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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원석이 11일 대전 두산전 2회말 1사 만루에서 홈런을 치고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개인 데뷔 첫 만루홈런이자, 한화 신구장 첫 그랜드슬램이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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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원석(왼쪽에서 3번째)이 11일 대전 두산전 2회말 1사 만루에서 홈런을 치고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개인 데뷔 첫 만루홈런이자, 한화 신구장 첫 그랜드슬램이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
한화는 11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정규시즌 두산 베어스와 홈경기에서 이원석의 만루포를 앞세워 9-1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한화는 39승 27패로 2위를 유지하며, 같은 날 SSG에 승리한 1위 LG 트윈스(39승 1무 26패)를 0.5경기 차로 바짝 추격했다.
이날의 주인공은 이원석(26)이었다. 이원석은 올해 이 경기 포함 57경기 59타석이라는 기록에서 보이듯, 좌완 투수 상대로나 이따금 선발 출전하던 대타 요원이었다. 하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양 팀이 0-0으로 맞선 2회말 1사 만루에 타석에 들어선 이원석은 최원준의 2구째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걷어 올려 좌측 담장 밖으로 보냈다. 자신의 데뷔 첫 만루홈런이자 한화 신구장 개장 첫 그랜드슬램이었다.
이원석의 직전 경기 실책이 있었기에 감동은 배가 됐다. 이원석은 지난 10일 대전 두산전 7회초 선두타자 양의지의 뜬공 타구를 놓쳐 2루타를 허용했다. 다행히 선발 투수 라이언 와이스가 아웃카운트 3개를 내야 뜬공, 삼진 2개를 솎아내며 실점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자신에게 미안함을 느꼈던 이원석의 마음을 알아서였을까. 이날 이원석의 만루홈런에 가장 기뻐한 건 와이스였다. 와이스는 더그아웃으로 들어온 이원석에게 함박웃음으로 반기며 힘껏 끌어안았다. 그리고 이 모든 장면을 연출한 것이 김경문 한화 감독이었다. 이날 경기 전까지 타율 0.191로 타격이 저조했고, 실책까지 범한 이원석을 라인업에서 뺄 수도 있었으나, 김경문 감독은 오히려 선발 출전시키며 믿음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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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외국인 투수 라이언 와이스(왼쪽)가 11일 대전 두산전 2회말 1사에서 만루 홈런을 치고 들어온 이도윤을 반기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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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조동욱이 11일 대전 두산전에서 호투 후 미소 짓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
하지만 겨우내 하루 달걀 10개를 섭취해 10㎏을 증량하는 부단한 노력 끝에 올해 구속과 구위를 늘려 선발 기회마저 잡았다. 그리고 첫 선발 등판에서 5이닝 4피안타(1피홈런) 2볼넷 2탈삼진 1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따내면서 한화 팬들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올해 한화가 사랑받는 이유는 최근 몇 년간 볼 수 없던 호성적이 가장 크다. 특히 코디 폰세, 와이스, 류현진 등 특정 선수들이 중심을 잡고 팀을 이끄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그들이 잠시 주춤하고 힘들 때 제각기 다른 사연을 지닌 선수들의 깜짝 활약이 팬들을 대전으로 모이게 하고 있다.
11일 경기까지 6월 거둔 5승이 모두 그러했다. 최근 류현진과 에스테반 플로리얼의 부상 이탈 등으로 고전 중인 한화지만, 매 경기 다른 선수가 결승타를 치면서 빈틈을 메우고 있다. 5승 중 유일하게 결승타가 기록되지 않은 3일 대전 KT전은 에이스 폰세가 6이닝 무실점 7탈삼진의 압도적인 구위로 주인공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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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도윤(왼쪽)이 4일 대전 KT전 7회말 2사 2, 3루서 우전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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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도윤(왼쪽)이 4일 대전 KT전 7회말 2사 2, 3루서 우전 2타점 적시타를 때려내고 기뻐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
존재감을 알리는 한 방이었다. 이도윤은 프로 10년 차인 지난해가 돼서야 유격수로서 자리 잡았으나, 심우준의 영입과 하주석의 반등으로 올해는 50경기 117타석 출전에 그쳤다. 하지만 4일 경기 결승타에 11일 대전 두산전 멀티히트로 주전 선수들에게도 자극을 주고 있다.
7일 광주 KIA전 승리 주역인 이진영(28)은 상황이 한 편의 드라마였다. 선린인터넷고 졸업 후 2016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6라운드 58순위로 KIA에 입단한 이진영은 2022년 이민우, 이도현을 상대로 한화에 트레이드된 이적생 출신이다. KIA의 쟁쟁한 외야진에 밀려 떠난 한화에서도 크게 임팩트를 남기지 못했던 이진영은 올해 트레이드 맞상대였던 김도현의 준수한 선발 자원으로 거듭나며 더욱 비교됐다.
그러나 이진영 역시 54경기 타율 0.299(167타수 50안타) 6홈런 2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844로 자신의 장점을 살리며, 윈윈 트레이드의 사례로 바꾸고 있다. 7일 경기가 대표적인 예였다. 득점이 아니면 3시간여의 경기가 물거품이 되는 연장 11회초 2사 2루에서 이진영은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커브를 자세를 무너트리며 기술적으로 밀어 쳤고 이는 좌중간 외야를 갈라 4-3 역전승을 일궈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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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이진영이 7일 광주 KIA전 연장 11회초 2사 2루서 좌중간 1타점 적시타를 치고 포효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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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황영묵이 10일 대전 두산전 6회말 1사 3루서 안타를 치고 1루까지 전력질주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
양 팀이 0-0으로 팽팽한 6회말 1사 3루서 황영묵의 플레이는 그의 스타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타구가 어빈을 맞고 높게 튀어 오르는 행운도 따랐으나, 황영묵은 1루를 향한 전력 질주로 상대 내야의 송구 실책을 유발했다. 집념과 발로 만든 황영묵의 내야 안타는 이후 한화가 7회말 5득점 하면서 결승타가 됐다.
한화는 10일 대전 두산전 만원 관중에 단 309명이 모자라 4월 13일 대전 키움전부터 시작된 홈경기 연속 매진 기록을 '24'에서 멈추게 됐다. 이는 지난해 한화가 스스로 세운 홈 17경기 연속 기록을 또다시 경신한 것으로 KBO 최초 역사였다.
하지만 이렇듯 매 경기 주인공이 바뀌는 한화표 옴니버스 드라마에 팬들은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를 찾지 않을 수 없다. 한화는 11일 대전 두산전에서 1만 7000명의 만원 관중을 동원해 홈경기 연속 매진 신기록 경신을 위한 힘찬 발걸음을 다시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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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구단이 11일 대전 두산전에서 시즌 29번째 전석 매진 소식을 알렸다. /사진=한화 이글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