대표 /사진=어도어
민희진 어도어 대표와 어도어 경영진들의 탈(脫) 하이브 사태를 벌였다. 일명 '민희진의 난'이라 불리는 이번 사태는 장기전으로 흘러갈 가운데 어도어에 소속된 그룹 뉴진스를 지키는 일도 관건이다.

◆ 민희진 대표 외 어도어 경영진, '탈 하이브' 정황 쏟아져


하이브는 지난 22일 민 대표와 부대표 2명 등에 대한 감사권을 발동하고 질의서를 보냈다. 하이브는 어도어 경영진이 하이브로부터 경영권을 탈취해 독립하기 위해 하이브 재무 및 계약 정보를 최근 어도어 부대표로 이직한 하이브 출신 임원을 통해 자료를 빼돌리고, 어도어에 우호적인 투자자들에게 매각하라고 회유하는 등의 행보를 이어갔다고 보고 있으며 민희진 대표의 사임을 위한 주주총회 소집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하이브는 어도어 전산 자료 확인 중 최소 3건의 문건을 확인했다. 해당 문건은 민희진 어도어 대표 측근인 A씨가 지난달 23일 작성한 문건엔 '어젠다'(Agenda)란 제목 아래 '경역 기획', '계약서 변경 합의', '외부 투자자 유치 1안·2안 정리' 등 내용이 담겨있었다. '외부 투자자 유치 1안·2안 정리'란 항목엔 'G·P는 어떻게 하면 살 것인가'란 대목과 함께 내부 담당자 이름도 적시돼 있다. 하이브는 G는 싱가포르 투자청(GIC), P는 사우디 국부펀드(PIF)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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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도어 경영진 3인의 단체 대화방에서 2024년 4월 4일 오간 대화. 부대표의 구상에 대표이사가 답하고 있다. /사진=하이브
하이브가 25일 발표한 중간 감사 결과에 따르면 감사대상자 중 한 명은 조사 과정에서 경영권 탈취 계획, 외부 투자자 접촉 사실이 담긴 정보자산을 증거로 제출하고 이를 위해 하이브 공격용 문건을 작성한 사실도 인정했다. 대면 조사와 제출된 정보자산 속 대화록 등에 따르면 어도어 대표이사는 경영진들에게 하이브가 보유한 어도어 지분을 매각하도록 하이브를 압박할 방법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또한 "글로벌 자금을 당겨와서 하이브랑 딜하자", "하이브가 하는 모든 것에 대해 크리티컬하게 어필하라", "하이브를 괴롭힐 방법을 생각하라"는 대화도 오갔다. 대화록에는 '5월 여론전 준비', '어도어를 빈 껍데기로 만들어서 데리고 나간다'와 같은 실행 계획도 담겼다. 하이브는 감사대상자로부터 "'궁극적으로 하이브를 빠져나간다'는 워딩은 어도어 대표이사가 한 말을 받아 적은 것"이라는 진술도 확보했다.

◆ 민희진 대표 입장, 또 다른 논란 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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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아일릿(ILLIT) /사진=김창현
민 대표는 하이브 감사권 발동 이후 매체 인터뷰와 입장문 등을 통해 이번 사태를 반박했다. 그는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사태'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하이브 및 빌리프랩은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변명하기에 급급했으며 구체적 답변을 미루며 시간을 끌었다"며 "그러던 중 하이브는 22일 갑작스레 민 대표의 직무를 정지하고 해임하는 절차를 밟겠다고 통보했다. 뉴진스의 문화적 성과를 지키기 위한 정당한 항의가 어도어 경영권 탈취하는 행위가 될 수 있나"라고 해명했다.

또한 하이브 산하 레이블 빌리프랩 소속 아일릿에 대해 "아일릿은 헤어, 메이크업, 의상, 안무, 사진, 영상, 행사 출연 등 연예 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뉴진스를 카피하고 있다. 아일릿은 '민희진 풍' '민희진 류' '뉴진스의 아류' 등으로 평가되고 있다"라고 했다.

