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트윈스 내야수 구본혁(28)이 야구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그동안 해보고 싶던 버킷 리스트를 하나하나 지워나가면서 LG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구본혁은 29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정규시즌 KT 위즈와 홈경기에서 7번 타자 및 3루수로 선발 출장해 5타수 4안타 3타점 1득점 맹활약으로 LG의 8-2 승리를 이끌었다.
안타 하나하나가 알짜였다. 2회말 첫 안타는 선두타자로서 타선의 물꼬를 텄고, 3회말 2사 1, 2루에서 터진 좌익선상 2루타는 2-2 동점을 만드는 적시타였다. 4회말 2사 1루서 이채호의 초구를 공략해 분위기를 이었고, 8회말 무사 2, 3루에서는 우전 1타점 적시타로 쐐기를 박았다. 장충고-동국대를 졸업한 구본혁이 2019년 KBO 신인드래프트 2차 6라운드 55순위로 입단한 후 1군 529경기 만에 처음 해본 한 경기 4안타였다.
경기 후 만난 구본혁은 "4안타 경기를 한번 해보고 싶었다. 4안타는 하고 싶다고 해서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운이 좋아야 하는 것이다. 상대 필승조가 올라오면 힘들 거라 생각했는데 마지막에 운 좋게 빠져나가서 정말 기분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2회초 실책하고 3회말 내 타석에서 주자가 두 명 깔려 있길래 여기서 동점 만들어서 내가 싼 똥은 내가 치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말 말처럼 그게 이뤄져서 더 좋았다. 지난 3경기 동안 안타가 없긴 했는데, 감은 정말 좋았었다. 그래서 이 감을 믿고 밀고 가자 언젠가 결과는 따라온다 생각하고 타석에 들어섰는데 그게 통했다"고 활짝 웃었다.
최근 팬들에게 있어 구본혁의 성장 서사는 LG 야구를 보는 재미 중 하나다. 오스틴 딘(31)이 지난 3일 부상으로 이탈한 후부터 구본혁은 선발로 자주 나서기 시작했다. 3루수 문보경이 오스틴의 1루로 향하고 구본혁이 그 자리를 메웠다. 이후 인생 하이라이트급 슈퍼 캐치와 임팩트 있는 타격으로, 그동안 팀에 활력을 불어넣던 오스틴 대신 LG에 동력이 되고 있다.
구본혁은 "우리 팀에 있어 오스틴이 없는 것이 정말 아쉽다. 그 공백을 내가 메울 수는 없겠지만, 최대한 티 안 내고 수비에서 조금 더 보여주면서 승리에 일조하는 것이 내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스포트라이트를 조금씩 받으면서 인터뷰 스킬도 일취월장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수줍음 많던 청년은 어느덧 자신감 있게 자신의 매력을 보일 수 있는 선수가 됐다. 일례로 구본혁은 지난 25일 잠실 두산전에서 파울볼 처리를 위해 3루 담장을 올라타는 슈퍼캐치로 경기를 끝낸 뒤 "담장 밖으로 떨어지려고 했다"며 "나도 빨리 들어가서 영상을 찾아보고 싶다"고 말해 팬들에게 웃음을 안겼다.


이날은 "또 해보고 싶은 것이 있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내 야구 인생은 조금 느리지만, 해보고 싶은 것이 하나하나 이뤄지는 걸 보니 운이 좋은 것 같다"고 팬들의 마음을 뭉클하게 했다. 이어 "사이클링 히트도 정말 해보고 싶다. 지금 타격감이면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세게 치려고 하지 않고 우측으로 안타를 치려고 하다 보니 좋은 타구들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덕분에 LG는 56승 2무 40패로, 같은 날 삼성에 2-9로 패한 1위 한화(57승 3무 37패)와 승차를 2경기로 줄였다. 구본혁은 "그런 걸 보면 1위가 참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도 조금씩 따라가다 보면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LG 염경엽 감독 역시 경기 후 소감에서 "끌려가는 상황에서 구본혁의 2타점 동점타와 손용준의 역전타로 전체적인 경기의 흐름을 우리 쪽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 구본혁이 개인 최다 4안타 3타점으로 오늘 타선을 이끌었다"고 콕 집어 칭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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