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 토일드라마 '닥터신' 신주신 역 배우 정이찬 인터뷰

배우 정이찬이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 '닥터신'을 통해 첫 주연 신고식을 완벽하게 치렀다.
최근 스타뉴스는 서울 종로구 사옥에서 지난 3일 종영한 TV조선 토일드라마 '닥터신'(극본 임성한(피비, Phoebe), 연출 이승훈)의 배우 정이찬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닥터신'은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천재 의사와 하루아침에 뇌가 망가져 영혼을 잃어가는 한 여자의 메디컬 스릴러 드라마로, 임성한 작가가 2023년 종영한 TV조선 드라마 '아씨두리안' 이후 약 3년 만에 선보인 신작이다.
정이찬은 극 중 신경외과 원장 겸 보육원 이사장 신주신 역을 맡았다. 그는 '뇌 체인지' 수술을 집도하는 인물로서 메디컬 스릴러의 중심을 잡으며 데뷔 후 첫 주연 존재감을 강렬하게 드러냈다.
◆ 임성한 작가 드라마로 첫 주연 신고식, 부담과 설렘 공존해

정이찬은 종영 소감을 묻자 "시청자 분들이 신주신을 예뻐해 주셔서 의외인 동시에 감사한 마음"이라며 "사실 (캐릭터가) 미움을 받으면 어쩌나 걱정이 있었다. 그런데 점점 신주신의 인간미가 나오면서 더 예뻐해 주신 것 같다. 굉장히 놀라고 감사한 경험"이라고 답했다.
올 초 '닥터신' 촬영을 마친 정이찬은 긴 머리카락을 자르고 확 달라진 모습으로 눈길을 끌었다. 그는 "촬영 중 실제로 머리를 많이 기르기도 하고 헤어 피스를 붙이기도 했다. 머리를 자르니 놀라는 분들도 많더라"며 웃었다.
정이찬을 비롯해 백서라(모모 역), 안우연(하용중 역), 주세빈(금바라 역), 천영민(김진주 역) 등 5명은 긴 오디션 끝에 '임성한의 배우'로 발탁됐다.
오디션 당시에 대해 정이찬은 "오디션장에서 (주연 발탁 사실을) 바로 알게 돼 기분이 좋았지만 포커페이스, 침착한 척을 하고 있었다. 이후 드라마 제목, 인물명, 뇌 체인지라는 소재를 알고 부담감이 확 느껴진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화제작이 많은 임성한 작가님의 작품이고 (임성한 작가의) 기존작들보다 인물이 적고 연령대도 낮아져서 '잘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도 컸다. 동시에 첫 주연작인 만큼 욕심이 생기더라. 오디션 합격한 게 지난해 3월이고 첫 촬영이 그해 8월이었으니 시간이 좀 남은 편이었다. 그 남은 기간에 나를 버리고 신주신이라는 사람 자체로 살려고 했다. 온전히 신주신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드니 걱정과 부담이 설렘으로 바뀌었다"고 인물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극 중 신주신은 '신의 손'이라 불릴 만큼 압도적인 수술 실력을 갖춘 의사다. 심지어 말투나 표정이 다소 기계적인 탓에 일각에선 'AI 의사'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정이찬은 "1부에 보면 수술을 하던 신주신이 모모가 쓰러졌단 소식을 듣고 '119'라고만 말한다. 그걸 보고 저도 '기계인가? 이렇게까지 건조하고 이성적이라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대본에 '드라이' '냉정' '이성적인'이라는 표현이 100번 넘게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인물을 연구하기 위해 성형외과, 치과, 피부과, 정형외과, 흉부외과 의사들을 취재했다. 뇌 수술 장면들은 실제 의사가 촬영 자문을 해주셨다. 제 생각에 '의사'라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건 '신주신'이라는 사람 자체였다"고 지난 여정을 떠올렸다.
또 "'왜?'라는 생각을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신주신의 주거 환경을 보면 병원 위는 펜트하우스, 아래는 시크릿 수술실이다. 무미건조한 잿빛 삶을 사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말투의 경우는 (말을 못 하는) 간호사 박수(박주용 분), 이심(박애린 분)과 함께 살면서 주고받는 대화보다 혼자하는 말, 뚝뚝 끊는 화법이 익숙해졌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다른 배우들과의 연기 호흡은 어땠는지 묻자 정이찬은 "정말 가족 같다. 톡방은 지금도 시끄럽다"고 즉답하며 미소 지었다.
그는 "배우들끼리 모여 각자 소개하는 시간에 '안녕하세요, 저는 00년생이다'고 했는데 아무도 놀라지 않더라. 원래 목소리가 저음이기도 하고 해서 2000년생이라고 하면 많이들 놀라신다. 그런데 놀라지 않아서 신기했는데, 나중에 다른 배우들이 '90년생이라고 한 거 아니에요?'라고 해서 웃겼던 기억이 있다. 서로 정말 친하고 의지도 많이 했다. 일부러 대사체에 익숙해지려고 서로 대사처럼 대화를 주고받고 그렇게 지냈다"고 동료들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
약혼녀 모모의 육체에 예비 장모 현란희(송지인 분)의 뇌를 이식하고, 이후에는 김진주 등 다른 인물들의 뇌까지 말 그대로 '체인지'하는 다소 기괴한 설정은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정이찬은 "제게 두 반려견이 있는데 첫째 레옹은 17살 노령견이다. 어린 시절 레옹을 떠올리면 한 번이라도 더 뛰어 노는 모습을 보고 싶다. 신주신도 그런 것 아닐까 생각해봤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모모를 봤을 때 한 번이라도 더 웃고 걷고 대화 나누는 걸 원할 수 있는 거 아닐까"라고 전했다.
정이찬은 자신에게 있어 '닥터신'이라는 작품에 대해 "신주신은 평생 간직할 캐릭터"라며 "'닥터신'이라는 작품도, 함께 출연한 배우들도 다 평생 갈 존재들 같다. 저는 정말 신주신으로 살고 싶었다. 마지막 촬영 때 마침 바다가 정말 예뻤는데, 훗날 돌이킬 때 초심을 잡아주는 소중한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고 의미를 밝혔다.
◆ 진지한 분위기 속 임성한 작가에게 '갈게, 누나'라고 말한 신예의 패기

