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가 법 칼럼 '권변의 法대로'를 권용범 변호사와 함께 진행한다. 권용범 변호사는 일상생활에서 만나게 되는 범관련 문제에 대해서 다양한 주제를 다룰 예정이다. 연재되는 칼럼의 내용은 저자의 의견임을 밝힌다.( 편집자주) |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홍명보 대한민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26 FIFA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3, 4차전 출전 명단을 발표하기 위해 참석하고 있다. 2024.09.30.bluesoda@newsis.com /사진=김진아 |
지난달 24일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이임생 기술발전위원장 및 기술총괄이사, 홍명보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 출석했다. 이들의 발언 내용은 당일 뉴스는 물론이고 며칠이 지난 지금도 유튜브나 축구 커뮤니티에서 끊임없이 회자되며 글과 영상이 재생산되고 있다.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절차는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함에도 홍 감독 선임 절차가 그렇지 못했던 것이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어떤 법적 쟁점들이 숨겨져 있으며, 어떤 법적 책임이 문제될 수 있는지 등에 관해 간략히 살펴보려고 한다(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Q&A 방식으로 서술한다).
Q.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어떤 절차를 거쳐 선임되는가?
A. 대한축구협회(협회) 축구국가대표팀 운영규정 제12조 제1항에 따르면, 각급 대표팀의 감독 등은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기준'에 따라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전강위) 또는 기술발전위원회('기술위')가 추천을 하면 이사회가 선임하도록 되어 있다. 즉 전강위 또는 기술위가 감독 추천은 하되, 결정은 이사회가 하는 구조이다.
Q. A국가대표팀 감독 추천은 전강위나 기술위 둘 중 아무나 하면 되는 것인가?
A. 축구국가대표팀 운영규정 제12조 제1항의 문언을 형식적으로만 놓고 보면 그렇다. 하지만 협회의 정관 규정까지 함께 살펴보면 그렇게 해석하기 어렵다. 사실상 A국가대표팀 감독 추천은 '전강위'만 할 수 있다고 봄이 타당해 보인다.
전강위와 기술위는 이사회의 자문기구로서 사무처 업무수행과 관련한 조언과 자문을 제공하며, 협회 사업수행 및 목적달성을 위해 필요한 정책 제안과 건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같지만(협회 정관 제49조 제2항), 세부적으로 각 위원회 설치 목적과 수행 기능에 차이가 있다.
기술위는 U17세 이하 연령별 대표팀 운영에 대한 조언 및 자문 등을 목적으로 설치한 기구(협회 정관 제51조 제1항)인 반면에, 전강위는 남녀 국가대표와 U18세 이상 연령별 대표팀 운영에 대한 조언 및 자문을 목적으로 설치한 기구로서 '지도자의 선임과 해임, 재계약 관련 업무'가 주된 업무로 명시(협회 정관 제52조 제1항, 제2항 제1호)되어 있다.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감독직은 성인 A국가대표팀에 대한 것이므로 협회 정관 제51조 제1항, 제2항에 따라 전강위가 추천할 권한을 가진다고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Q.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기술위 위원장 겸직)는 당시 전강위 위원들로부터 추천 권한을 위임 받아 홍명보 감독을 추천했다고 하는데, 결국 전강위가 홍명보 감독을 후보자로 추천한 것으로 볼 수 있지 않은가?
A. 국회 현안질의에서 박주호 전력강회위원회 위원은 이임생 이사와 짧게 통화한 사실은 있으나 감독 후보 추천에 관해서 구체적이고도 충분한 대화를 나눈 사실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따라서 이임생 이사가 전강위 위원들로부터 감독 후보자 추천에 관해 전권을 위임받은 것인지 여부도 불분명해 보인다.
