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시 사극은 중견연기자가 이끄는 것인가. MBC '주몽', KBS '대조영', SBS '연개소문' 등 방송3사의 인기사극을 보다보면, 눈 뗄 수 없는 배우들은 뭐니뭐니 해도 연기내공 탄탄한 중견탤런트들이다.
이중 중견파워가 가장 돋보이는 것은 '대조영'. 시청률에서는 40%대의 '주몽'에 비해 절반 수준인 20%대에 그치지만, 이는 '대조영'이 지난 22일로 '불과' 12회가 방송됐기 때문일 수도 있다. 지금 '대조영'에서 들끓고 있는 중견파워로 볼 때 '대조영'의 시청률 급상승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현재 '대조영'을 이끄는 가장 돋보이는 중견파워는 역시 이덕화다. 예전 TV사극 '설중매'에서 한명회의 그 유명한 대사 "이 손안에 있소이다"를 패러디한 설인귀 역의 이덕화. 그의 얼굴 표정, 말투 하나하나에는 카리스마가 넘쳐난다. 달랑 부하 한 명 데리고 거란족 진영에 들어가 "군대를 내놓으라"며 담판을 짓는 그 포스라니. 더욱이 설인귀는 훗날 고구려가 당과의 전쟁에서 패배한 뒤 고구려 평양성을 틀어잡는 인물이니, 드라마에서의 그의 활약에 더 큰 기대가 모아진다.
연개소문 역의 김진태는 어떤가. 대조영(최수종)의 목숨을 놓고 그는 아들 연남생(임호)을 표정 하나로 간단히 제압하고, 한마디 말로 슬쩍 달랬다. 최소한 지금까지는 KBS '대조영'의 연개소문이 SBS '연개소문'의 연개소문(이태곤)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우렁찬 목소리의 김진태가 선보이는 연개소문이 진짜 그 난세의 시절 고구려를 휘달렸던 무장 연개소문 답다.
양만춘 역의 임동진 역시 안시성 싸움의 영웅답게 그 존재만으로도 시청자, 아니 사극에서 우리 옛 역사의 매력과 웅혼을 느끼려는 팬들에게 뿌듯함을 안겨준다. 당의 이세민이 자신에게 그같은 장수가 없음을 하늘을 우러러 한탄한 장수가 바로 양만춘 아닌가. 또한 고려성에 고립된 대조영의 아버지 대중상(임혁)의 안위를 걱정하는 그에겐선 무장 다운 벅찬 의리가 그대로 느껴진다.
이밖에 거란 부족을 통일한 수장으로서 설인귀와 밀고당기기를 펼친 이진충 역의 김동현, 당나라 명장 이적 역의 신동혁(그는 바로 '용의 눈물'에서 이방원의 킹메이커 역할을 했던 무장 이숙번 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도 빼놓을 수 없는 중견파워. 물론 주인공 대조영 역의 최수종의 카리스마는 방송 3사 사극 주인공 중에서 가장 세다. 그게 '연기의 달인' 최수종의 힘이다.
MBC '주몽' 역시 초반 해모수 역의 허준호와 금와 역의 전광렬의 카리스마로 눈길을 끌었지만, 40여회가 지난 지금 드라마를 이끄는 것은 송일국(주몽), 김승수(대소), 한혜진(소서노), 송지효(예소야) 등 젊은 연기자들이다. 금와왕의 군사 이재용, 부여 철기방의 책임자 모팔모 역의 이계인, 소서노의 아버지 연타발 역의 김병기도 있지만 이들의 극중 비중과 파워는 '대조영'에 훨씬 못미친다.
지난 22일 32회가 방송된 SBS '연개소문'은 아직 장년 연개소문 역의 유동근과 당 태종 이세민 역의 서인석이 등장하지 않아 시청자들의 판단은 유보상태. '용의 눈물'에서 태종 이방원(유동근), '태조 왕건'에서 견훤(서인석)의 존재감과 이들을 연기한 배우들의 카리스마를 잊지 못하는 팬들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방송된 청년 연개소문 역의 이태곤에 대한 평가는 "아쉽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훗날 연개소문의 장남 남생을 낳는 홍이화 역의 손태영 역시 연기력과 대사처리 논란은 그치질 않는다. 그나마 현재 '연개소문'을 볼 만하게 하는 인물은 녹록지 않은 연기력으로 허허실실 수양제 역에 더할 나위 없이 어울리는 김갑수 정도다.
돌이켜보면 옛 사극에서 지금도 기억되는 인물들은 중견 연기자들이다. '용의 눈물'의 태종 이방원 유동근을 비롯해, 태조 이성계 역을 맡았던 고 김무생, 서슬퍼런 태종과 맞섰던 지략가 정도전 역의 김흥기 등. 또한 '허준'의 타이틀롤 전광렬, 허준의 스승 유의태 역의 이순재, '태조 왕건'의 외눈박이 궁예 김영철도 빼놓을 수 없다. 단골 감초 역의 이계인과 임현식도 기억못하면 섭섭하다.
설인귀 역의 이덕화의 눈 부릅뜬 카리스마가 지금도 뇌리를 때리는 '대조영'. 이 드라마가 방송 3사 사극의 대표주자로 나설 날도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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