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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윤영미 인스타그램 |
최근 윤영미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아파트 월세가 50만원 올랐다. 8년째 야금야금 오르더니 올해는 대폭 인상.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우울과 화가 연달아 찾아왔다. 월세살이 16년. 전셋돈도 없어 월세를 살았지만 이렇게 월세살이가 길어질 줄은 몰랐다"는 글을 올렸다.
윤영미는 "먼저 우울이 찾아왔다. 또 비교가 나를 괴롭혔다. 내 주변에 나처럼 월세 사는 사람 없는데. 다들 CEO 남편이나 의사 남편 두고 돈 걱정 없이 사는데"라며 "나는 어째 40년 넘게 직장생활에 프리랜서로 일했고 멀쩡한 남자와 결혼했건만 이다지도 늘 삶이 고단할까"라고 털어놨다.
이어 "몇몇 약을 처방받아왔다. 오른 월세에 호르몬도 안 좋다니. 더 기분이 처진다. 우울과 화, 울화가 크루아상같이 겹겹이 에워싼다"며 "여기저기 지뢰밭이다. SNS를 보면 다들 웃고 마시고 떠나고 사고 만나고. 세상 행복 천지인데 나만 불행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윤영미는 "2년 후면 형편이란 건 어찌 바뀔지 모르는 거야. 월세를 탈출해 서울 시내 내가 원하는 마당 있는 작은 집을 사서 내 취향껏 고치고 있을지도 몰라. 생각의 방향을 조금 바꾸니 우울의 먹구름이 서서히 걷히는 듯하다. 너 잘했어. 나, 화이팅"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한편 윤영미는 1985년 춘천 MBC 공채 아나운서로 입사했고 1991년 SBS 경력직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또한 그는 황능준 목사와 1995년 결혼해 슬하에 두 아들을 뒀다. 2010년 SBS를 퇴사한 그는 현재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다.
다음은 윤영미 글 전문
아파트 월세가 50만원 올랐다. 8년째 야금야금 오르더니 올해는 대폭인상. 그 이야기를 듣자마자 우울과 화가 연달아 찾아왔다. 월세살이 16년....전셋돈도 없어 월세를 살았지만 이렇게 월세살이가 길어질 줄은 몰랐다.
먼저 우울이 찾아왔다. 또 비교가 나를 괴롭혔다. 내 주변에 나처럼 월세사는 사람 없는데... 다들 CEO 남편이나 의사남편 두고 돈걱정 없이 사는데....다들 시댁이 빵빵해 강남에 아파트 한채씩은 턱턱 사주고 물려받을 유산도 어마어마한데... 나는 어째 40년 넘게 직장생활에 프리랜서로 일했고 멀쩡한 남자와 결혼했건만 이다지도 늘 삶이 고단할까....
남편에게 화살이 갔다. 어디가서 50만원이라도 좀 벌어와봐. 월세 50만원 올랐다 얘기하며 나만 쳐다보지말구. 나도 이제 늙어 능력도 없어. 이젠 나이들어 방송도 없고 겨우 장사해서 먹고사는데 그것도 경기가 안좋아 벌이가 안돼. 당신이 어떻게 좀 해봐. 왜 맨날 나혼자 이리뛰고저리뛰고 해야돼.
남편에게 지청구를 해봤자 답이 나올리가 없지. 평생 목회자 일만 하며 남을 도와 온 사람이 어디가서 갑자기 돈을 벌겠냐. 닥달해봤자 혈압 오르는건 나지. 병원에 가서 진료결과를 보니, 부신홀몬과 코티졸 행복호르몬이 완전 바닥이란다. 그래서 우울하고 기운 없을거라고. 부신과 코티졸이 계속 떨어지면 파킨슨에 걸릴 위험도 커진다고.
