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개월간 휘몰아친 수목극의 바람이 멈췄다. 15일 오후 KBS 2TV '바람의 나라'가 36회 방송을 마지막으로 종영했다. 지난해 9월 10일 첫 방송된 이래 4개월여 만이다.
'바람의 나라'는 방송 시작 전부터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한 사극이라는 점과 주역으로 캐스팅된 송일국 등 다양한 부문에 걸쳐 여러 이슈를 낳았다. 4개월간 '바람의 나라'가 남긴 기록을 정리했다.
◆ '주몽2'? 우린 '바람의 나라'다!!
'바람의 나라'의 방송 초입,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모아졌다. 대작이라고 칭할 만큼 큰 스케일과 빵빵한 출연진, 만화를 원작으로 한 탄탄한 스토리가 기대를 모았다. 반면 우려는 볼거리에만 치우쳐 버리는 게 아닐지와 '주몽2'로 전락되는게 아니냐는 것이다.
고구려 3대 대무신왕의 이야기, 주인공은 송일국. 방송 시작 전부터 "KBS가 '주몽2'를 제작하는 것이 아니냐"는 일부의 지적이 있었던 게 사실. 송일국 자신도 제작진도 '주몽2'가 아니냐는 지적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송일국은 "지금까지는 활이나 액션 등 밖으로 보여지는 것 위주였다면 이번에는 내면을 표현할 수 있는 것에 도전하고 싶었다. 주몽과 연결되는 것도 있지만 그렇기에 더 내면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중요할 것이므로 이 작품을 선택하게 됐다"고 직접 변을 내놓기도 했다.
어느 덧 종영을 맞이한 방송 4개월, 결과적으로 '바람의 나라'에 '주몽2'라는 오명은 더 이상 따라붙지 않는다.
14일 방송에서 극중 무휼인 송일국은 동무이자 동료인 마로(장태성 분)의 죽음을 지켜보며 몸을 떠는 호연을 펼쳤다. 형, 아버지 등에 이어 제일 친한 동무마저 눈앞에서 잃는 극한 슬픔, 그에게서 주몽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방송 종영을 한 주 정도 앞두고 낙마사고를 당하기도 했지만 바로 촬영장에 복귀하는 투혼으로 드라마에 대한 열의와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주몽'의 큰 인기 탓에 때론 활을 쏘는 무휼의 모습에 자연스레 주몽을 떠올릴 때도 있음까지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래저래 다사다난한 4개월을 겪으면서도 무휼의 모습을 그리는데 열중한 그의 노력은 '주몽' 이상을 보이고자 하는 진심으로 시청자와 소통했다.

◆ '슬로우 슬로우 퀵 퀵' 돌리고 돌린 4개월
'슬로우 슬로우 퀵 퀵' 댄스 스텝이 아니다. '바람의 나라'의 지난 4개월의 기록이다.
'바람의 나라'는 전쟁의 신이라고도 불리웠던 고구려 3대 대무신왕 무휼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파란만장한 그의 인생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가 이 작품을 통해 그려졌다. 기획의도에서도 '탄생'과 '성장', '만남'에 이어 '드디어 신왕의 역사가 깨어난다'까지 그의 일대기를 장대하게 그려낼 것임을 예고했다.
첫 방송에서 '바람의 나라'는 중국 로케이션을 통해 스케일 큰 전투신으로 눈길을 끌었다.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인상을 주며 초대형 사극으로의 극 진행을 예고했다. "중간에 하차한다"고 미리 밝혔던 정진영도 섬세한 내면연기로 긴장감을 더했다.
그러나 의외로 정진영은 장수했다. 극의 전개 속도가 느려지며 방송 중후반까지 그 모습을 이어갔다. 극의 전개구도도 바뀌었다. 미유부인(김혜리 분)은 왕권에 대한 욕심으로 무휼에 시련을 안겨주는 동시 이지(김정화 분)와 맞서며 여자들의 암투를 그릴 예정이었지만 큰 포부를 펼쳐보지 못하고 하차했다. 이지는 바뀐 전개구도에 예상보다 너무 늦게 극에 등장, 무휼-연-이지 간의 삼각구도는 크게 활성화되지 못했다.
게다가 극의 전개는 종영이 다가올수록 점차 빨라졌다. 중반 느긋했던 진행이 있었던가 싶을 만큼 휘몰아치며 거의 매주 한 명씩 죽어나가며 결론을 향해 치달았다. 극 중반이 미풍이었다면 종반으로 갈수록 광풍에 휘말린 나라가 된 것이다.
◆ '바람의 나라', 수목극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다
'바람의 나라'는 MBC '베토벤 바이러스'와 같은 날인 2008년 9월 10일 첫 방송됐다. 당시 '바람의 나라'는 15.1%의 전국 시청률을 기록하며 11.4%를 기록한 '베토벤 바이러스'를 눌렀다.(TNS 미디어 코리아 기준) 동시간대 방송된 SBS 워킹맘이 15.5%를 기록, 1위는 놓쳤지만 첫 방송 시청률로는 선전으로 수목극에 바람을 일으키지 않을까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지난 4개월, '바람의 나라'의 장정은 기대만큼 순탄치 않았다. 경쟁작인 '베토벤 바이러스'가 점차 시청자의 관심을 끌어 모으다 결국 '수목극의 최강자'소리까지 듣게 되며 만년 2위에 그치는 시간을 보내야했다. 지난해 9월 24일 SBS '바람의 화원'이 '워킹맘'의 후속으로 등장한 후 잠시 흔들리기도 했지만 '베토벤 바이러스'-'바람의 나라'-'바람의 화원'의 인기구도는 '베토벤바이러스'의 종영까지 거의 그 틀을 유지했다.
'베토벤 바이러스'종영이후 '바람의 나라'에게 순풍이 휘몰아쳤다. 지난해 12월 10일 방송에서 '바람의 화원'의 종영 반사 이익으로 사극 팬들이 몰리며 수목극 정상자리를 탈환했다. 19일 '종합병원2'가 '베토벤 바이러스'의 후속으로 나선 틈을 타 수목극 1위 자리에 오르긴 했었으나 잠시, 결국 안정화된 '종합병원2'에 1위 자리를 다시 내주고 말았던 설욕이었다.
'바람의 나라'가 15일 '종합병원2'와 SBS '스타의 연인' 3강구도 속에 수목극 지존의 자리를 유지해 오다 명예롭게 하차했다. 1위 자리를 '종합병원2'에 내주기도 되찾기도 했었던 만큼 마지막까지 '지존'자리를 유지할 수 있을 지는 끝까지 지켜봐야 할 일이지만, 바람의 나라'가 차지했던 수목극 지존의 자리는 파란만장했던 4개월의 기록은 화려했던 경쟁의 기록보다 더 큰 의미를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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