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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김혜성. /사진=김진경 대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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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김혜성이 16일 애슬레틱스전에서 주루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사진=LA 다저스 공식 SNS |
다저스가 다시 한번 결단을 내렸다. 베테랑 유틸리티 플레이어 크리스 테일러(35)를 끝내 지명양도(DFA)로 방출한 것이다.
다저스는 19일(한국 시각) 토미 에드먼을 부상자 명단(IL)에서 복귀시키면서, 테일러를 DFA 처리했다. 에드먼의 복귀에 따른 테일러의 방출은 곧 김혜성의 빅리그 생존을 의미한다. 사실상 김혜성이 향후 다저스에서 테일러의 역할을 맡을 것이 유력하기 때문이다.
김혜성은 올 시즌 개막 로스터에 진입하지 못한 채 마이너리그 트리플A 무대에서 출발했다. 그러다 토미 에드먼이 오른쪽 발목 염증 증세로 이탈하면서 10일짜리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김혜성이 지난 4일 콜업되면서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여기에 테오스카르 에르난데스마저 왼쪽 허벅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김혜성이 올라올 수 있는 자리가 생겼던 것.
다만 이들이 복귀할 경우, 김혜성은 다시 트리플 A 무대로 내려가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테일러를 방출시키면서 김혜성의 한 자리를 마련한 것. 다저스가 김혜성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김혜성이 이렇게 확실하게 자리를 잡기 전까지 수많은 고비가 있었다. 당장 다저스 입단 후 김혜성은 스프링캠프 때부터 포지션 경쟁에서 승리해야만 했다. 그리고 다저스가 지난 시즌까지 주전 2루수였던 개빈 럭스를 신시내티 레즈로 트레이드시키면서 청신호가 켜지는 듯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시범경기 부진이 결정적이었다. 김혜성은 시범경기 15경기에 출장해 타율 0.207(29타수 6안타) 1홈런 3타점 4볼넷 11삼진, 출루율 0.303 장타율 0.310 OPS(출루율+장타율) 0.613의 성적에 그쳤다.
마이너리그로 내려간 김혜성은 트리플A 무대에서 기회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트리플A 28경기에 출장해 타율 0.252(115타수 29안타) 5홈런 19타점 22득점 13도루 OPS 0.798의 성적을 올린 김혜성. 결국 토미 에드먼이 부상으로 이탈하자 다저스는 그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김혜성을 전격 콜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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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김혜성이 15일(한국 시각) 애슬레틱스전에서 메이저리그 데뷔 첫 홈런을 터트린 뒤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LA 다저스 공식 SN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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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다저스 김혜성. /AFPBBNews=뉴스1 |
비록 좌투수가 상대 선발로 나올 때는 철저하게 플래툰 시스템에 따라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되고 있지만, 김혜성은 이미 실력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증명한 상태다. 미국 현지에서도 그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다.
미국 매체 다저스 네이션의 노아 캄라스 기자는 개인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김혜성은 다저스에 아주 잠깐 있을 예정이었는데, 9번 타자로 매우 뛰어난 기록을 남겼다. 다저스에 빅리그 잔류 외에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았다"고 치켜세웠다. LA 타임스 기자인 잭 해리스도 "최근 김혜성의 활약을 고려할 때 테일러의 자리는 위태로워 보였다. 남은 과제는 외야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복귀할 경우, 김혜성에게 타격 기회를 주는 것"이라면서 "김혜성은 다재다능함으로 인해 계속해서 기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사령탑인 데이브 로버츠 다저스 감독은 김혜성에 대해 "그는 지금 마법의 요술 지팡이(방망이)를 갖고 있다.(He just kind of has a magic wand right now)"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테일러는 시애틀 매리너스를 거친 뒤 2016년부터 다저스에서 활약한 베테랑이다. 2020시즌과 2024시즌에는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로 활약했다. 다만 올 시즌 테일러는 28경기에 출장해 홈런 없이 타율 0.200(35타수 7안타), 2타점에 그쳤다. 결국 앞서 베테랑 포수 오스틴 반스를 방출한 다저스는 테일러마저 내보내면서 본격적인 야수진 세대교체 작업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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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성. /AFPBBNews=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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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니 쇼헤이(오른쪽)가 김혜성(오른쪽에서 두 번째)과 서로를 존중하는 의미의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사진=LA 다저스 공식 SN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