몇몇 약을 처방 받아왔다. 오른 월세에 홀몬도 안 좋다니... 더 기분이 쳐진다. 우울과 화, 울화가 크로아상 같이 겹겹이 에워싼다. 치열하게 살아 온 보상심리가 쓰나미처럼 밀려오다가 시골태생으로써 아버지 없이 자라온 한탄스러움에.....끄집어 내자면 고구마줄기마냥 인생의 쓴뿌리가 꾸역꾸역 올라온다. 발리 비치클럽에서 핫핑크 스커트입고 얄굳게 춤추던 기세는 다 어디 갔는지. 오자마자 생활고의 고단함이 온몸을 들쑤신다. 게다가 여행경비를 많이 썼는지 카드값 빠져나가고보니 통장이 또 마이너스.
여기저기 지뢰밭이다. SNS를 보면 다들 웃고마시고떠나고사고만나고.... 세상 행복천지인데 나만 불행한것 같다. 어쩌면 강건너 타인의 삶은 언제나 욕망의 장면이겠지만. 하긴 며칠 전 미팅을 하는데 어느 대표님이 그런 얘기를 하더라만. 난 SNS를 보며 영미씨의 삶이 참 부러웠어요. 자신감 넘치는 당당함도 그렇고 목회자 남편의 기도도 부러웠고 두아들도 잘 키웠고.... 난 결혼 안 해 남편도 자식도 없어요. 평생 일만 해 겨우 집한칸밖에 없답니다. ....아, 누군가에겐 나도 부러움의 대상이 될 수 있구나. 그래, 타인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것도 때론 괜찮은 치유법이 될 수 있겠다. 부신피질 코티졸 얘기하던 의사선생님도 내가 부러워 내 팬이 됐다고 했었다.
내 나이가 많다고 느껴질때 타임머신을 타고 90세의 내가 지금의 나를 본다고 가정하면 예순의 내가 얼마나 아름다울까. 여행 한번 못가고...비행기 한번 못 타본 사람의 시선으로 나를 바라볼땐 수시로 훌쩍훌쩍 떠나는 내가 얼마나 부러울까. 아이들땜에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어느 엄마의 눈으로 나를 볼때는 속 한번 썩이지 않고 의젓하게 성장한 두아들이 얼마나 부러울까. 큰병에 걸려 시름시름 명을 다해가는 환자의 눈으로 나를 볼때는 겨우 우울증 홧병 불면증으로 투정부리는 내가 얼마나 행복해보일까. 돈 나올 구멍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 나를 볼때는 그래도 가끔 방송도 하고 공구도 하며 먹고사는 내가 얼마나 부러울까.
역지사지는 분란있을때만 하는게 아니라 이렇게 나의 불행을 역지사지의 저울로 재볼때도 필요한 것 같다. 그래, 너보다 내가 낫지....그게 아니라 내가 쥐고 있는 꽃송이의 아름다움을 비로소 발견하게 되는 역지사지의 눈.
내겐 지금 먹을 수있는 여름과일이 냉장고에 그득하고 고기도 조금 쟁여놓았고 다음주 스케줄도 있고 또 여행계획도 있고, 영미상회에서 판매할 제품들도 줄을 서있고.....엄마에게 안부전화도 충실히 하는 아들들도 있고 일일이 참견 안 하고 나하고 싶은대로 놔두는 남편도 있네. 그러고보니. 그깟 월세 50만원...내가 좀 더 벌어보지 뭐. 그래봤자 1년에 600만원. 2년이면 천2백만원. 까짓거 그 정도 돈 가지고 뭐 그리 지끈지끈 스트레스 받고 그러냐. 통도 좁게.
2년후면 형편이란건 어찌 바뀔지 모르는거야. 월세를 탈출해 서울시내 내가 원하는 마당있는 작은집을 사서 내 취향껏 고치고 있을지도 몰라. 생각의 방향을 조금 바꾸니 우울의 먹구름이 서서히 걷히는듯 하다. 너 잘했어.나,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