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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임찬규. /사진=김동윤 기자 |
임찬규는 14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정규시즌 한화 이글스와 방문경기에서 6이닝 2피안타 3사사구(2볼넷 1몸에 맞는 볼) 3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LG가 1-0으로 리드한 7회말 한화에 2점을 내주고 8회초 한 점을 만회해 최종 2-2 무승부로 경기가 끝났기 때문. 화제를 모았던 1, 2위 맞대결 첫 경기에 승패가 가려지지 않으면서 40승 1무 27패의 한화는 40승 2무 26패의 LG를 0.5경기 차로 추격하게 됐다.
상대 선발 투수는 '그' 폰세였다. 올해 KBO리그에 첫 발을 디딘 폰세는 지난달 17일 대전 SSG전에서 KBO 리그 한 경기 역대 최다 탈삼진 신기록(18개·정규 이닝 기준)을 세우고 한화를 선두권으로 이끌면서 리그 에이스로 분류되고 있다.
그런 폰세를 상대로 임찬규는 판정승을 거뒀다. 이날 폰세는 6이닝 동안 103구를 던지며 4피안타 1볼넷 10탈삼진 1실점 했고, 7회초 시작할 때까진 임찬규가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고 있었다. 삼진 수 자체는 임찬규 3개, 폰세 10개로 크게 밀렸으나, 경기 내용은 막상막하였다. 스타일의 차이였다. 이날도 임찬규는 최고 시속 142㎞의 느린 직구와 커브, 체인지업 등 다양한 변화구로 타자들을 요리했다.
1회초가 가장 위기였다. 선두타자 이원석에게 8구 승부 끝에 볼넷을 주고 하주석에게 병살타를 끌어내며 쉽게 가나 싶더니, 문현빈과 노시환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2사 2, 3루 위기에 놓였다. 하지만 칼처럼 날카로운 제구가 빛을 발했다. 채은성에게 체인지업과 슬라이더로 순식간에 스트라이크 2개를 먼저 잡았다. 3구째 직구는 바깥쪽 낮게 스트라이크존 경계로 향했는데 볼이 선언됐다. 하지만 곧바로 같은 위치에 공만 하나 안쪽으로 집어넣어 헛스윙 삼진을 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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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임찬규. /사진=김동윤 기자 |
이후 계속해서 한화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으며 9타자 범타 행진을 이어갔다. 5회말 몸에 맞는 공으로 출루한 이원석이 2루 도루에 포수 송구 실책으로 3루까지 향했으나, 폭투 때 문보경과 협살로 잡아내며 또 한 번 실점 위기를 넘겼다. 6회 삼자범퇴를 끝으로 마운드에서 내려온 임찬규는 올해 한화 상대 3경기 2승 무패 평균자책점 0.41, 22이닝 15탈삼진으로 천적의 모습을 이어갔다. 이젠 아무도 임찬규가 LG 국내 선발 중 가장 믿음직한 선수라는 것에 이견이 없는 모습이다. LG 염경엽 감독은 피치 터널을 활용한 임찬규의 체인지업이 갈수록 원숙해지는 모습을 몇 번이고 칭찬했다.
3년째 안정적인 모습에 이젠 임찬규의 KBO 통산 100승 도전이 힘들다 보는 의견은 보이지 않는다. 임찬규의 데뷔 초를 떠올리면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가동초-청원중-휘문고 졸업 후 2011년 KBO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LG에 입단한 임찬규는 커리어 초반 어려운 나날을 보냈다. 2017년까진 100이닝을 소화하기도 힘들었고 프로 11년 차인 2021년이 돼서야 처음 평균자책점 3점대를 마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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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계약 당시 LG 임찬규(왼쪽)와 김인석 LG스포츠 대표이사. /사진=LG 트윈스 제공 |
LG는 그런 임찬규에게 4년 50억 원의 FA 계약을 안겼고, 임찬규는 보장액을 스스로 낮추며 그 믿음에 화답했다. 임찬규는 이후에도 2023년 때의 모습을 이어가며 어느덧 KBO리그 통산 83승(80패 6홀드 8세이브)에 다다랐다. 현재 LG 구단 통산 다승 4위에 올라가 있는 임찬규가 만약 17승을 더한다면 LG 프랜차이즈 역사상 3번째 100승 투수가 된다.
올해 초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임찬규는 "100승은 어느 선수나 하고 싶은 목표다. 하지만 승리 자체를 목표로 하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내가 주어진 자리에서 매일 팀이 이길 수 있도록 던지다 보면 언젠가 100승도 지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그보단 엘린이(LG+어린이)로서 자부심이 더했다. 임찬규는 자신을 늘 뼛속부터 엘린이라고 자랑하는 보기 드문 프랜차이즈 스타 중 하나다. 스프링캠프 당시 임찬규가 "나는 2002년에 야구를 제대로 접한 LG 트윈스 팬이다. LG는 서울을 상징하는 팀이다. 서울을 연고지로 한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의 팀이다. 이 부분을 꼭 기사에 강조해 주셨으면 좋겠다"며 "그렇기 때문에 LG 소속이라면 그 자부심을 갖고 뛰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고 말해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그런 만큼 100승 자체보단 뿌듯함을 이야기한 엘린이 출신이다. 임찬규는 "내가 가진 모든 기록이 LG 트윈스 이 팀 안에서 일어났다는 것에 대한 성취감과 뿌듯함이 있다. 어렸을 적부터 좋아했던 팀을 만나 이렇게 성적을 내고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른다. 내가 꼭 (구단 최다승) 1위를 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어렸을 적 우상이었던 선배님들 기록 사이에 내가 껴 있다는 것 자체로도 충분히 기쁜 일이고 영광"이라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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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임찬규. /사진=김동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