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영광 되찾도록" 키워드는 '세대교체', 한국배구 새로운 출발 알렸다 [방이동 현장]

방이동=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04.25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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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레즈 남자 배구 대표팀(왼쪽), 모랄레스 여자 배구 대표팀 감독이 25일 신임감독 기자회견에서 나란히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암흑기에 놓인 한국 배구가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남녀 배구 대표팀 사령탑을 나란히 외국인 감독으로 선임했고 이들은 장기적 시각을 갖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도록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대한배구협회는 25일 서울시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파크텔 대회의실에서 대한민국 배구 국가대표팀 신임감독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엔 페르난도 모랄레스(42) 여자 대표팀, 이싸나예 라미레즈(40) 남자 대표팀 새 감독이 나란히 참석해 향후 대표팀 운영 게획 등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 남녀배구는 위기에 놓여 있다. 남자배구는 아시아 무대에서조차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고 여자배구는 김연경(흥국생명)과 양효진(현대건설) 두 축의 대표팀 은퇴 후 국제대회에서 경쟁력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2020 도쿄 올림픽 4강을 이뤄냈던 여자 대표팀은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27연패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받아들었다.

푸에르토리코 대표팀과 다양한 리그에서 세터로 활약하며 선수 생활을 한 모랄레스감독은 푸에르토리코 여자대표팀을 이끌었고 성공적으로 세대교체를 이뤄내며 세계랭킹을 16위로 끌어올렸다. 지난해 열린 2024 파리올림픽 예선전에서는 4승 3패를 기록하며 선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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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랄레스 여자 배구 대표팀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024 VNL 출전을 위해 지난 15일 대표팀을 소집해 먼저 훈련에 나선 모랄레스 감독은 "이 자리가 세계 배구에서 얼마나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알고 있다"며 "여자배구 팀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번 여름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라미레즈 남자대표팀 감독은 브라질 출신으로 브라질, 바레인, 파키스탄 대표팀에서 지도자 생활을 하며 국제 배구에 대한 경험이 많다. 또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에 3-0 완승을 거두는 등 한국 대표팀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라미레즈 감독 또한 "한국팀을 주시하고 있었고 맡게 돼 영광이다. 믿음과 기회 주신 협회에 감사드리고 기회 주신 만큼 남자배구가 세계무대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국 배구가 처한 상황을 정확히 인지하고 있고 이를 철저히 분석했다. 라미레즈 남자 대표팀 감독은 "문제점이라기보다는 도전과제라고 말하고 싶다"며 "미들블로커 수준을 끌어올려야 하고 세계무대서 통할 수 있는 선수를 많은 젊은 선수들을 키워내야 한다"며 "체격조건도 많이 부족한데 체력 훈련이나 웨이트를 통해 보완해 원하는 레벨에 도달하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모랄레스 여자 대표팀 사령탑은 "전술 및 전략적으로 보완할 게 있는 건 분명하다. 이 부분에선 소집일부터 훈련을 시작했고 특정 부분에서 향상되는 걸 확인했다"며 "구단과 대표팀이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도록 협업하면 상부상조할 수 있다. 구단과 V리그는 뛰어난 조직력을 갖췄고 선수들에게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대표팀은 VNL 같은 대회에 나서기에 구단 등과 협력해야 경쟁력을 갖추는데 좋게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대교체라는 명확한 과제를 안은 이들은 이전과 달리 전임감독으로서 더욱 대표팀에 집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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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레즈 남자 배구 대표팀 감독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모랄레스 여자 대표팀 감독은 "김연경을 비롯한 황금세대가 떠나고 좋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세대교체에는 적응 과정과 과도기가 필요한데 이미 그런 시기를 겪었다"며 "이제 세대교체를 본격적으로 이뤄낼 준비가 돼 있다. 김연경 같이 한 선수가 득점을 도맡는 게 아니라 팀 스포츠로 해야 한다. 푸에르트리코 감독 시절 세대교체를 경험했는데 아베크롬비라는 걸출한 선수가 있었지만 그 선수 없이도 경기를 치러봤다. 팀 적으로 협심해 그 자리를 메울 수 있었다. 그런 식으로 대표팀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한국 배구의 발전을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폭 넓게 움직일 예정이다. 모랄레스 감독은 "협회와 처음 면담을 할 때 가장 먼저 한 질문이 '어린 선수들을 위해 시간을 써도 되냐'는 것이었다. 미래 자원 육성에 관심이 많다"며 "과거 한국 배구 위상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어린 선수들과도 훈련하고 시간을 가져야 한다. 다른 연령별 대표팀 선수들과 친선전도 계획하고 어린 선수들과도 호흡한다면 한국 배구에도 득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라미레즈 감독 또한 "성인 대표팀 감독으로서 유스 선수들 지켜보는 것도 중요한 일 중 하나다. 최준혁과 이우진을 선발한 것도 미래를 보고 내린 결정"이라며 "많은 아시아 팀들이 세대교체를 할텐데 우리가 어린 선수들을 선발하면 더 빠르게 세대교체를 이룰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성인 대표팀도 항상 연령별 대표팀과 소통하고 정보 교환도 많이 해야 한다. 이런 소통이 기대된다. 바레인 대표팀에서도 했던 역할"이라고 자신만만해 했다.

대표팀을 맡아 이루고픈 목표도 밝혔다. 라미레즈 감독은 "5월 1일 대표팀이 첫 소집된다. 하나의 팀 문화를 만드는 게 장기적인 관점의 첫 목표다. 팀으로서 같이 만들어가는 목표를 세우고 싶다"며 "2024년의 목표는 AVC 챌린지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라고 밝혔다.

모랄레스 감독의 목표 또한 비슷하다. "배구적인 측면에선 세계랭킹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지금 40위권인데 선수들의 면면을 봤을 때 더 나은 자리에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랭킹을 올려 세계선수권에 나서고 아시안권에서도 더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싶다"는 그는 "배구 외적으로는 좋은 분위기를 형성해 선수들이 '대표팀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만드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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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대한민국 배구 국가대표 신임감독 기자회견에 나선 라미레즈(왼쪽에서 2번째) 남자 대표팀 감독과 모랄레스 남자 대표팀 사령탑(왼쪽에서 3번째).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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