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랜드로버의 프리미엄 컴팩트 SUV '레인지로버 이보크 L(Range Rover Evoque L)'의 중국 내 실거래가가 최고점 대비 60% 이상 폭락하며 대규모 재고 소진에 들어갔다. 가솔린 내연기관 모델의 전면 단종과 맞물려, 급성장하는 친환경차(NEV) 시장의 거센 공세가 전통 내연기관 프리미엄 차량의 입지를 급격히 흔들고 있다.
최근 중국 항저우를 비롯한 전국 각지의 랜드로버 딜러망에서는 레인지로버 이보크 L 모델이 파격적인 할인가에 판매되고 있다. 항저우 지역의 일부 딜러들은 최저 16만 9,800위안(한화 약 3,679만 원) 대의 재고 소진 가격을 제시했으며, 전국 다수 지역에서도 17만 9,800위안 수준의 매물이 등장하고 있다. 이는 수년 전 이보크 L의 출시 당시 최고 트림 가격이 약 90만 위안(한화 약 1억 9500만 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60% 이상 폭락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누적된 재고와 보관 비용, 딜러사들의 자금 압박을 해소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번 가격 급락의 근본적인 원인은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이보크 L의 생산이 공식적으로 전면 단종되기 때문이다. 제조사와 딜러들은 늘어나는 재고 부담과 금융 비용을 신속하게 털어내고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 이 같은 대대적인 할인 공세를 펼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지 자동차 시장 분석가들은 "급증하는 재고와 유지 비용, 그리고 심화되는 시장 경쟁 속에서 딜러사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마이너스 마진 정리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단순한 개별 모델의 재고 처리를 넘어 프리미엄 SUV 시장 전반의 지각변동을 상징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20만 위안에서 30만 위안 가격대의 중국산 친환경차(NEV)들이 급부상하며 내연기관차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이들 중국산 친환경 차량은 첨단 스마트 콕핏, 우수한 실내 공간, 압도적으로 낮은 유지 운영 비용을 무기로 내세우고 있다. 당초 내연기관 프리미엄 SUV를 구매하려던 소비자층 상당수가 중국산 친환경차로 이탈하면서, 전통 연료 차량들이 받는 시장 압박은 더욱 가중되는 추세다.
레인지로버 이보크 L의 사례는 글로벌 전통 완성차 업체들이 내연기관 라인업을 정리하고 전동화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겪는 과도기적 진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가격 경쟁력과 디지털 사용자 경험에서 우위를 점한 친환경차의 공세가 가속화됨에 따라, 향후 프리미엄 세그먼트 내에서의 가격 파괴와 재고 정리 현상은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