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 기간산업과 농축산업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사모펀드의 대형 인수합병(M&A) 과정에서 농협중앙회와 금융계열사들이 수조 원대의 자금을 조달해 줘 정치권의 비판을 받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김선교 국민의힘 의원이 농협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6년까지 농협중앙회와 금융계열사 5곳이 MBK파트너스(이하 MBK)가 운용하는 펀드 및 인수금융 등에 약정한 금액은 2조 6,643억 원에 달한다. 재투자와 재인출을 포함한 누적 집행액은 2조 6,581억 원이며, 현재 미회수 잔액은 약 9,131억 원으로 집계됐다.
농협은 지난 10년간 대출을 새 대출로 바꾸는 리파이낸싱, 단기 자금을 조달하는 브릿지론 등 다양한 형태로 총 24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해당 자금은 홈플러스 자산유동화대출(ABL), 메디트·오스템임플란트 인수뿐만 아니라, 최근 국가기간산업으로 평가되는 고려아연에 대한 공개매수(적대적 M&A) 자금으로도 투입되었다.
특히 NH투자증권은 2024년 9월 MBK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과정에서 1조 7,150억 원의 브릿지론을 실행한 데 이어, 장내 추가매수 목적으로 5,000억 원을 추가 집행하며 누적 2조 2,150억 원의 브릿지론을 지원했다.
이 자금은 2025년 5월 전액 상환되었으나, 당일 곧바로 6,000억 원 규모의 1차 리파이낸싱이 이뤄졌고, 이어 2026년 4월 또다시 2차 리파이낸싱(6,000억 원)으로 대체되면서 현재까지 고려아연 M&A 관련 자금으로 묶여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정치권과 농축산연합회 등은 농협의 이러한 행보가 설립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MBK가 인수한 홈플러스의 경우, 자산을 담보로 차입매수(LBO)를 진행하고 핵심 자산을 매각하다 결국 지난해 3월 회생을 신청한 바 있다. 이로 인해 노동자 실직, 협력업체 폐업은 물론 대금 정산 지연으로 인한 농축산업계의 피해가 커졌다.
김선교 의원은 "농민과 조합원의 땀으로 일군 농협의 자금이 홈플러스 사태를 낳은 사모펀드에 수조원대 공급되는 것은 농협의 설립 취지와 맞지 않다"며 "금융계열사 전반의 사모펀드 투자 및 대출 심사 기준을 즉각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동일 운용사와의 거래가 여러 계열사에서 반복될 경우, 개별 대출의 담보 가치뿐만 아니라 과거 인수 기업의 경영 성과와 경쟁력 제고 여부 등을 후속 거래의 엄격한 판단 근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계 관계자는 "농협이 단순 금융수익성 외에도 산업·고용·협력업체 등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적절히 검토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나 거버넌스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짚었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는 서면 답변을 통해 "인수금융 검토 시 금융수익성뿐 아니라 산업, 고용, 협력업체 등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며 "앞으로 투자 여부를 더욱 면밀하고 신중하게 검토하겠다"고 해명했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