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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가 23일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에 대해 KBO에 웨이버 공시를 요청했다./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두산은 23일 "외국인 타자 제러드 영(29)과 총액 30만 달러(약 4억원)에 계약했다. 아울러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외야수 헨리 라모스(32)에 대한 웨이버 공시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2022년 KT 위즈를 통해 KBO리그에 발을 들였던 라모스는 부상으로 단 18경기만 뛰고 교체됐다. 올 시즌을 앞두고 두산의 선택을 받은 라모스는 80경기에서 타율 0.305(311타수 95안타) 10홈런 48타점 43득점 3도루, 출루율 0.360 장타율 0.482, OPS(출루율+장타율) 0.842를 기록했다.
수치만 놓고 보면 결코 수준 이하 정도라고 볼 수 없지만 상대성을 따져보면 상황이 달랐다. 외국인 타자 중 타격 생산력 최하위에 머물던 데이비드 맥키넌에 가려져 있었지만 로하스도 결코 만족할 만한 성적은 아니었다.
올 시즌 타고투자 양상이 명확히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팀 내에서도 홈런과 타점은 5위, OPS는 3위로 큰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다. 시즌 종료까지 고작 47경기를 앞둔 상황에서 두산이 칼을 빼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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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를 밑도는 성적으로 결국 방출 통보를 받은 두산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이승엽 감독은 2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키움 히어로즈와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시즌 10차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저희가 외국인한테 바라던 퍼포먼스가 나오지 않았다는 게 가장 큰 교체의 원인"이라며 "저희가 변화를 줄 수 있는 부분은 외국인 아니면 트레이드인데 트레이드보다는 외국인 교체를 통해서 우리가 반전할 수 있는 계기도 만들고 우리 선수들에게도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한 번 더 달려보자는 의미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두산은 97경기를 치른 현재 49승 46패 2무, 승률 0.516으로 4위다. 후반기 10경기에서 3승 7패로 주춤하며 가을야구를 장담할 수 없는 위치가 됐다. 라모스만의 문제는 아니었다. 후반기 팀 타율은 0.245로 키움 바로 위인 9위였다.
국내 선수들도 타격감이 좋은 건 아니었다. 양의지와 허경민의 몸 상태는 온전치 않다. 분위기가 처져 있는 상황에서 트레이드 카드보다는 보다 안정적으로 팀 전력에 힘을 보탤 수 있는 외국인 선수를 변화하기로 마음 먹었다.
교체를 결정한 시기는 언제였을까. 이 감독은 "항상 생각은 하고 있었다. 성적이 좋지 않을 때 구단에서 계속 준비는 하고 있었고 6월이 지나고 후반기에 안타가 하나씩 나오긴 했지만 경기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플레이가 나오지 않았다. 국내 선수들도 그랬지만 외국인까지 그렇게 되다 보니까 팀이 많이 침체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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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승을 거두기도 했던 라울 알칸타라를 조던 발라조빅으로 교체한 두산은 부상으로 빠진 브랜든 대신 SSG 랜더스에 뛰었던 시라카와 케이쇼를 단기 대체 선수로 영입했다. 브랜든의 대체 선수라고 못 박긴 했지만 시라카와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쳐준다면 브랜든을 대체하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몸값도 훨씬 싸고 브랜든이 언제쯤 복귀할 것이라고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라카와가 두 번째 등판 경기에서도 실망스러운 투구를 펼쳤고 외국인 타자의 교체를 지체 없이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미안함을 안고 라모스가 끝인사를 나눴다. 이 감독은 "'우리 팀 상황에 따라 멀리 보고 교체를 결정했고 미안하게 생각하고 꼭 메이저에서 보자. 그래서 유튜브로 보겠다'고 이야기를 했다"고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라모스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지만 그만큼 제러드 영에 대한 기대가 컸다. 캐나다 출신 우투좌타 외야수 겸 1루수 영은 신장 185㎝·체중 92㎏의 건장한 신체조건을 지녔다. 2017년 메이저리그(MLB) 신인 드래프트에서 시카고 컵스의 15라운드 지명을 받은 그는 2022년 컵스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 데뷔해 2시즌 동안 22경기에서 타율 0.210, 2홈런, 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25를 기록했다.
올 시즌에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산하 트리플A 멤피스 레드버즈 소속으로 74경기에 출장해 타율 0.285, 11홈런, 35타점, OPS 0.917을 기록했다. 트리플 A 통산 성적은 310경기 출장 타율 0.268, 54홈런, 184타점, OPS 0.852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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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두산 베어스와 계약을 맺은 새 외국인 타자 제러드 영.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
1루수를 소화할 수도 있으나 두산이 고려하는 포지션은 외야다. 이 감독은 "우선 외야로 생각을 하고 있다. 사실 라인업에서는 우타가 필요하지만 그래도 지금 마땅히 찾을 수 있는 선수 중에는 그래도 가장 효과적인 선수를 찾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높은 출루율도 갖고 있고 파워라든지 모든 부분에서 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리 팀에 에너지를 불어 넣어줄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요즘 우리 경기가 타선이 풀리지 않고 무기력한 경기가 많다"며 "그래서 선수 한 명이 들어옴으로써 활기찬 팀 분위기를 바꾸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러드 영은 행정 절차를 마무리한 뒤 팀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 감독은 본격 합류 시기를 다음주로 예상했다.
시즌 종료까지 47경기만 남겨둔 두산의 과감한 외국인 타자 교체 결정이 남은 시즌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두산의 시즌 후반, 가을야구 향방을 가를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