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토교통부는 이달 11일 제8차 모빌리티 혁신위원회를 개최하여 전기차 배터리 구독 서비스와 광주 자율주행 실증도시 운영 등 총 16건의 모빌리티 규제 샌드박스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이번 의결의 핵심은 전기차 가격의 약 40%를 차지하는 배터리의 소유권을 차체와 분리할 수 있도록 규제 특례를 부여한 것.
그간 현행 자동차관리법상으로는 차체와 배터리의 소유자를 다르게 설정하는 것이 불가능했으나, 이번 실증특례를 통해 소비자가 차체만 구입하고 배터리는 리스사로부터 월 사용료를 내고 빌려 쓰는 새로운 구매 방식이 도입된다. 이 사업은 2026년 10월부터 현대 전기차 2,000대를 대상으로 2년간 실증을 추진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전기차 초기 구매 비용 부담이 획기적으로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일각에서는 월 사용료를 내는 방식이 결국 전체 비용 면에서 큰 차이가 없는 '조삼모사'식 금융기법이라는 지적도 있으나, 국토부는 리스사가 대여가 끝난 배터리를 회수하여 재이용하는 자원순환 모델을 통해 배터리 잔존가치만큼 구독료를 실질적으로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리스사가 배터리를 직접 관리함에 따라 안전관리가 강화되고 다양한 배터리 관련 서비스가 창출되는 기반이 마련될 전망이다.

국토부는 소유권이 분리되더라도 리콜이나 무상수리 등 소비자 보호 의무는 기존과 동일하게 제작사가 책임지도록 관리할 방침이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파격적인 특례가 허용되었다. 지난 2026년 4월 지정된 광주 자율주행 실증도시에 투입되는 전용 차량 200대에 대해 '자기인증 특례'가 부여된다. 본래 도로 주행을 위해서는 양산차와 같은 까다로운 자기인증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연구 목적이 강한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의 특성을 고려해 인증 절차 없이도 임시운행 허가를 신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도로 위 사고 발생 시 신속한 대응을 위해 자율주행 현장대응 차량을 도로교통법상 '긴급자동차'로 지정하여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로 했다.
국민 안전과 이동권 확대를 위한 생활 밀착형 서비스들도 대거 포함되었다. 고령 운전자 등의 페달 오조작 사고를 막기 위해 가속 페달 출력 신호를 분석하여 급가속을 차단하고 경고음을 내는 '페달 오조작 방지장치'의 실증이 허용되었다. 교통약자를 위한 이동권 강화 정책으로는 특수 개조 차량을 활용해 어르신이나 장애인을 이송하고 전문 동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상 운송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이외에도 한 대의 버스 내에 프리미엄, 우등, 일반 좌석을 혼합 배치하는 새로운 운송 서비스와 AI 카메라를 활용해 도로 위 포트홀이나 낙하물을 탐지하여 정류장 안내기로 정보를 전달하는 위험 알림 시스템도 실증에 들어간다.
물류 업계의 업무 지속성을 돕기 위한 특례도 눈에 띈다. 택배 차량이나 1톤 이하 화물차가 사고나 고장으로 멈췄을 때, 동급의 자가용 화물차나 다른 택배 차량을 단기간 대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운영되어 배송 차질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되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번 실증특례를 통해 소비자 반응과 쟁점을 면밀히 검증하고, 향후 제도화 과정에서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여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안전하고 편리한 미래 모빌리티 환경을 구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의결된 안건들은 최장 4년의 실증 기회를 얻게 되며, 성과가 입증되면 정식 법령 정비를 거쳐 제도권으로 편입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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