임성한 작가는 왜 정이찬을 주연으로 낙점했을까. 정이찬은 이에 대해 "작가님이 나중에 '배역을 내려주신 것 같았다'고 하시더라"며 "감독님을 통해 들은 건 제 얼굴이 주는 냉혈한적인 모습, 차가운 느낌과 목소리가 마음에 드셨다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뇌 체인지'라는 설정에 대한 생각도 털어놨다. 극 중 신주신은 뇌 수술에 대한 광기와 집착을 느끼는 한편 양심의 가책 또한 느끼는 인물이다.
정이찬은 "작가님이 방향성을 많이 잡아주셨다"면서 "신주신이 무감정이 아니라는 게 나중에 점차 드러나지 않나. 처음엔 작가님이 무감정을 원하시고, 제가 신주신으로 계속 살기를 바라셨다. 집중의 끈을 놓지 않길 바라신 것 같다. 처음엔 너무 어려워서 작가님과 새벽에 2시간 넘게 통화하기도 하고 그랬다. 뇌 체인지'라는 말이 파격적으로 들리긴 하는데, 결국 신주신은 금바라(주세빈 분)를 통해 가책과 회의를 느낀다. 그래서 신주신이 죽을 때도 금바라를 떠올리며 죽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청자들이 볼 때) 신주신이 무슨 생각인지 모르는 것이 작가님이 바란 모습이다. 그렇게 아주 냉철하던 인물이 나중엔 갑자기 이상하게 아이에 집착하고 화도 낸다. 네 여자를 대할 때도 미세하고 미묘한 차이를 줘야 했다. 그 '한 스푼의 차이'에 집중하려 노력했다"고 말했다.

