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힐 듯 잡히지 않는 '선두 LG', 왜 1강인가... 흙투성이 베테랑들에게 물어보라

김동윤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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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잠실 SSG전에서 LG 구본혁(왼쪽)의 유니폼이 흙투성이가 됐다.
11일 잠실 SSG전에서 LG 구본혁(왼쪽)의 유니폼이 흙투성이가 됐다.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 대 SSG 랜더스 경기가 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김현수가 7회말 1사 3루에서 1타점 역전타를 날리고 출루한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 대 SSG 랜더스 경기가 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김현수가 7회말 1사 3루에서 1타점 역전타를 날리고 출루한 후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2025년 LG 트윈스는 시즌을 치를수록 1강 전력으로 분류되고 있다. 치열한 순위 경쟁과 잇따른 부상 이슈로 따라잡힐 듯하면서도 잡히지 않는 최강팀다운 면모를 보이고 있어서다.

LG가 3월 26일 단독 선두로 올라선 후 1위 자리를 내준 건 5월 7일부터 5월 11일까지 딱 5일이었다. 그 기간 외에는 승차 없는 동률을 허용할지언정,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실제로 LG는 3월 26일 이후 2위와 1경기 차 내 상황에서 다음 경기 10승 2패의 높은 승률을 자랑하고 있다. 승차 '1'에서 5월 4일 잠실 두산전 패배로 처음으로 한화에 공동 1위 자리를 내주고, 승차 '0'에서 5월 7일 잠실 두산전 패배로 한화에 선두를 빼앗긴 것이 전부다.


오랜 시간 1위로 군림했지만, 언제 한 번 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다. 개막부터 필승조 유영찬, 함덕주, 장현식 없이 시작했고, 시즌 들어와서도 부상과 부진의 이유로 주전 선수들이 쉴 새 없이 재활군을 오고 갔다. 가장 최근에는 우승 캡틴이자 유격수 오지환과 4선발 손주영이 2위 한화와 맞대결을 앞두고 재정비를 이유로 1군에서 제외됐다.

0.5경기 차 살얼음을 걷는 선두 경쟁에도 LG와 염경엽 감독은 결코 서두르지 않았다. 144경기 장기 레이스를 위해 큰 그림을 그리는 건 구단과 사령탑의 몫이다. 아직 본격적인 여름이 오지도 않은 6월은 이보 전진을 위해 일보 후퇴를 할 시점이었다.

염 감독은 지난 5일 부산 롯데전을 앞두고 "(지금 시점에) 1위 하면 좋다. 하지만 (지금 시점의 1위가) 절대적인 건 아니라 생각한다. 여건이 안 될 때 괜히 지키려고 무리하기보단 시즌 마지막에 승부를 걸기 위해 항상 준비하고,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힌 바 있다.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 대 SSG 랜더스 경기가 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오스틴이 7회말 1사 1루에서 좌월 2점 홈런을 날리고 홈인한 후 김현수와 기뻐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LG 트윈스 대 SSG 랜더스 경기가 1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렸다. LG 오스틴이 7회말 1사 1루에서 좌월 2점 홈런을 날리고 홈인한 후 김현수와 기뻐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LG 오스틴이 11일 잠실 SSG전이 끝난 뒤 취재진의 사진 요청에 응했다. /사진=김동윤 기자
LG 오스틴이 11일 잠실 SSG전이 끝난 뒤 취재진의 사진 요청에 응했다. /사진=김동윤 기자
2년 전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 끝에 통합 우승을 차지한 경험, 그리고 캡틴 박해민을 비롯한 김현수, 오지환 등 베테랑들에 대한 믿음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시즌 운영이다. 페이스를 조절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 기간 팀 분위기가 너무 처지지 않게 나쁜 흐름을 빨리 끊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그 역할을 박해민을 비롯한 주장단과 오스틴 딘, 홍창기 같은 중견급 선수들까지 도와 팀을 하나로 만들고 있다.

염 감독 역시 지난 4월 광주 KIA전에서 "고참들이 팀을 잘 이끌어주고 후배가 잘하지 못했을 때도 다독여준다. 내가 얘기하기 전에 선수들이 움직인다. 이기라고 얘기도 안 했는데 박해민을 중심으로 선수들끼리 미팅을 하더라"며 "우리 LG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 팀이 훨씬 강해지고 어린 선수들이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되는 쪽으로 가고 있다"고 칭찬한 바 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들도 계속되는 동료들의 부상과 연패에는 지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누구보다 한 발 더 나서는 솔선수범의 태도로 어떻게든 버텨내고 팀을 지탱하는 LG 베테랑이다. 11일 잠실 SSG전도 그런 경기 중 하나였다. 이날 LG는 미치 화이트의 호투에 경기 중반까지 고전했다. 구본혁 외에는 멀티히트를 친 선수가 없을 정도로 꽁꽁 묶였다. 하지만 LG 베테랑들이 무너질 상황에서도 기어코 기회를 창출해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3-3으로 맞선 7회말 선두타자 박해민이 우전 안타로 출루했고 끊임없이 2루 도루를 노렸다. 계속된 견제에 박해민의 유니폼은 서서히 흙투성이가 됐다. 그리고 마침내 8번의 시도 끝에 2루를 훔쳤고, 계속해서 번트를 시도하던 신민재는 땅볼 타구로 박해민을 3루로 보냈다.

LG 박해민이 11일 잠실 SSG전 7회말 2루 도루에 성공했다.
LG 박해민이 11일 잠실 SSG전 7회말 2루 도루에 성공했다.
LG 김현수가 11일 잠실 SSG전 9회초 1사 1루에서 최정의 타구를 다이빙 캐치해냈다.
LG 김현수가 11일 잠실 SSG전 9회초 1사 1루에서 최정의 타구를 다이빙 캐치해냈다.
박해민의 집념이 빅이닝으로 이어졌다. 뒤이어 김현수가 중전 1타점 적시타로 역전을 만들고, 오스틴이 좌월 투런포로 쐐기를 박았다. 수비 집중력도 돋보였다. LG가 6-4로 앞선 9회초 1사 1루에서 김현수는 몸을 날리는 허슬 플레이로 최정의 타구를 다이빙 캐치해 분위기를 오히려 가져왔다.

경기 후 만난 오스틴을 통해 최근 LG 선수단의 결연한 분위기를 읽을 수 있었다. 오스틴은 "단순히 승패뿐 아니라 (홍)창기가 큰 부상을 당하고 (오)지환 선수가 잠시 (2군에) 내려가 있는 등 상황이 좋지 않았다. 그럴 때면 선발로 나가던 선수들에게 부담이 찾아오기 마련"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팀이 힘든 때일수록 베테랑들이 어떻게든 결과를 내려고 하고 있다. 어린 선수들도 약간 더 힘을 내 빈 자리를 메워주고 견뎌내고 있다"며 "지금은 (순위 경쟁에 신경 쓰기보다) 선수 모두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끌어내서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가려 하고 있다"고 힘줘 말했다.

김현수의 단상 인터뷰도 팬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김현수는 "솔직히 우리 선수들 심적으로 힘들다. 많이 다치기도 했다. 하지만 똘똘 뭉치고 있고 (박)해민이도 주장 정말 잘하고 있다. 나도 해민이 잘 도와서 이겨내고, 많이 찾아와주시는 팬분들을 위해서 지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감사 인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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