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 두 회만 남은 결말서 백기태의 폭주 멈출 수 있을까?

“지금은 전쟁이야. 어느 한쪽은 죽어야 끝나.”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 ‘메이드 인 코리아’가 9개월 만에 시즌 2로 돌아왔다. 시즌 1에서 마약 밀수를 둘러싸고 ‘한쪽이 죽어야 끝나는 게임’을 벌였던 중앙정보부 과장 백기태(현빈)와 검사 장건영(정우성)의 대결은 시즌 2에서도 이어진다. 시즌 2는 9년이 흐른 1979년을 배경으로 한국 현대사의 정치적 격변과 10·26 사건을 다루며, ‘메이드 인 코리아’가 집요하게 파고든 권력 이야기의 정점으로 향한다.
시즌 1은 중앙정보부 부산지부 과장 백기태가 마약 밀수 사업에 뛰어들어 돈과 권력을 쌓아가는 과정과, 법과 정의를 앞세워 그를 잡으려는 검사 장건영의 분투를 그렸다. 시즌 1의 결말은 백기태의 승리였다. 중앙정보부 차장으로 승진한 백기태는 시즌 2에서 중앙정보부 부장 직무대행 자리까지 오른다. 그토록 원했던 권력의 정점에 가까워졌지만, 이번에는 권력을 지키기 위해 또 다른 권력과 맞서야 한다. 여기에 백기태를 다시 잡으려는 장건영과 그의 동생인 군인 백기현(우도환)까지 반대편에 합류하면서 대립 구도는 한층 복잡해진다.

이번 시즌 2에서 가장 야심찬 대목은 1, 2화에 있다. 드라마는 10·26 사건을 다루면서 시청자의 시선을 단숨에 끌어당긴다. 여러 영화와 드라마에서 다뤄진 역사적 사건을 어떻게 재구성했을까 하는 호기심을 백기태의 동선을 따라가며 풀어낸다. 실제 사건 속 인물을 연상시키는 인물들이 등장할 때마다 극의 긴장감도 높아진다. 드라마는 백기태를 사건의 증인으로 설정해 중앙정보부와 군부 사이에서 벌어지는 권력 쟁탈전의 핵심에 배치한다. 10·26 이후 발생한 권력의 빈자리를 누가 차지할 것인가. 합동수사본부를 이끄는 보안사령관 황대식(허정도)과 백기태의 충돌이 시즌 2의 또 다른 주요 대결로 떠오른다.
백기태의 이야기로 시작한 시즌 2는 2화 마지막에 장건영의 재등장을 알린다. 시즌 1에서 애국과 정의를 명분으로 백기태를 잡으려 했던 그는 힘의 논리에 무너진 뒤, 이제는 정의 실현보다 복수에 사로잡힌 인물이 됐다. 장건영은 백기태를 무너뜨리기 위해 황대식이 이끄는 합동수사본부의 특임고문이라는 위치에서 다시 그와 맞선다. 자신만만했던 검사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뒤 독기를 품은 인물로 변한 장건영의 외형 변화 역시 눈에 띈다.

시즌 1부터 형 백기태의 편에 설 것인지, 부정을 저지르는 형의 반대편에 설 것인지를 고민했던 백기현(우도환)은 시즌 2에서 주요 인물로 자리 잡는다. 육군 소위에서 보안사령부 보안처 과장인 육군 중령으로 성장한 백기현은 형의 정보원 역할을 계속할 것인지, 장건영과 협력할 것인지를 놓고 갈등한다. 가족을 책임져온 형에 대한 부채감과 군인으로서의 신념 사이에서 흔들리던 백기현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는 시즌 2의 또 다른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서로 다른 권력기관에 속하게 된 형제의 갈등은 권력의 충돌로 확대된다.
‘메이드 인 코리아’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촘촘한 드라마 설계다. 캐릭터부터 촬영, 프로덕션 디자인까지 어느 하나 허투루 배치되지 않아 ‘웰메이드’라는 인상을 준다. 특히 백기태와 장건영을 둘러싼 주변 인물들의 활용이 효과적이다. 시즌 2의 새로운 인물들 역시 기존 인물들과 얽히며 각자의 욕망과 이해관계를 드러내고, 주인공들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덕분에 거대한 권력투쟁이 두 주인공의 대결에만 머물지 않고 다양한 인물들의 욕망과 선택이 교차하는 이야기로 확장된다. 1970년대의 공간과 의상, 소품을 세밀하게 구현한 프로덕션 디자인 역시 단순한 시대 재현을 넘어 인물과 권력의 관계를 보여주며 이야기의 밀도를 높인다.

‘메이드 인 코리아’는 우민호 감독 작품 세계의 총합이라고 부를 만하다. 권력과 욕망, 그리고 한국 현대사의 격변을 꾸준히 파고든 감독의 관심사가 이번 작품에서도 이어진다. ‘내부자들’의 권력 카르텔, ‘마약왕’의 욕망과 범죄, ‘남산의 부장들’의 정치 권력과 10·26이라는 역사적 사건은 ‘메이드 인 코리아’에서 하나의 이야기로 모인다. 때문에 감독의 전작들을 합친 듯한 인상을 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메이드 인 코리아’가 단순히 전작을 반복하는 작품으로 보이지 않는 것은 권력을 둘러싼 개인의 욕망과 선택을 입체적으로 풀어내기 때문이다. 한 인물의 욕망에서 출발한 이야기는 서로 다른 권력과 인물들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과정으로 확장되고, 그 안에서 각자의 선택이 또 다른 선택을 만들어낸다. 우민호 감독은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이야기를 더 큰 스케일의 서사로 확장하면서 익숙한 주제를 새로운 방식으로 변주한다.

‘메이드 인 코리아 시즌 2’는 이제 6화 중 2화만을 남겨두고 있다. 숙적 백기태와 장건영의 대결, 그리고 백기태와 황대식의 대결은 어떻게 끝을 맺을까. 역사의 결과를 따라가며 권력의 허무함을 보여줄 것인지, 아니면 드라마만이 가능한 반전을 통해 새로운 결말을 만들어낼 것인지 마지막 두 편에 관심이 모아진다. 오는 23일 공개되는 5, 6화가 이번 추석 연휴에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지도 주목된다. 어쩌면 이 권력 이야기에는 진정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을 것이다. ‘메이드 인 코리아’가 촘촘하게 쌓아온 인물들의 갈등이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지켜볼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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