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경제의 대들보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3분기 또다시 역사적인 이정표를 세웠다.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 107조 4,405억 원을 기록하며 4분기 연속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고, 반도체(DS) 부문에서만 106조 5,000억 원의 경이적인 이익을 거두었다. SK하이닉스 역시 고부가 AI 메모리 수요에 힘입어 3분기 영업이익 83조 3,338억 원을 달성, 6개 분기 연속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양사의 이번 분기 합산 영업이익만 190조 원에 육박한다. 이는 두 기업이 단순히 개별 기업의 성장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의 핵심 주역이자 대한민국 경제를 전방위로 견인하는 가장 든든한 버팀목임을 명백히 증명한 결과다.
이러한 눈부신 성과는 고스란히 국내 경제의 선순환 구조로 이어진다. 양사가 거둔 막대한 수익은 대규모 시설 투자와 양질의 일자리 창출, 그리고 천문학적인 세수로 환원되며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을 다지는 핵심 동력이 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들이 외형적 성장에만 치중하지 않고, 국내 자본시장의 성숙을 위해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등 주주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이들의 전향적인 행보는 국내 증시의 고질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고, 글로벌 투자자들과 성과의 과실을 나누는 모범적인 ESG 경영의 이정표를 제시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반도체 거인들이 이끄는 첨단 기술의 승리가 오늘날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다양한 한류 열풍(K-Culture)과도 깊은 시너지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K-팝, K-드라마, K-푸드, K-뷰티 등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전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에 대한 브랜드 가치와 신뢰도가 전례 없이 높아졌다. 한국 문화에 대한 호감이 한국 첨단 제품에 대한 선호로 이어지고, 거꾸로 세계 최고의 반도체 기술력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브랜드를 전 세계에 각인시키며 K-컬처의 확산을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기술적·경제적 후방 기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사상 최대의 호황 속에서도 앞으로 우려할 사항이 적지 않아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미·중 패권 경쟁에 따른 공급망 다변화 압박, 자국 중심의 반도체 보조금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날로 심화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보편 관세 도입과 칩스법(반도체 지원법) 보조금 축소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현지 투자 부담과 불확실성은 최고조에 달했다. 아울러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가 과열 양상을 띠면서 향후 수요 둔화나 가격 조정이 올 수 있다는 '피크아웃(Peak-out)' 우려와 함께, 후발 주자들의 매서운 추격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위협 요인이다. 삼성전자의 완제품(DX) 부문이 겪은 영업손실에서 보듯, 고금리·고물가 장기화에 따른 전방 산업의 소비 둔화 또한 상존하는 리스크다.

결국 지금의 독주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대외 환경의 격변에 흔들리지 않는 치밀하고 정교한 경영 전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먼저 트럼프 2기 리스크를 상쇄할 '지정학적 외교·투자 조율 전략'이 시급하다. 보조금 축소 우려에 맞서 미국 테일러(삼성전자) 및 인디애나(SK하이닉스) 공장의 완공 시점과 추가 투자 규모를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동시에 한국 기업의 투자가 미국 내 공급망 안보와 일자리 창출에 직결된다는 점을 바이든-트럼프 교체기 속에서 정교한 레버리지로 활용하여, 페널티를 상쇄할 독점적 혜택을 이끌어내야 한다. 미·중 갈등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차이나 플러스 원(China-Plus-One)' 전략을 바탕으로 유럽, 동남아, 인도 등으로 원자재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도 필수 과제다.
또한 피크아웃 우려를 단숨에 불식시킬 '차세대 초격차 R&D 전략'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차세대 HBM 출하 본격화와 맞춤형(Custom) 시장 선점을 위해 삼성전자는 자체 파운드리 공정 융합 역량을, SK하이닉스는 TSMC와의 파트너십 체제를 한 단계 끌어올려 빅테크 맞춤형 솔루션을 적기에 공급해야 한다.
더 나아가 메모리 한계를 극복할 CXL(컴퓨터 익스프레스 링크)과 PIM(프로세싱 인 메모리) 기술의 글로벌 표준을 주도해야 후발 주자와의 격차를 유지할 수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3나노 이하 GAA 공정의 완벽한 수율 안정화를 통해 완제품(DX) 부문 칩 내재화와 대형 고객사 수주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만 파운드리 플랜의 턴어라운드가 가능하다.
또한 특정 고객사에 편중된 구조를 깨는 '고객사 다변화 및 유연 생산 체제'가 구축되어야 한다. 북미 테크 자이언트(MS, 구글, 아마존, 메타)를 넘어 자체 AI 칩을 설계하는 완성차 기업과 글로벌 통신사로 고성능 메모리 공급처를 넓혀야 시장 변동성 리스크를 분산할 수 있다. 인공지능 기반의 고도화된 수요 예측 모델을 통해 범용 라인과 고부가 라인의 생산 비중을 실시간으로 전환하는 카펙스(CAPEX) 운영의 유연성 확보도 시급하다.
마지막으로, 세계를 매료시킨 한류 열풍을 완제품 부문의 부진 타개로 연결 짓는 'K-컬처 연계 글로벌 브랜드 레버리지 전략'이다. 독보적인 반도체 하드웨어 경쟁력을 바탕으로, 전 세계 소비자가 가장 쾌적하게 한류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온디바이스 AI(On-Device AI)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예컨대 갤럭시 스마트폰과 스마트 TV 등에 고성능 AI 반도체를 탑재하고, 글로벌 인기를 끄는 K-콘텐츠 전용 최적화 플랫폼이나 고성능 AI 번역·자막 서비스를 독점 결합하는 방식이다. 이는 '메이드 인 코리아'의 신뢰도를 소비재 구매로 강하게 결속시키는 차별화된 에코시스템이 될 것이다.
압도적인 실적으로 국가 경제를 견인하고 문화 영토 확장에도 이바지하는 두 기업이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냉혹한 글로벌 현실 속에 서 있다. K-반도체가 수립할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치밀한 경영 전략이 단순한 기업의 생존을 넘어 대한민국 반도체 신화를 다음 세대까지 이어가게 만들 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
배병만 산업레저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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