임성한 작가에게 들은 조언은 무엇일까. 질문을 받은 정이찬은 "작가님이 사라지셨다"고 답하며 웃었다. 임성한 작가가 전화번호를 바꾼 것.
정이찬은 "평소 작가님에게 연락을 자주 드렸다. 세트장 촬영 마무리 때도 사진 찍어서 보내드리면 '잘했다'고 격려해 주셨다. 원래 답장도 되게 빠르시고 전화도 걸어주시는데 어느 날부턴가 답장이 없으시더라. 감독님이 '작가님은 원래 한 작품 마치면 번호를 바꾸시니까 연연하지 마라'고 하시더라. 사실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이었는데 그때 딱 라이브 방송에 출연하신단 소식을 듣고 정말 반가웠다"고 털어놨다.
임성한 작가는 코미디 유튜버 엄은향의 유튜브 채널에 전화 연결로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임성한 작가는 배우들에게 자신을 '누나' '언니'라고 부르게 하며 친분을 다진다는 설명과 함께 정이찬이 무거운 분위기 속 "갈게, 누나"라고 말해 웃음이 터졌다는 일화를 전하기도 했다.
정이찬은 당시 상황에 대해 "배우들이 작가님에게 정말 혼나는 분위기였다"고 떠올린 뒤 "제가 워낙에 뭘 잘 두고 다닌다. 그때도 혼난 다음 연습실에 작은 대본을 두고 나온 거다. 다시 연습실에 들어가 대본을 챙기고 나왔는데, 인사도 다시 드려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갈게, 누나'라고 한 건데 작가님이 웃기셨던 모양이다. 제 모습에 웃으셨단 건 라이브 방송을 보고 알았다"면서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임성한 작가님은 차가워 보이지만 실제로 체구도 작으시고 정말 정이 많은 분이다. 배우 중 누구라도 몸이 안 좋은 것 같으면 바로 전화를 하신다. 절대 무엇 하나 허투루 흘려 듣지 않으신다. 제가 체중 때문에 하루에 달걀 7~8개를 먹는다는 얘길 들으시곤 바로 전화로 '달걀 노른자 그렇게 많이 먹으면 안 된다'고 하시더라. 마음이 따뜻한 분"이라고 임성한 작가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 부진한 시청률 아쉽지만 엄청난 사랑받아 감사

'닥터신'은 독특한 자막과 대사로도 연일 화제였다. 진지한 장면에서 인물의 속마음이 자막으로 처리되거나 '간절스러웠어요' '저두' '보구 싶었어요'처럼 비표준어 표현으로 수많은 밈(meme)을 양산한 것.
이에 대해 정이찬은 "신주신과 모모(백서라 분)의 소개팅 장면에서 '내가?'라는 자막이 처음 나오는 걸 보고 깜짝 놀라고 저 역시 '우와' 싶었다. 임팩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화제성은 대단했으나 시청률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1회 시청률 1.4%로 시작한 '닥터신'은 뒷심을 발휘하긴 했으나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치고는 부진한 성적을 냈다.
정이찬은 "(임성한 작가의) 전작들이 다 시청률이 높아서 아쉬울 순 있지만 그와 별개로 엄청난 응원과 사랑을 받아 감사한 마음이다. 시청자 분들이 대사를 따라하는 걸 보니 뭉클하더라. 1회부터 쭉 함께 달려와 주신 분들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했다.
'닥터신'으로 성공적인 주연 데뷔를 알린 정이찬은 그간 드라마 '오아시스' '환상연가' 등에 출연했다. 무게감 있는 연기로 눈도장을 찍은 정이찬은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을까.
정이찬은 "서른 중반의 의사 신주신을 찾아가는 여정이 저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신주신 자체가 워낙 절제하는 인물 아니었나. 앞으로는 로맨틱 코미디나 사극도 해보고 싶다"고 연기 욕심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대사 없는 순간에도 눈빛만으로 말을 건네는 선배님들의 모습에 매료가 되곤 했다. '닥터신'을 통해 저도 그렇게 시청자들에게 말을 건네고 싶었다. 정이찬이라는 배우를 떠올릴 때 '눈이 참 좋은 배우'가 되고 싶은 마음으로 앞으로도 열심히 연기하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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