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erdict
LS처럼 크고 GS처럼 강력한데다 ES 고유의 우아함은 더 깊어졌다
Good
- 파워트레인이 무엇이든 '렉서스로 만든다'는 강력한 의지가 돋보인다
- '렉서스' 이름만 보고 사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수십년간 쌓아온 두터운 신뢰
Bad
- 400V 아키텍처와 닝더스다이(CATL)제 74.69kWh 리튬이온 배터리
- 보조금 못 받음
Competitor
- 볼보 ES90 : 보조금 받음
- 제네시스 G80 일렉트리파이드 : V2L, 후륜조향, 350kW 초급속 충전, 더 긴 축거(3,140mm) 등등

렉서스 ES는 렉서스 브랜드 자체를 뛰어넘는 더 강력한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다. 매달 1200대 정도 판매되는데, 이는 렉서스 전체 판매량의 절반 이상일 정도다. 게다가IS는 국내에서 존재감이 없고, GS는 사라졌다. ES 어깨가 무거워진 이유다. 렉서스코리아 콘야마 마나부 사장 마저 "ES는 렉서스 코리아를 상징하는 모델"이라고 소개할 만큼 이 차에 거는 기대가 크다.

통상 자동차 메이커들은 이렇게 존재감이 큰 모델들은 굉장히 보수적인 변화를 선택한다. 하지만 이번 8세대 렉서스 ES는 ES 역사상 아니 렉서스 역사상 가장 큰 폭의 진화를 선택했다. 그만큼 글로벌 자동차 환경이 크게 변화하고 있는 시기인 탓이다. 우선 덩치가 말도 안되게 커졌다. 길이는 5,140mm, 높이 1,560mm(BEV 기준), 넓이 1,920mm으로 모든 수치가 커졌다. 알기 쉽게 비교하자면 현대차 에쿠스보다 훨씬 크다. 차가 이렇게 커진 데에는 중국 시장 수요를 반영한 것도 있지만 GA-K 플랫폼으로 내연기관과 전기차를 모두 수용한다는 개발 목표 때문인 탓도 크다.

주목할 점은 배터리차로 거듭나면서 74.69kWh 리튬이온 배터리를 바닥에 배치하면서 차체가 높아졌는데, 렉서스는 '그저 배터리 때문에 높아졌다'는 말 대신 측면 가니쉬를 크게 그려 넣고 전장을 키움으로서 '여전히 ES는 세단'임을 증명했다. 직접 눈 앞에 ES를 맞닥들이면 일단 이전 세대 ES와 비교해 무척 커졌음을 실감하게 된다. 사진과 영상으로 보기 보다 실물로 보니 완전히 다른 느낌을 받을 정도였다.

인테리어는 신형 렉서스 ES의 백미다. 수평기조의 센터페이시아는 중앙부의 14인치 디스플레이와 스티어링 휠 안쪽에 12.3인치 디스플레이가 조화를 이룬다. 렉서스 L 배지는 스티어링 휠에서 사라졌지만 레터링을 새겨 놓았고, 대시보드는 차분하게 내려 앉았다. 시트는 렉서스 특유의 느낌이 전작과 마찬가지로 그대로다. 탄탄하면서도 느낌이 좋게 모든 마감이 처리되어 있다. 스티치나 볼륨을 강조하면서 붕긋하게 도드라지기 보다는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도록 배치했다. 압권은 2열이다. 이전 ES와 비교하기 보다는 LS와 빗대어 보는 편이 나을 정도로 넓어졌다. 게다가 리클라이닝도 가능한 트림도 뒀다. 그만큼 8세대 ES의 핵심 포인트는 프레스티지급으로 커진 덩치라고 봐도 된다.

시승은 하이브리드 ES 350h로 시작해 돌아올 땐 전기차 ES 350e를 시승했다. 사실 두 차 모두 전작과 비교하면 좋아진 점 뿐인데, ES 350h는 특히나 더 도드라진다. 우선 크기도 커졌지만 6세대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출력이 이전 218마력에서 247마력까지 치솟았고, 연비는 이전 17.2km/L 무려 19.4km/L로 상승했다. 실제 시승에선 18km/L를 기록했는데, 가감속과 제동을 반복하고 다양한 구간에서 격한 주행을 한 것 치곤 대단히 준수한 편이다.

연비는 애초에 좋은 것이 더 좋아진 것이라 감흥이 없었지만 도드라지게 인상적인 것은 전후 주행 밸런스. 특히 전륜 구동차의 구조적 한계인 언더 스티어가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8세대 렉서스 ES의 경우 7세대 보다 165mm가 길어졌고, 무게도 늘었는데도 뒷부분의 추종성이 타이트하게 느껴졌다. 이번 렉서스 ES는 엔진차와 전기차 모두 5링크 구조로 멀티링크를 채택했는데, ES엔 처음 반영한 것이다. RX에서 쓰던 것으로 아마도 배터리 무게를 버티기 위한 역할로 들어온 듯 것 같지만 ES에서도 더할 나위 없었다.

전체적인 승차감은 '역시 렉서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모든 영역에서 침착하고 고요하며 안락했다. 렉서스는 이번 ES의 개발 과정을 설명하며 '렉서스 다운 자동차 만들기'를 강조했는데, 이것은 탑승자가 눈치 채지 못하는 영역에서 조차도 편안함을 느끼도록 하는 것. 예를 들면 불쾌한 승차감을 만드는 진동 주파수를 찾아 대응하고 문을 열고 내릴 때의 불필요 동작을 없애며, 시선처리의 동선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운전자는 어떤 주행이던 스트레스가 없지만 그런 원인을 굳이 알 수 없을 정도로 느끼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제동력도 상당하다. BEV로서 렉서스 ES는 특히 '원 페달' 드라이빙을 할 수 없었는데, 치아시 코헤이 렉서스 인터내셔널 수석 엔지니어에 따르면 원 페달 드라이빙은 내부 규정상 반영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이유는 안전 때문이다. 치아시 코헤이 수석은 "운전 중에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고 차를 정지시킬 수 있다는 생각과 행동은 안전하지 않다. 탑승자의 안전을 저해하는 기능을 반영하는 것은 제조사로서 온당치 못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치아시 코헤이 수석의 눈빛에는 ES라는 자신감을 넘어 '렉서스로서 당연한 것이 아니겠나'라는 눈빛이었다.

렉서스 ES는 지난 25년간 사랑받아온 대표 세단이다. 그 차부터 본격적인 전동화 모델을 내놓았다는 것. 가장 익숙한 이름이기에 전기차를 스스럼없이 받아들일 수 있으며, 가격마저 하이브리드보다 더 저렴하게 맞췄다. 구매 프로그램도 여기에 발을 맞춘다. 다만 이 차의 공격 포인트는 뚜렷하다. 400V 아키텍처와 부족한 중국산 배터리 그리고 뜬금없는 2열 센터터널까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지니어는 '렉서스다운 차'로서 단순히 수치로 규정하지 말아 달라는 당부를 남겼다. 그리고 직접 운전해 보니 전기차도 하이브리드차도 모두 렉서스 ES의 분명한 시그널을 담고 있었다. 걱정이 된다면 350h를 선택하라. 다만 350e가 눈에 아른거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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