'탈 하이브' 사태에서 밝힌 민 대표의 첫 입장은 아일릿과 뉴진스의 유사성 언급이었다. 대중은 민 대표의 입장에 설왕설래했지만, 곧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두 그룹은 하이브에 소속된 그룹으로, 민 대표의 유사성 언급이 양측을 곤란하게 만든 것이다. 이에 박지원 하이브 CEO는 "아티스트(뉴진스)가 이번 일로 흔들리지 않도록 각별히 애써달라"며 "(아일릿이 속한 빌리프랩 측엔) 사실이 아닌 내용에 마음 상하지 말고 아일릿 성공을 위해 매진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아일릿은 24일 출연한 SBS 파워FM '두시탈출 컬투쇼'에서 "빌리프랩 구성원 여러분. 우리 데뷔 앨범, 최선을 다한 결과물인 걸 저희가 다 알고 있다. 그건 변하지 않으니 자랑스럽다"며 "하이브 관계자분들도 저희 믿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하다. 더 열심히 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 뉴진스의 행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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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뉴진스 /사진=이동훈
민 대표가 그간 여럿 방송 프로그램이나 인터뷰를 통해 뉴진스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바와 같이, 일각에서는 뉴진스가 민 대표를 따라갈 확률이 높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가요계는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진 바 있다. 그룹 피프티 피프티가 미국 가요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난 뒤 프로듀서였던 더기버스 안성일 대표가 그들을 데리고 나가려는, 일명 '템퍼링' 정황이 포착된 것. 당시 피프티 피프티 멤버 중 키나를 제외한 아란, 새나, 시오는 그룹을 나가고 소송을 진행했으나, 결국 이는 재판부에서 기각했으며 소속사 어트랙트는 세 사람을 상대로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또 어트랙트는 더기버스와 안성일 대표 상대로 약 10억 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피프티 피프티 사건이 이미 선례로 남아있는 만큼, 가요 관계자들은 뉴진스가 하이브를 빠져나갈 확률은 극히 낮으며 이런 과정조차도 쉽지 않을 거라 내다 본다. 특히 하이브가 어도어 지분 80%를 가진 만큼, 어도어 측에서 뉴진스의 전속계약과 관련해 쉽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현재 뉴진스는 당장 오는 5월 컴백 준비에 한창이다. 민 대표가 뉴진스를 담당해 제작하는 만큼, 컴백 연기가 우려됐으나 하이브 측은 "향후 뉴진스 멤버들에 대한 심리적, 정서적 케어와 성공적인 컴백을 위해 최선을 다해 지원한다"며 "멤버들의 법정대리인과 조속히 만나 멤버들을 보호할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하이브, 멀티 레이블 체제 보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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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하이브
'레이블' 개념은 K팝 시장보다는 힙합 레이블로 많이 쓰였다. 힙합은 과거 주류 음악이 아니었기에 상대적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래퍼가 많았고, 이들을 돕기 위해 서로가 계약으로 얽히지 않더라도 모였다. 그래서 힙합 아티스트 간 레이블은 엔터테인먼트뿐만 아니라 일반 회사로 바라봐도 다른 수익 및 계약 구조를 갖고 있었다.

이렇듯 각자의 음악적 개성은 살리되, 수익 체계를 만들어 더 공고한 기업을 만든 게 바로 하이브의 멀티 레이블 체제다. 다만 앞서 말한 힙합 레이블과 다른 점이 있다면, 하이브는 각 레이블당 80~100% 수준에 준하는 지분을 갖고 있으며 모회사 역할을 확실히 하고 있단 점이다. 즉, 다시 말해 하이브와 어도어는 모회사와 자회사 관계다. 다만, 민 대표가 대표 겸 총괄 프로듀서로 뉴진스를 제작했고 그들은 큰 성공을 거뒀다. 또 민 대표가 어도어 지분 18%를 갖고 있으며 이 밖의 경영진들은 뉴진스를 성장시키는 과정 중 꽤 많은 선택지가 손에 쥐어지면서 이번 사태가 벌어졌다. 하이브는 이번 사태를 통해 또 하나의 숙제가 생긴 것과 다름없다. 그들은 앞으로 어떤 식으로 멀티 레이블을 운영할지 주목된다.

한편 하이브는 25일 민 대표 외 어도어 경영진들에게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하이브는 지난 22일 어도어에 이사회 소집을 요구했으며 이사회는 날짜는 오는 30일이다. 현재 민 대표 측으로 이뤄진 어도어 이사진이 불출석한다면 하이브는 법원에 주주총회 소집 허가를 신청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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