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BYD(비야디)가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 사실을 공식 확인하며 로보틱스 시장으로의 전면적인 확장을 선언했다. 이는 자동차 제조 분야에서 축적한 고도의 인공지능(AI) 및 대량 생산 역량을 로봇 공학에 이식하겠다는 전략으로, 먼저 걷고 있는 테슬라의 옵티머스나 현대자동차그룹의 아틀라스 전략과 같다. BYD가 로봇 부서 설립을 끝낸 건 지난해 6월이다. 로봇개발을 공식화하고 시장 창출까지 1년만에 해치운 셈이다.
자동차 AI 기술의 전이… "가장 강력한 제조·하드웨어 역량 결합할 것"

최근 진행된 외신 인터뷰에서 BYD의 스텔라 리(Stella Li) 부사장은 자사가 내부적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히 밝혔다. 리 부사장은 "로봇 공학 분야의 경쟁은 결국 누가 가장 강력한 제조, 소프트웨어 및 하드웨어 역량을 갖추고 있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하며, "자동차용으로 개발된 독자적인 AI 기술은 고스란히 로봇 시스템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BYD의 내부 움직임은 작년 말부터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신설된 'BYD 로봇 지능 연구팀'은 2024년 말부터 알고리즘, 구조 설계, 시뮬레이션 분야의 선임 엔지니어들을 대거 채용하기 시작했다. 공개된 채용 공고에 따르면, 이 연구팀은 회사의 대규모 산업 현장 응용 요구 사항을 충족하기 위한 맞춤형 로봇 본체와 하드웨어·소프트웨어 통합 시스템 개발을 목표로 삼고 있다. 특히 로봇의 인지 및 의사 결정 능력을 고도화함으로써, 실제 산업 현장에서의 로봇 지능 도입을 획기적으로 가속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자사 공장이 최대 고객"… 산업용 선제 도입 후 가사·실버 시장 겨냥

BYD 로봇 전략의 핵심은 '내재화된 수요'에 있다. 리 부사장은 BYD가 현재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전방위로 진행 중이며, 특히 초기 단계에서는 '산업용 로봇 개발'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점은 이 과정에서 "BYD 자체가 로봇의 최대 고객이 될 것"이라고 공언한 대목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밀도 높은 전기차 및 배터리 대량 생산 공장 라인을 보유한 BYD가 스스로 초기 시장을 창출해 내겠다는 의미다.
이러한 단계적 로드맵은 대량 생산을 통한 단가 하락과 데이터 축적이 선행되어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리 부사장은 "우리가 모두 노년층이 되면 모든 가정에 로봇 세 대가 보급될 것"이라며, "하나는 청소, 하나는 요리, 나머지 하나는 함께 산책하며 대화를 나눌 말벗 로봇"이라는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 위험하고 반복적인 공장 노동을 로봇으로 대체해 비즈니스 유효성을 먼저 검증한 뒤, 대량 생산 공정을 구축해 단가를 대폭 낮춰 B2C(소비자향) 가사 및 실버 케어 시장으로 순차 진입하겠다는 계산이다.
현대차 '아틀라스' 전략과의 평행이론… 자동차 거인들의 로봇 전쟁

이와 같은 BYD의 행보는 현대자동차그룹이 로봇 전문 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를 인수하고 차세대 '올-일렉트릭 아틀라스(All-Electric Atlas)'를 통해 펼치고 있는 전술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 현대차그룹 역시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와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HMGMA) 등 최첨단 스마트 팩토리를 아틀라스 로봇의 첫 번째 일터이자 데이터 훈련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현대차와 BYD의 전략이 일치하는 이유에 대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알고리즘과 로봇의 인지 능력이 본질적으로 같은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주변 환경을 인식해 최적의 경로를 찾고 돌발 상황에 대응하는 자동차의 자율주행 기술은 휴머노이드 로봇의 보행 및 작업 인지 메커니즘으로 바로 전이될 수 있다. 또한, 자동차 제조사가 이미 확보하고 있는 정밀 모터, 배터리 시스템, 감속기 등의 공급망(Value Chain)은 로봇 하드웨어 제조 단가를 파격적으로 낮출 수 있는 독보적인 무기가 된다.
로봇 제조 경험이 없는 스타트업과 달리, 스스로가 가장 강력한 첫 번째 고객(First Customer)이 되고 자사 공장을 거대한 실전 훈련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완성차 기업들만이 누릴 수 있는 독점적 특권이다. 테슬라의 '옵티머스'에 이어 현대차의 '아틀라스', 그리고 BYD의 자체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글로벌 모빌리티 시장을 지배하는 거인들이 일제히 로봇 산업의 중심부로 진입함에 따라 향후 인류의 노동 환경과 일상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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