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최백호가 자신의 음악 인생사 50년을 풀었다.
17일 방송된 MBN 토크쇼 '김주하의 데이앤나잇'에는 데뷔 50주년을 맞은 최백호가 게스트로 출연했다.
이날 최백호는 자신의 대표곡 '낭만에 대하여'에 나오는 가사 중 '도라지 위스키'는 마셔봤냐는 질문에 "저희 세대가 마지막일 거다. '도라지 위스키'가 국산 위스키인데 마시고 나면 다음날 머리가 깨질 것 같다. 도라지가 들어간 게 아니고 상호만 '도라지'였다"라고 밝혔다.
그는 "제가 그 노래를 만들고 (상품명 저작권 확인 차) 주류협회에 전화했다. '지금도 생산이 되나요?'라고 물으니 안 된다고 해서 가사에 썼다"고 노래가 탄생한 비하인드를 전했다. 최백호는 "도라지 위스키는 원래 다방에서 팔았다. 다방에서 술을 못 파니까 '위티'라고 해서 커피 옆에 위스키 잔을 놓고 그걸 부어서 마셨다"라고 말했다.


김주하가 최백호의 건강 상태를 묻자 최백호는 "건강이 안 좋았다. 까다로운 질병이 나와서 지금 체중이 15kg 줄었다. 원래 70kg였다가 지금 55kg이 됐다. '비결핵성 항산균증'이 걸렸다. 보통 결핵과 달리 감염이 안 돼서 오히려 약이 개발이 안 됐다"라고 밝혔다.
이어 "약이 독해서 먹고나면 하루종일 몽롱하고 살이 빠지더라. 1년간 약을 먹으면서 살이 쭉쭉 빠졌다. 지금은 다행히 완치가 됐다. 약을 끊은지 10개월 됐는데도 체중이 돌아오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최백호는 가수가 된 계기로 "어머님이 저 20살 때 돌아가셨다. 저에게 어머니는 특별한 존재였다.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삼남매를 낳았다 보니 생활이 어려웠지만 장손이고 독자인 저를 어머니가 애지중지했다. 제가 스무살이 됐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상실감에 군대에 들어갔다"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최백호는 "군대에 들어갔는데 심하게 운동을 했고 그걸 못 이겨내고 결핵에 걸렸다. 군대에선 감염이 될까봐 결핵 환자는 바로 제대를 시켰다. 그 해 71년 12월 31일에 입대 1년 만에 결핵으로 제대했다"라며 "이후에 어렵게 살고 있을 때 친한 형이 '매형이 부산 서면에서 나이트 클럽을 오픈하는데 네가 노래 한 번 해보는 게 어떻겠냐'라고 하더라. 가수들이 펑크가 나면 제가 올라가고 했다. 일주일쯤 지났는데 부산 MBC '별이 빛나는 밤에' 배경모 진행자가 찾아와서 라이브클럽 출연을 묻더라. 그때부터 운이 풀렸다"라고 전했다.
최백호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썼던 시를 데뷔곡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로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어머니가 나를 노래의 길로 이끌어주신 것 아닌가 싶다. 어머니가 모든 걸 도와주신 것 같다"라며 췌장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를 지금까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백호는 "안 믿겨서 어머니가 돌아가시고도 눈물이 안 났다. 장례를 치르며 눈물이 나더라. 이종사촌과 버스를 타는데 제가 버스에서 하도 우니까 형님이 저와 같이 버스에서 내려서 걸었다. 그게 '부산 3부두'다. '거리엔 어둠이 내리고 안갯속의 가로등 하나'란 가사도 그때 내용이다. 모든 게 어머니랑 연관이 돼 있었다. 어머님이 이 길로 이끌어주신 게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털어놓았다.
최백호는 아버님을 묻는 질문에 "아버님께서는 부산 영도에서 2대 국회의원이었다. 29세로 당시 최연소 국회의원이었다. 외모가 호랑이상이었고 괜찮았다"라고 밝혔다. 최백호 아버지의 사진이 공개되자 스튜디오에선 "잘생기셨다", "호랑이상이다"라며 감탄이 나왔고, 최백호는 "저는 외탁이었다"라며 "제가 태어나고 (아버지가) 5개월 만에 돌아가셨다"라면서 아쉬워했다. 최백호는 "어릴 때 연을 만들었지만 잘 못 나는 걸 보고 속상했다. 다른 친구들은 아버지나 삼촌이 잘 날게 도와줬는데"라며 가슴에 사무쳤던 에피소드를 밝혔다.

