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정에 목마른 피아니스트 役으로 안방극장서 존재감 결핍에 설득력 더한 감정 연기로 성공적 군백기 복귀

박수받아도 안심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tvN 토일 드라마 '포핸즈'의 강비오(송강)가 그렇다. 남들이 부러워할 배경, 실력, 외모를 갖추고도 늘상 얼굴에는 불안이 짙게 서려 있다. 송강은 이 위태로운 청년의 얼굴에 열등감과 외로움을 겹겹이 실어 넣으며 애잔하고도 마음 쓰이는 인물을 빚어낸다.
군 전역 후 복귀작 '포핸즈'에서 송강이 맡은 강비오는 겉과 속의 거리가 먼 인물이다. 세계적인 지휘자 강승운(정진영)의 외손자로 체계적인 교육을 받았지만 혼외자라는 상처와 가족의 냉대를 안고 자랐다. 어머니 강지혜(윤세아)의 기대까지 짊어진 그에게 피아노는 자신이 쓸모 있는 사람임을 증명하는 수단이다. 완벽한 연주라는 주변의 찬사를 듣고도 마음 놓고 기뻐할 수 없는 사정이 여기에 있다.
송강은 무대에서의 예민함과 가족 앞에서의 위축을 연결해 비오를 이해하게 한다. 연주할 때는 빈틈을 허용하지 않으려 잔뜩 긴장하고, 가족을 대할 때는 꾸중을 앞둔 아이처럼 눈빛부터 흔들린다. 차가운 인상을 유지하면서도 그 아래 숨은 불안을 꽉 움켜쥔 채로. 때문에 비오의 날 선 태도를 보고 있으면 그 사정을 헤아리게 되고 자꾸 마음이 쓰인다.

최정요(이준영)를 만난 뒤에는 이 마음에 질투가 끼어든다. 비오가 오랜 훈련으로 익힌 것들을 정요는 천부적 재능 하나로 손쉽게 연주해서다. 그 재능을 인정할수록 자신의 부족함도 크게 느낀다. 송강은 정요를 경계하면서도 눈길을 거두지 못하는 모습으로 자존심과 동경을 함께 드러낸다. 이기고 싶은 상대에게 자꾸 마음이 가는 모순이 비오를 흥미롭게 만든다.
흥미로운 순간은 질투가 우정으로 번져갈 때다. 비오는 무대를 두려워하는 정요를 위해 촛불로 연습실을 채우고, 자신의 소리를 따라오라며 곁을 지킨다. 가족에게는 인정받고 싶어 애쓰던 비오가 정요 앞에서는 누군가를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된다. 정요를 만난 뒤 그의 얼굴에 생기는 변화가 두 사람의 우정을 뒷받침한다.
정요가 실종되고 9년이 흐른 뒤에는 다시 침체된 얼굴이다. 성인이 된 비오는 정상급 피아니스트가 됐지만 정요의 부재를 견디지 못하고 슬럼프까지 겪으며 사람들 앞에서 연주하는 일을 두려워한다. 성인이 된 비오에게도 타인의 평가에 흔들리던 소년이 남아 있다. 송강은 한층 가라앉은 분위기 속에서도 그 불안한 모습을 유지하며 두 시기의 비오를 연결한다.

송강은 그동안 설렘을 주는 얼굴로 자주 쓰였다. '좋아하면 울리는'의 황선오와 '알고있지만,'의 박재언, '마이 데몬'의 정구원은 그의 잘생긴 외모를 로맨스로 적극 활용한 인물들이다. 그러나 그 틈새로 '스위트홈'의 차현수로는 고립된 청년의 불안을, '나빌레라'의 이채록으로는 현실에 가로막힌 예술가의 성장을 그렸다. 강비오에게는 이 두 갈래의 경험이 함께 쓰인다.
특히 '나빌레라'에서 발레를 익혔던 송강은 이번에는 피아노를 배웠다. 군 복무 중에도 휴가 때마다 레슨을 받으며 복귀를 준비했다. 연주하는 몸이 낯설지 않아야 하는 역할인 만큼 필요한 준비였다. 교복 차림의 소년과 연미복을 입은 성인을 오가는 외모 역시 배역에 힘을 보탠다. 군백기가 무색하게 풋풋한 인상은 여전하고, 무대 위에서는 이전보다 성숙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상대 배우와의 호흡에서는 익숙한 장점이 새롭게 쓰인다. 영화 '탈주'에서 구교환과 짧고 굵은 로맨스로 큰 여운을 줬던 송강은 '포핸즈'에서도 우정에 멜로의 기운을 더한다. 오랫동안 찾아 헤맨 정요에게 "안아봐도 돼"라고 묻는 장면은 유독 그렇다. 반가워하면서도 조심스러운 태도가 재회를 고백처럼 느끼게 한다. 두 남자의 관계를 바라보는 재미에 묘한 설렘까지 보태는 순간이다.
아직 모든 감정 표현이 고르게 매끄러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비오의 질투가 어디에서 비롯했는지, 냉정한 태도 아래 무엇이 숨어 있는지 전하는 연기는 분명 섬세해졌다. 성숙해진 외양에 어울리는 감정의 깊이도 생겼다. 군 전역 후 첫 작품에서 보여준 이 변화가 송강의 다음 연기를 기대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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