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국토부가 발표한 '중고차 소비자 보호대책'에 관해 중고차 업계 각 부문에서 다양한 반응과 의견이 나오고 있다. 국내 최대 중고차 매매업자 단체인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회장 엄태권,이하 한국연합회)는 "문제제기한 사안들이 대체로 반영된 것"으로 보며 찬성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만 몇몇 단체들은 지난 수 개월 간 여러 부문의 의견을 반영한 정책이라고 보기엔 다소 가볍다며 보완해야 할 부분을 지적하기도 했다.
정부가 제시한 중고차 소비자 보호대책의 중심 내용은 크게 4가지. 인터넷 광고시 차량 가격, 모든 수수료 포함한 총 비용 표시제를 의무화하는 것. 두번째는 성능점검 세부 가이드 라인을 마련하는 것, 세번째 현행 성능보험을 판매자 보험으로 통합하고 환불 확대 등 판매자의 보증책임을 강화하는 것. 마지막으로 내차팔기 플랫폼 진단오류 보상기준 마련하는 것. 사실상 일종의 매입딜러의 방어권을 신설하는 내용이다.
우선 인터넷 광고시 차량 가격 등 모든 수수료를 포함한 총 비용 표시 의무제에 관해 국내 주요 중고차 거래 플랫폼 담당자에게 의견을 물었다. 참고로 국내 중고차 플랫폼은 엔카와 헤이딜러가 각각 광고영역과 매입 영역에서 독과점 수준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두 회사가 각각 스스로 온라인 상품 가격을 올리면 법인상사나 개인딜러로선 다른 선택지가 없다. 엔카는 호주 카세일즈가 대주주로 외국계 기업이며, 헤이딜러는 다수의 외부 투자 유치로 지분이 일부 희석되었으나, 2대 주주 지분율은 약 8.08% 수준에 그쳐 박진우 대표에게 경영권이 있다.

이번 중고차 소비자 보호대책 중 '총 비용 표시제'는 플랫폼의 역할을 주문한 것. 현재 웬만한 중고차 거래 플랫폼(딜러 입장에선 광고 플랫폼)들은 '총비용계산기'란 이름으로 이미 수수료를 포함한 모든 금액을 제시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딜러가 차량 판매가격을 입력하면 자동 입력된다. 국토부 역시 정책 마련 단계에서 이 내용을 모를 리 없었을 터. 하지만 취재결과 플랫폼 업계측은 이미 총 비용 표시제에 준하는 기능을 이미 갖추고 있는 탓에 국토부의 방향성에 맞춰 순응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이름을 밝히길 중고차 플랫폼 관계자에 따르면 "금액을 비롯한 비용 전체의 입력 의무를 딜러에게 남길 여지가 매우 높다"며 추가 의견을 남겼다.
총 비용 표시제의 셈법이 복잡해지는 경우는 따로 있다. 일반적인 중고차 '구매'보다 리스승계나 렌트 등 금융상품을 낀 중고차 거래 과정에서 총 비용 표시의무제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다. 개인의 신용에 따라 최종 구매단계에서 차이가 벌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시스템 개발의 복잡성이 상대적으로 더 올라가게 된다.
성능보험을 매매업자 의무보험으로 통폐합하는 내용에 대해선 의외로 딜러 업계에서 담담한 입장을 표명했다. 특히 한국연합회측은 "문제 제기 사항이 반영된 것으로 보여 차라리 시원하다"며 "그간 차를 팔고 문제가 생기면 보험으로 고친 것인데, 중고차 특성으로 인해 추가 정비 수요가 종종 생기기도 했다"며 신규 정책에 호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다만 또 다른 중고차 연합회인 전국연합회측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오히려 중고차 딜러 단체들이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내용은 매매계약 해제에 관한 것이었다. 6일 발표한 중고차 소비자보호 대책에 따르면 구매 후 7일 이내 엔진 등 차량 주요장치 하자로 수리비 또는 수리기간이 과도 한 경우 소비자가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일선 중고차 딜러들이 부담스럽다고 하는 이유는 매매계약 해지 자체도 거부감이 드는 것 외에도. 소비자가 중고차를 구매 후 7일간 사용하고 매매계약을 해지한다면 7일간 렌트카 활용과 다름없는 상황이 생긴 것. 이 중고차 이용에 따라 렌트비용에 합당한 금액을 차종마다 얼마나 청구해야 할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다만 일부 중고차 플랫폼의 경우 7일간 타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프로그램이 이미 있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일단 차를 구매한 소비자들인 7일 사용 후 환불하고 차를 돌려보는 경우는 3% 미만이라고 덧붙였다. 7일간 사용료에 대한 비용이 상당히 크고, 딜러 역시 차를 다시 받게 되면 재상품화 과정을 거쳐야하는 탓에 다각도의 협상을 통해 마무리하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또 다른 경우의 수로는 만약 정부의 소비자 보호 정책대로 어차피 성능 보증보험을 딜러가 가입하는 것으로 개편된다면 매매계약 해지에 방어권을 설정할 수 있는 조항을 보험사와 논의해보겠다는 형태로 대응책을 고심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업계에선 내차팔기 플랫폼 진단오류 보상기준 마련 등 플랫폼 공정거래 질서 확립에 관한 건은 사실상 '헤이딜러'를 꼬집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수원과 인천 대형 상사대표를 비롯해 매매업체 양대 연합회는 '더할 나위 없다'며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다만 헤이딜러 측은 이에 관해 입장을 내지 않았다.
성능점검 정보 신뢰성 강화 부문에서 성능점검업계에선 이견이 있어 보인다. 점검오류에 대한 행정처분과 같이 갈등 요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취재결과 국토부 대책에 대해 진단보증협회를 비롯해 아직 공식적으로 관련 입장을 뚜렷하게 밝히지 않았다. 협회가 국토교통부 산하 단체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매매업자 즉 딜러를 소비자로 두고 있는 구조 하에서 성능보험이 매매업자의 의무보험으로 통폐합 된다고 하더라도 이를 강하게 비판하기 어려운 구조도 한 원인으로 손꼽힌다.
중고차 업계에선 정책의 방향성에 대해선 공감하지만 세부 내용이 가질 파급력에 대해선 미지수라는 입장이다. 특히 딜러에 친화적이면서도 시장 지배적 위치를 동시에 가진 플랫폼 업계에서는 "이미 보유한 시스템과 표시정보를 소폭 개선하는 수준"인데다 매매업자들 역시 "매매과정의 비용이 신설되는 사항은 아니다. 오히려 국토부 스스로 '보장기간과 항목을 늘리고 보험료 부담은 기존보다 낮아질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한편, 국토부는 '중고차 소비자 보호대책' 조속히 실행될 수 있도록 9월 안으로 관련 법령 개정안을 발의하고 성능·상태점검 및 보험 등 과제별 세부논의를 위한 별도 TF를 구성할 계획이다. 또한, 추가적인 업계 제안 의견 등은 토론회 등 공론화 과정을 거쳐 논의할 계획이다. 법안이 직접 시장에서 가동되기 시작하는 시기는 내년 하반기가 될 확률이 현재로선 가장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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