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표-소형준-벤자민 다 없는데' 복덩이 신인이 선물한 위닝, KT 미래는 원태인-류현진 보며 성장한다

대구=안호근 기자 / 입력 : 2024.05.24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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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상현이 23일 삼성전에서 투구를 펼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KT 위즈엔 더 없이 값진 승리였다. 육청명(19)에 이어 또 다른 신인 투수 원상현(20)이 연이어 호투를 펼치며 삼성 라이온즈에 위닝 시리즈를 안겼다.

원상현은 23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서 선발 등판해 5이닝 동안 79구를 던지며 5피안타 2사사구 4탈삼진 1실점 호투를 펼쳤다.


타선의 화끈한 지원 속에 최근 3연패에서 벗어나 시즌 2승(4패) 째를 챙겼고 8.07에 달했던 평균자책점(ERA)도 7.30까지 낮췄다.

최고 시속 147㎞에 달하는 속구는 26구에 그쳤다. 슬라이더(19구)와 커브, 체인지업(이상 17구)를 중점적으로 던지며 삼성 타선을 제압했다.

매 이닝 출루를 허용하면서도 3회까지 무실점 피칭을 펼쳤다. 4회말 1사 2루에서 김재상에게 1타점 2루타를 맞고 실점했지만 이후 범타를 유도하며 추가 피해를 막았다. 5회엔 이날 유일하게 삼자범퇴를 기록하며 자신의 임무를 완벽히 해냈다.


경기 후 이강철 감독은 "선발 원상현은 좋은 피칭으로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장성우의 리드도 너무 좋았다"고 칭찬했다.

같은 신인인 육청명의 도움도 있었다. 이틀 전 선발 등판해 5이닝 1실점 호투를 펼친 그에게 원상현은 "두산 베어스보다 힘드냐고 물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정말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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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KT전에서 역투 중인 원상현. /사진=뉴시스
그러나 첫 등판부터 감격의 승리까지 따냈다. 원상현은 "구자욱 선배님 등을 상대로 체인지업을 던지면 맞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진짜 그렇게 됐다. 삼성이 컨택트 능력이 좋기 때문에 확실히 변화구를 떨어뜨리지 않으면 지금 페이스가 좋은 김영웅 선배도 그렇고 조금만 볼카운트를 불리하게 가면 빅이닝 되겠다고 생각하면서 천천히 했다"고 털어놨다.

베테랑 포수 장성우의 도움이 컸다. 그는 "잘 던질 수 있었던 건 장성우 선배님 덕분이다. 마운드도 많이 올라와 주시고 '나만 보고 던지면 좋은 결과 있을 것'이라며 제발 집중해서 던지라고 잘 던지고 있다고 파이팅을 많이 외쳐주셨다"고 전했다.

또 "제구가 안 됐을 때 장성우 선배님께서 '믿고 던지라'는 사인을 보내주셔서 아무리 볼을 던져도 다 잡아주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그런 것들이 저에게 상당히 힘이 났기 때문에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로 무대를 거치며 체중이 더 빠져 스피드가 떨어지는 어려움도 있었다. 그럼에도 원상현은 "그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제가 지금 던진 게 고등학교 때 3월부터 8월까지 던진 걸 두 달 만에 한 것이다보니 체력적인 부분에서도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다"며 "제일 좋았던 건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가지고 유리한 입장에서 던진 것이었다"고 말했다.

타 팀 선배이지만 조언을 구하며 특별한 인연을 쌓은 원태인의 팀과 대결이어서 더 특별하기도 했다. 그의 주무기 체인지업을 이날도 17구를 활용했다. 원상현은 "(체인지업의) 완성도는 80% 정도 되는 것 같다. 아직 조금 왔다 갔다 하는 게 있다"면서도 "지금 써본 결과들 보니까 좌타자들한테는 통한다고 생각이 들어서 높게만 던지지 않으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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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상현이 23일 삼성전 승리를 거둔 뒤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대구=안호근 기자
원태인은 이번 시리즈 첫 경기에서 같은 신인인 육청명과 맞대결을 벌였다. 이를 벤치에서 지켜봤던 원상현은 "태인이 형과 청명이가 첫 경기 치렀을 때도 태인이 형이 컨디션이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거기서 또 느낀 게 컨디션이 안 좋아도 저 정도를 유지하는 게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며 "왜냐하면 나는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완전 박살이 나는 경우가 많다. 컨디션이 안 좋아도 저 정도로 던질 수 있는 능력이 있구나라는 걸 인상 깊게 봤다"고 전했다.

선발 맞대결을 벌이지 못한 아쉬움도 있었다. "사실 삼성과 하니까 태인이 형과 혹시 대결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맞대결을) 했으면 재미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아쉬워했다.

지난해 준우승팀이지만 어려움을 겪고 있는 KT다. 특히나 선발진에서 고영표, 소형준, 웨스 벤자민까지 줄줄이 부상으로 빠져 있다. 그 덕에 신인임에도 육청명과 함께 나란히 많은 기회를 받고 있다. 가능성 있는 피칭도 보였으나 기복이 나타난 것도 사실. 원상현은 "대체자로 (로테이션에) 들어와 있지만 벌써 11경기에 나갔는데 저에겐 정말 뜻 깊은 기회이다. 무조건 잡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고 마음가짐 자체도 바뀐 게 초반에는 방심도 하고 '내가 나인데' 했다면 지금은 진짜 수그리고 하나하나 배운다고 생각하고 던지니까 오히려 매 경기 성장하는 느낌이 든다"며 "계속 선발 투수로서 나가고 있는데 매 경기 이제 이제부터라도 집중하고 감사하다는 생각을 갖고 해야겠다는 생각"이라고 전했다.

벤자민을 시작으로 소형준, 고영표가 돌아올 날이 다가오고 있다. 원상현도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그래도 다음 경기에선 던질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일단 매 경기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던지니까 좋은 결과도 나오고 있다"며 "선발로 던질 날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감사하게, 후회 없이 던지자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팀 내에선 '원쪽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원상현은 "이해를 할 수가 없다"면서도 "하던 대로 했는데. 제가 하는 행동들을 하나하나 돌이켜 보고 생각해 보니까 금쪽이 같은 행동을 많이 하는 것 같아서 요새는 조금 차분하려고 한다. 머리도 조금 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유독 들뜨는 듯한 태도에 대해서도 많은 조언을 듣고 있다. 원상현은 "잘하면 잘할수록 더 가만히 있어야 될 것 같다. 안영명 코치님께서 심리적인 도움을 주시는 게 엄청 크다"며 "원래 각성도가 경기를 하기 전에 완전히 끌어올리는 편이었다. '후후' 쉼호흡을 해야 할 정도였는데 그게 저에게 좋은 게 아니었다고 말해주셨다. 류현진 선배님 영상을 보여주시면서 점수를 내든 타자가 홈런을 치든 신나야 되는 상황에서도 계속 (평정심을) 유지해야 한다고 말해주셨다. 원래 점수가 나면 엄청 기뻐하는 편인데 선발로 던지는 날만큼은 그냥 박수만 치고 계속 유지하려고 한 게 엄청 도움이 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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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KT 지명을 받고 홈 팬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는 원상현(오른쪽). /사진=KT 위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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