설사 이임생 이사가 전강위 위원들로부터 국가대표팀 감독 후보자 추천에 관해 전권을 위임 받은 사실이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그러한 수권행위(감독 권한 위임행위)가 법적으로 유효한 것인지 여부는 여전히 문제될 수 있다. 왜냐하면 정관 제52조에 따르면 전강위의 설치 목적과 핵심 기능은 'A국가대표팀 지도자 선임 및 국가대표팀 운영에 관한 자문'인데, 핵심 중의 핵심인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에 관한 의사결정을 제3의 외부 인사에게 전적으로 위임한다는 것은 전강위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포기한다는 뜻이며 독립성과 전문성을 어느 정도 보장받아야 하는 위원회 설치 취지에도 부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임생 이사는 이미 기술위 위원장을 맡고 있어 규정상 전강위 위원장을 겸임할 수도 없다(물론 이임생 이사가 전강위 위원장을 겸임했다는 취지로 언급한 바는 없다).
결국 홍 감독 추천에 관해 전강위 위원들이 이임생 이사에게 권한을 위임했는지 여부도 불분명해 보이지만, 설령 위임이 되었다 하더라도 그 법적 효력은 없다고 해석될 소지가 커 보인다. 그렇다면 이임생 이사는 권한 없이 홍 감독을 추천한 셈이 되며, 이러한 절차적 하자의 정도는 중대하여 감독 선임의 효력이 없다고 판단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이임생 대한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가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한국축구기술철학(MIK)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2024.08.06. kmn@newsis.com /사진=김명년 |
Q. 축구국가대표팀 운영규정 제12조 제1항에 따르면, 국가대표팀 감독 추천 및 선임은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기준'에 따라야 한다고 되어 있는데, 홍명보 감독의 경우 이 기준에는 부합했는가?
A.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기준'의 내용이 정확히 무엇인지 확인하기는 어려우나, 여러 언론 보도에 따르면 '서류심사 35%, 훈련계획서 및 지도법 평가 35%, 면접 30%'라고 한다. 그런데, 홍 감독은 국가대표팀 감독직 수락 이전의 인터뷰에서 국가대표팀 감독을 수행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으므로, 국가대표팀 감독직에 지원하기 위한 서류 자체를 제출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같은 이유에서 나머지 항목들(훈련계획서 및 지도법, 면접)에 대한 평가 또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데, 그럼에도 어떻게 다른 감독 후보자들을 제치고 최종 후보자로 낙점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다.
만에 하나 '국가대표 지도자 선발기준'이 객관적으로 충족되지 않았음에도 협회의 임원 중 누군가가 이를 무시하고 이른바 '답정너' 방식으로 홍명보 감독을 미리 낙점하고 감독 선임 절차를 강행한 것이라면, 이는 그 임원이 전강위 및 이사회의 정당한 국가대표팀 감독 추천 및 선임 업무를 방해한 것으로 법적 평가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실제로 한 축구 팬이 고발하여 현재 경찰에서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최현준 문화체육관광부 감사관이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대한축구협회 감독 선임 관련 감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10.2/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Q. 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나 대한체육회(체육회)가 협회에 대해 조사하고 조치를 취할 수는 없는 것인가?
A. 문체부 산하 스포츠윤리센터는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라 스포츠비리(체육단체의 운영 중 발생하는 회계부정, 배임, 횡령 및 뇌물 수수 등 체육단체의 투명하고 민주적인 운영을 저해하는 행위)에 해당된다고 인정되는 사항 등에 대해 조사할 수 있는데 한 언론사 보도에 따르면 이미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스포츠윤리센터는 협회가 홍 감독 선임 절차에 있어 체육회 승인을 받지 않았으므로 '국가대표 지도자를 선발하고 체육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및 운영규정 제3조, 제4조를, 홍 감독이 전문스포츠지도사 2급 자격증이 없음에도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것이 같은 규정 제5조를 위반하였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한편, 체육회 또한 정관 제11조에 따라 회원단체인 협회의 사업에 관해 조사, 감사할 수 있고 위법, 부당한 사실이 있다고 밝혀진 경우 징계처분 또는 시정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이번 사안과 같은 스포츠 관련 분쟁은 '법률, 대한체육회 규정, 종목단체 규정' 등을 오가며 규정의 적용 여부를 놓고 종합적으로 해석해야 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법률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향후 국민의 따끔한 지적과 비판을 반영하여 대한축구협회의 축구 행정이 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지길 바라며 한국 축구를 사랑하는 한 명의 팬으로서 하루 빨리 이 문제가 해결되어 선수들이 오로지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