최백호는 데뷔 직후 신인상을 받으며 큰 주목을 받았지만 인기가 떨어져 힘든 시기가 있었다고 했다. 슬럼프였던 그는 미국 LA 라디오 방송을 근근이 했다가 가수 배철수의 권유로 귀국 후 '낭만에 대하여'로 히트를 쳤다. 최백호는 당시를 떠올리며 "목동 아파트를 보러 갔는데 느낌이 너무 좋아서 신발도 안 벗고 바로 계약을 했다. 풍수지리적으로 너무 좋았던 것 같다"라며 웃었다.
최백호는 '낭만에 대하여'가 처음엔 히트하지 않았지만 뒤늦게 '역주행 히트'를 한 곡이라고 밝혔다. 그는 "드라마 '목욕탕집 남자들'에서 장용 선생님이 '낭만에 대하여'를 부르고서 그 노래가 히트했다. 그해 연말에만 30만 장이 팔렸다. ('목욕탕집 남자들'을 집필한) 김수현 선생님이 택시에서 '낭만에 대하여'를 듣고 대본에 노래부르는 신을 썼다고 하더라. 김수현 선생님이 제 생명의 은인이다"라고 말했다.
최백호는 지금까지 무려 100곡 이상을 직접 만들었다며 "제 조그만 방이 있다. 책도 잃고 가사도 쓰는데 아직 발표 안 한 곡이 50~60곡 정도 있다"라고 말했다. 최백호는 미발표 신곡 '박수'를 이날 처음 선보였다.

최백호가 라이브로 '박수'를 부르며 '내 죽거든 박수를 쳐주오. 내 삶의 시간들을 칭찬해주오. 내 죽거든 춤도 춰주오. 모두들 일어나 춤을 춰주오. 행복했으므로 매우 행복했으므로 그 가슴으로 노래를 불렀소. 창공에 높은 새들처럼 저 푸른 파도의 돌고래처럼. 내 죽거든 박수를 쳐주오. 내 슬픈 노래를 그리워해주오'란 가사를 읊자 김주하는 "가사가 제 꿈 같은 가사였다"라며 눈물을 흘렸다.
최백호는 '박수'의 탄생 과정에 대해 "나이가 들면, 특히 70대가 되면 죽음이 현실이 된다. 주변에 친구들도 떠나고 죽음을 많이 실감한다. 내가 죽어서라도 박수를 받을 수 있는 노래를 부르자'는 생각으로 노래를 만들었다"라고 밝혔다.

최백호는 2013년 가수 아이유의 '아이야 나랑 걷자'에 피처링 한 후 지난해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OST '희망의 나라로'를 부르며 아이유와 남다른 인연을 맺었다. 최백호는 지난해 7월 진행된 '2025 제4회 청룡시리즈어워즈' 축하무대에서 '희망의 나라로' 무대를 선보였고, 아이유가 그를 보며 눈물을 글썽이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다.
최백호는 "사실은 저 노래('희망의 나라로')가 제 체질은 아니다. 녹음을 힘들게 했다. 그런데 '폭싹 속았수다'가 엄청 히트했다"라며 "그랬는데 드라마 종영 후 또 전화가 왔다. 제 노래 '부산에 가면', '바다 끝'을 만든 작곡가 '에코브릿지'가 드라마 '모범택시' OST 작업을 하자고 하더라. 에코브릿지가 제 목소리의 매력적인 부분, 어떤 음정인지를 알고 먼저 작업한다. '기다려야지'를 보고는 내 목소리가 고음이 아니라 중저음에서 매력이 나오는구나 공부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최백호는 재혼으로 현재 아내와 결혼하게 된 사연도 전했다. 그는 장인어른의 극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아내와 결혼했고, 딸을 낳은 후 겨우 사위로 인정 받았다고 했다. 최백호는 "아내를 만나서 삶이 정리가 됐고 딸 아이가 생겨서 정신을 차렸다. 저는 아내 덕이라고 얘기한다"라며 "그래서 (나는) 사랑꾼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최백호가 생각하는 낭만은 무엇일까. 그는 "낭만은 세대마다 다르다고 생각한다. 젊은 세대에게 낭만은 삶 자체가 낭만이다. 나이 든 사람에게 낭만은 매일이 낭만이다. 살아있다는 게 낭만이다"라고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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