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에게는 스스로의 잠재력을 구현화 시키는 능력이 있다.
영화 마블 시리즈 같은 영웅 서사를 떠올려보자. 주인공이 변하는 지점은 능력이 새로 생기는 순간이 아니라 이미 가지고 있던 잠재능력을 스스로 인식하고 끌어내는 순간이다. 이전까지는 같은 몸과 같은 조건으로 실패를 반복하다가도 계기를 만나면 전혀 다른 결과를 만들어낸다.

변화는 단순히 축적된 시간의 문제가 아니다. 그 시간을 작동시키는 모멘텀, 즉 트리거가 연결되는 순간에 드러난다. 쌓여 있던 연습이 어느 순간 밖으로 이어지며 스스로 계속 나아가게 되는 상태를 '모멘텀'이라고 부를 수 있다. 아이브 장원영은 자신을 알린 방송 경연 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음역을 넓히는 장면을 보여줬다.
보컬 레슨에서는 비공식적으로 이런 표현을 쓰곤 한다. 악기는 1, 2, 3, 4처럼 점진적으로 성장하지만, 보컬은 1, 1, 1, 4, 4, 8처럼 계단식으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일정 구간 동안은 눈에 띄는 변화가 없다가 어느 순간 급격하게 도약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짧은 시간 안에 실력이 크게 향상된 것처럼 보이고, 어떤 사람은 오랜 시간 같은 자리에 머무르는 것처럼 느껴진다. 이 차이를 단순히 재능으로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레슨 현장에서 체감되는 사실이 있다. 사람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배우고자 하는 간절함과 의욕을 어필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선별적으로 수용한다. 수많은 설명과 피드백이 오가는 과정 속에서도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은 일부에 그친다.
그러나 그 일부가 연결되는 순간, 이전과는 다른 수준의 변화가 나타난다. 흔히 말하는 '레벨 업'이 일어나는 지점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정보를 접했는가가 아니라 그중 무엇이 자기 안에서 연결 되었는가이다.

그 지점을 지나고 나면 양상은 달라진다. 이전에는 같은 연습을 반복해도 결과가 나오지 않던 사람이, 같은 시간을 사용하면서도 전혀 다른 밀도의 성장을 만들어낸다. 외부에서는 갑작스러운 변화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이해가 연결되는 순간부터 작동이 시작된 결과다. 그렇기 때문에 노래 실력의 성장을 단순히 시간의 축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결국 보컬 트레이닝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은 내용을 배우느냐가 아니다. 어떤 방식으로 트리거를 만나느냐다. 노래를 배우기 위해 레슨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미 일정 수준의 가능성을 내부에 가지고 있다. 트레이너의 역할은 그것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작동할 수 있는 지점을 끊임없이 건드리는 데 있다. 동시에 학습하는 입장에서는 스스로 반응할 수 있는 지점을 탐색해야 한다. 그 지점이 형성되면 이후의 과정은 훨씬 빠르게 전개된다.
꾸준한 연습은 매우 중요하다. 다만 연습은 변화를 바로 만들어내기보다, 어느 순간 작동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간다. 축적된 연습이 연결되는 지점에서 비로소 변화가 드러난다. 같은 시간을 연습하더라도 결과의 밀도는 달라진다. 어느 순간을 만나느냐에 따라 연습의 질도, 속도도, 결과물도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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