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하고 싶단 생각도..." 고개 숙였던 1할 타자, 연장 결승포→사령탑도 웃었다 [고척 현장]

고척=안호근 기자 / 입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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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김휘집이 12일 결승 투런 홈런을 날린 뒤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NC 김휘집이 12일 결승 투런 홈런을 날린 뒤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안호근 기자
"힘들죠. 4타수 무안타 치면 진짜 다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요. 그런데 어쩌겠어요."

여전히 1할대를 면치 못하고 있지만 가장 짜릿한 승리를 장식하며 화려한 엔딩 요정이 됐다. 김휘집(23·NC 다이노스)이 모처럼 활짝 웃었다.


김휘집은 12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방문경기에서 9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해 10회초 승리를 확정짓는 투런 홈런을 터뜨렸다.

12경기 만에 터진 짜릿한 홈런에 NC는 2연승을 달렸고 4연속 시리즈 열세 이후 오랜 만에 위닝시리즈를 수확했다. 5위 KT 위즈와 승차도 3경기로 좁혔다.

선발이 일찍 무너지며 불펜 자원만 8명을 투입해야 했던 어려운 경기였지만 NC는 박건우의 스리런 홈런과 맷 데이비슨의 동점 솔로포에 힘입어 김휘집의 한 방으로 짜릿하게 이겼다. 특히나 긴 부진을 겪은 김휘집이 경기를 끝냈다는 점이 매우 의미가 깊었다. 이날 전까지 김휘집의 타율은 0.190이었다.


연장 10회 결승 투런 홈런을 날리고 있는 김휘집.
연장 10회 결승 투런 홈런을 날리고 있는 김휘집.
경기 전 이호준 감독은 김휘집에 대한 이야기로 긴 시간을 보냈다. 김휘집이 너무 높은 코스를 스트라이크 존으로 설정해두고 있다며 "그런데 확실히 좋은 걸 가지고 있는 친구라 그것만 보강되면 그렇게 세게 치지 않아도 홈런 개수도 늘어나고 장타도 많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경기 초반엔 외야 뜬공으로, 경기 후반엔 삼진 2개로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찾아온 10회초 2사 1루. 득점권도, 김휘집이 타격감이 좋았던 상황도 아니기에 크게 기대가 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휘집은 앞서 삼진 2개를 잡아낸 이강준의 낮은 코스의 시속 152㎞ 투심 패스트볼을 제대로 받아쳤고 타구는 130m 초대형 홈런이 됐다. 감독의 경기 전 지적을 뒤집는 낮은 코스 공을 때려낸 홈런이라 더 의미가 깊었다.

지난 시즌 도중 트레이드로 키움에서 NC로 이적한 김휘집은 지난해 트레이드 후 키움전 타율 0.405(42타수 17안타)로 훨훨 날았음에도 세리머니에 조심스러웠지만 이날은 달랐다. 그동안 쌓아온 울분을 토해내듯 과감하게 감정을 표출했다.

경기 후 만난 김휘집은 "꼭 잡아야 되는 경기였는데 승리해서 너무 좋고 (홈런이) 중요한 순간에 나와서 좋다"며 "시원했다. 연습하던 스윙에서 나온 홈런이라 너무 좋았다. 그런데 저도 모르게 세레머니를 너무 길게 한 것 같아서 신경이 쓰였다"고 미소를 짓기도 했다.

득점 후엔 더그아웃 앞에서 90도로 허리를 숙이기도 했다. 김휘집은 "모든 분들한테 한 것이다. 일찍 끝날 수도 있었는데 저 때문에 더 어려운 경기가 됐고 이 시간까지 길어져서 죄송한 마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홈런을 날리고 포효하는 김휘집.
홈런을 날리고 포효하는 김휘집.
그간의 부진으로 마음이 무거웠을 법하다. 김휘집은 "스트레스 받고 풀고 하다 보면 연습으로 푸는 것 밖에 없다. 각자의 위치에서 누구나 스트레스를 받지만 어쩌겠나"라며 "선수는 힘든 순간이 와도 어쨌든 이겨내야 하기에 그걸 마음고생이라고 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부진이 길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힘들다. 4타수 무안타를 치고 나면 '진짜 다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면서도 "그런데 어쩌겠나. 다음날 일어나면 또 운동 열심히 하고 희망차게 시작해야 한다"고 전했다.

타격폼 등 수정을 가하면서도 경기에 나서야 하는 일이 쉬운 건 아니었을 터. 2군에 가서 편하게 타격폼을 수정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을까. 김휘집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마음은 없었다. 실력이 부족해서 내려간다면 당연히 받아들이지만 도망치는 건 싫었다"며 "그래서 5월에는 더 무리하게도 움직여보고 했다. 싸우다가 내 몸에 지는 한이 있더라도 도망치고 싶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렇기에 "제가 저를 스스로 못 믿어서 그 불안함을 자꾸 가지니까 그게 너무 속상했다"던 김휘집은 "그런데 요즘에는 확실히 좋아졌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휘집은 "다들 너무 기뻐해 주셔서 너무 감사했다"며 "감독님은 기대 안 했다고 하셨는데 감독님이 기대 안 할 때쯤 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기대가 컸던 게 이호준 감독이다. 이 감독은 경기 후 "(김)휘집이의 시원한 홈런이 나왔다. 본인도 최근 답답한 시간이 있었을 텐데 오늘이 좋은 전환점이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호준 감독(오른쪽)이 홈런을 치고 돌아온 김휘집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다.
이호준 감독(오른쪽)이 홈런을 치고 돌아온 김휘집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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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호근 |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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