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타자동차가 지난 5월 8일 발표한 2026년 3월기(2025년 4월~2026년 3월) 연결 결산 결과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급변하는 패러다임과 그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거대 기업의 명암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매출액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며 외형적 성장을 이뤄냈으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두 자릿수 감소를 기록하며 '내실 경영'에 대한 과제가 급부상했다.
매출 50조 엔 돌파, 그러나 영업이익은 21.5% 급감
토요타의 이번 결산에서 가장 눈에 띄는 수치는 50조 6,849억 엔(한화 약 474조 8,972억 원)에 달하는 영업수익(매출)이다. 이는 전년 대비 5.5% 증가한 수치로, 토요타 역사상 가장 높은 매출 기록이다. 연결 판매 대수 또한 전년 대비 2.5% 증가한 959만 5,000대를 기록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탄탄한 수요를 증명했다. 특히 토요타와 렉서스 브랜드를 합산한 글로벌 판매량은 1,047만 7천대에 달해 여전한 시장 지배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수익성 지표는 다소 뼈아픈 결과를 냈다. 영업이익은 3조 7,662억 엔으로 전년 대비 무려 21.5%나 감소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률도 전년의 두 자릿수 대에서 7.4%로 하락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19.2% 감소한 3조 8,480억 엔을 기록했다. 매출이 늘었음에도 이익이 줄어든 '증수감익'의 배경에는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재편 비용, 그리고 무엇보다 전동화 전환을 위한 공격적인 투자 지출이 자리 잡고 있다.

전동화 차량 500만대 돌파…HEV의 압도적 존재감
이번 실적 발표의 핵심 성과 중 하나는 전동화 차량(HEV, PHEV, BEV, FCEV)의 판매 비중 확대다. 토요타는 이번 회기 동안 전동화 차량 판매 대수가 처음으로 500만 대를 돌파한 504만 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토요타 전체 판매량의 절반 가까이를 전동화 모델이 차지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주목할 점은 하이브리드(HEV)의 강력한 견인력이다. 순수 전기차(BEV) 시장의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현상 속에서 토요타의 '멀티 패스웨이' 전략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탄탄한 수익성을 뒷받침하는 HEV 모델들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며 전동화 전환의 든든한 캐시카우 역할을 수행했다. 다만, 향후 BEV 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지속적인 R&D 비용 지출은 단기적인 수익성 하락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지역별 성적표와 중국 시장의 도전
지역별 실적을 살펴보면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는 견조한 성장세를 유지했으나, 중국 시장에서의 고전은 여전한 과제로 남았다. 중국 로컬 브랜드들의 저가 공세와 급격한 BEV 전환 속에서 토요타는 시장 점유율 방어를 위한 마케팅 비용 지출과 가격 경쟁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다. 금융 세그먼트의 이익 변동성 또한 전체 영업이익 감소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027년 전망: '질적 성장'과 '미래 투자'의 균형
토요타는 내년(2027년 3월기) 전망에 대해 다소 신중하면서도 낙관적인 태도를 유지했다. 판매 대수는 올해 수준을 유지하거나 소폭 상회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전동화 라인업 확대와 공급망 안정화를 통해 수익성을 다시 회복하겠다는 의지다. 특히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과 SDV(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플랫폼 구축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토요타의 이번 결산을 두고 "전통적인 내연기관차 제조사에서 모빌리티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반드시 거쳐야 할 성장통'에 진입했다"고 분석한다. 50조 엔이라는 사상 최대 매출은 토요타의 기초 체력을 보여주지만, 20%가 넘는 이익 감소는 전동화 전환이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 효율적인 비용 통제와 가치 창출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시사한다.
토요타의 이번 실적 발표는 글로벌 자동차 산업 재편의 극명한 모습을 보여준다. 절대적인 물량보다는 질적인 가치가 어떤 결과를 내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는 것. 전동화 모델만 무려 500만대를 팔아치운 토요타가 이제 순수전기차 부문과 SDV 등 미래 모빌리티 영역에서 어떻게 수익성을 드러낼 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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