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생이요? 지금도 (인터뷰 다니면서) 계속 하고 있어요.(웃음)"
지난 15일 SBS 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극본 김수현 연출 손정현 제작 삼화네트웍스, 이하 '세결여')를 마친 배우 이지아(36)를 만났다. 오랜만에 나서는 인터뷰였음에도 이지아는 특유의 덤덤한 말투와 편안한 미소를 곁들이며 '세결여'와 자신이 연기한 주인공 오은수에 대한 생각, 그리고 향후 방송 활동 계획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인터뷰를 이어가면서 간간이 컴백, 결혼 등 과거와 연관된 이야기가 언급됐을 때도 이지아는 전혀 불편해하지 않았다. 아직 대중에게 자신의 이름 석 자가 불편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고 단지 깨고 싶어 했다. 최근에 언급됐던 토크쇼 '힐링캠프' 출연은 물론 '런닝맨' 출연도 기회만 된다면 나가고 싶다고 말하는 그녀다.

◆ 이지아가 말하는 오은수에 대하여
이지아가 '세결여'에서 연기한 오은수는 이미 한 차례 이혼을 한 30대 초반의 여성이었다. 쇼핑호스트로서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이었지만 개인의 삶, 그리고 사랑과 결혼에 있어선 너무나도 우여곡절이 많은 인물이었다.
이혼과, 재혼을 거듭한 오은수. 분명 이지아에게도 여러모로 많은 생각이 들었을 법했다.
"사실 출연하기로 결정한 이후에도 걱정 정말 많이 했어요. 이혼과 재혼이라는 소재가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불편한 단어들이잖아요. 출연을 결정했을 당시에는 김수현 작가님만 믿을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오랜만에 연기자 활동을 재개하는 입장에서 이 작품이 많은 걸 배우게 할 거라 생각했어요."
이지아는 특히 "김수현 작가 특유의 디테일한 구성을 소화하는 게 정말 많이 힘들었다"라며 "처음에는 자유롭게 연기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답답하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그 과정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이지아가 생각하는 오은수는 어떤 여성이었을까. 이 질문에 이지아는 주저 없이 "그냥 대단한 여자라고 생각한다"고 운을 뗐다.
"오은수는 일반 여성들이 쉽게 할 수 없는 선택에 대해 망설이지 않는다는 게 너무 대단했어요. 제가 오은수의 입장이었다면 심적으로 많이 약해졌을 것 같아요. 주변에서는 끝까지 그런 모습을 가지고 가는 게 매정하게 비쳐질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자신을 위한 결정이었고 스스로 약해지면 후회를 얻게 되잖아요. 어떻게 보면 현명한 선택이기도 했던 거예요."
하지만, 오은수도 한없이 나약한 인간이었다. '세결여'에서 오은수는 쿨한 모습 못지않게 여러 차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아무리 그래도 오은수가 철의 심장을 가진 로봇은 아니니까요. 앞으로 불행할 수도 있는 가능성에 대해서 누군가에게 하소연하는 스타일은 아니었죠. 상처가 왜 없겠어요. 어떻게 보면 은수의 선택은 자신을 위한 선택이기도 했고, 상대방을 위한 선택이기도 했어요. 개인적으로는 주변 인물들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하려는 모습이 너무 가슴 아팠죠."
이후 이지아에게 오은수와는 다른 본인의 실제 성격은 어떠한지 바로 물어봤다.
"저도 사실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편이긴 해요. 그런데 저는 거짓말하면 얼굴에 그대로 티가 나는 편이에요. 촬영 중에 발가락이 부러졌는데도 아프다고 동료들한테 말도 안하고 참고 있을 정도였어요. 생각보다 좀 미련한 성격이에요.(웃음)"

◆ "'세결여' 하석진의 외도 거짓말, 정말 열 받는 장면이었다"
오은수에 대해 얘기하던 도중 잠깐 불편한 질문을 던졌다. 오은수를 연기하면서 혹시 과거의 자신의 모습이 떠오르지는 않았냐고. 이에 이지아는 순간 극중 둘째 남편이었던 김준구(하석진 분)에 대한 울분을 토하며 눈길을 끌었다.
"오은수를 연기하면서 제 과거의 상황들을 떠올리진 않았어요. 그저 오은수의 입장에 서서 감정을 표현했죠. 오은수로 살면서 여자로서 이해가 되지 않았던 순간은 김준구가 내연녀였던 이다미(장희진 분)를 만난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데 오은수 앞에서 대놓고 거짓말을 했을 때였어요. 외도를 하고 안 하고를 떠나 거짓말하는 남자의 태도가 순간 너무 화가 나더라고요. 연기할 때도 하석진을 제대로 쳐다보지 않았을 정도로 감정이 몰입됐었어요."
'세결여'의 결말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졌다. 내 자신과의 결혼이라는 결말, 약간 진부한 느낌이라고 이지아에게 말했다. 그녀의 대답은 이랬다.
"(결론에 대해) 저는 그냥 은수가 결혼을 하지 않아야겠다고 종지부를 찍은 것으로 이해했어요. 다시 결혼을 하려고 생각하는 게 얼마나 피곤하고 힘들겠어요. 개인적으로는 싱글로 사는 젊은 여성들이 오은수의 마지막 선택에 대해 공감하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이지아가 상상했던 '세결여'의 결말은 이랬다.
"저는 그래도 김준구의 아이를 유산하고 첫 번째 남편인 정태원(송창의 분)에게 갈 줄 알았어요. 그런데 또 정태원은 채린(손여은 분)의 과거를 이해하고 재혼하더라고요. 순간 너무 열 받더라고요(웃음). 그 우유부단함과 '착한 병'이라는 게 오은수 입장에서는 원망스러울 수밖에 없죠."
- 인터뷰②로 이어짐
윤상근 기자sgyo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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