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이 장형진 영풍 고문과 MBK파트너스(이하 MBK) 간 맺은 '고려아연 경영협력계약서'에 대한 문서제출 명령을 최종 확정하면서, 그동안 베일에 싸여 있던 지분 매각 조건이 소송 과정에서 드러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에 따라 영풍 주주인 KZ정밀이 제기한 주주대표소송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은 지난 8월 장 고문 측의 재항고를 심리불속행으로 기각하며, 계약서를 법원에 제출하도록 한 1·2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했다. 구체적인 제출일은 명시되지 않았으나, 대법원의 최종 결정이 내려진 만큼 문서소지자인 장 고문 측이 제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관측이다.
가장 주목하는 부분은 MBK가 영풍·장 고문 측의 고려아연 지분 일부를 사들일 수 있는 '콜옵션 행사가격'과 세부 조건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콜옵션 행사 시점은 '영풍·장 고문 및 MBK 측 추천 이사가 고려아연 이사회 과반을 차지하는 날'과 '공개매수 완료일로부터 2년이 되는 날' 중 빠른 날이다. 현재 영풍·MBK 측이 이사회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공시상 기준에 따라 공개매수 완료 2년째인 올해 10월 중순부터 콜옵션 행사가 가능해진다.
그동안 콜옵션 행사가격을 두고 시장에서는 최초 공개매수가격인 66만 원으로 고정되어 있다는 관측과 공개매수가격이 상승하면 콜옵션 행사가격이 낮아진다는 보도가 상충하며 추측만 무성했다. 만약 행사가격이 현재 100만 원 안팎을 오르내리는 고려아연의 현 주가나 최종 공개매수가격보다 현저히 낮은 것으로 확인될 경우, 영풍 측의 손해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계약을 체결했다는 논란이 증폭될 수 있다.
영풍 주주인 KZ정밀은 영풍 이사진이 회사의 핵심 자산인 고려아연 지분을 MBK 측에 지나치게 유리한 조건으로 넘기도록 계약했다면 회사와 주주에게 손해를 끼친 행위라며 배임 의혹을 제기해 왔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매각 가격 자체뿐만 아니라 영풍 측이 지분을 처분하는 대가로 어떤 세부 조건을 확보했는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에 지분을 매각했음에도 영풍에 상응하는 반대급부나 경제적 이익이 돌아오지 않는 구조라면, 이사진의 선관주의의무 및 충실의무 위반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MBK 측은 2024년 10월 의혹을 부인한 바 있다. MBK 측은 "고려아연의 공개매수가가 높아지면 콜옵션 행사가격이 낮아진다는 일부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콜옵션 행사가격은 고려아연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반영해 합의된 가격으로 고정되어 있다"고 해명했다.
법원의 명령에 따라 실제 경영협력계약서가 제출되어 세부 내역이 공개될 경우, 매각 조건의 적정성을 둘러싼 영풍 이사진의 법적 책임 공방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향방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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