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일 밤, 아무도 모르게 열리는 귀신을 사고파는 시장 '귀시'. 양손의 검지와 새끼손가락을 맞대 여우 모양의 창을 그리면, 그 문이 열린다.
돈, 외모, 성적, 스펙, 인기.. 갖지 못한 것을 탐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 그 곳에서는 매일 밤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섬뜩한 거래가 벌어지는데….' (영화 '귀시')
홍원기 감독이 19일 개봉하는 영화 '귀시'(배급 배급: ㈜바이포엠스튜디오, ㈜제리굿컴퍼니/ 제작 ㈜제리굿컴퍼니, 쟈니브로스 ㈜/ 공동 제작 CCM, ㈜웨스트월드/ 출연 유재명, 문채원, 서영희, 원현준, 솔라, 차선우, 배수민, 서지수, 손주연)로 스크린에 돌아왔다. 설명 필요 없이 K팝 신에서 뮤직비디오의 거장이라고 불리는 홍원기 감독은 2010년 영화 '좀비 헌터'를 시작으로 2020년 '도시괴담', 2022년 '서울 괴담' 등 공포영화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홍 감독은 뮤직비디오계의 거장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할 만큼, 관객의 시청각을 모두 만족시키는 스타일리쉬한 공포물을 선보이고 있다. '귀시' 역시 예외는 아니다. 극한의 공포를 선사한다. 거대한 욕망이 만들어낸 공포, 신선하고 섬뜩한 영화 '귀시'의 홍원기 감독을 만났다.
다음은 홍원기 감독과 일문일답
- 또 공포물이네요. 왜 또 공포물인가요.
▶저는 공포 영화만이 창조할 수 있는 다크 판타지와 압도적인 장르적 미장센에 매혹되어 왔습니다. 공포는 단순히 관객을 놀라게 하는 장르가 아니라, 인간이 마주할 수 있는 가장 극한의 감정을 직면하게 만드는 통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비주얼적 쇼크가 만들어내는 강렬한 체험은 관객의 무의식 깊숙이 각인되어, 단순한 서사 이상의 충격과 울림을 남깁니다. 이번 작업에서도 저는 인간의 내면을 새로운 방식으로 해부하고, 스크린 위에 강렬한 이미지와 미장센을 통해 충격적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습니다
- '귀시', 귀신 매매시장이라는 소재가 흥미로워요. 기획 의도가 궁금합니다.
▶귀시 즉 귀신 시장은 귀신이 일종의 '거래 대상'이 되어 실제 시장에서 사고 팔리는 세계라면 어떨까 하는 상상에서 출발했어요. 그 거래 대상은 귀신이지만 그 귀신은 인간의 욕망이고요. 그리고 이 시장에는 반드시 하나의 룰이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바로 '기브 앤 테이크'.
내가 어떤 염원을 이루기 위해 무언가를 '산다'라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반드시 지불해야 하고 그 대가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돌아올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 그 불확실성 자체가 굉장한 긴장감과 공포를 만들어낸다고 봤습니다.

- '귀시'라는 독특한 세계관을 창조하게 된 계기는?
▶'귀시'는 앤솔로지 형식의 영화이지만, 단순히 독립적인 이야기를 나열한 것이 아니라 각각의 이야기들이 유기적으로 엮인 구조로 설계했습니다.
이야기마다 톤, 장르, 인물은 다르지만, 서로 간의 관계성과 세계관적 연결 지점을 통해 하나의 거대한 서사를 이루도록 구성했습니다. 그 중심에는 모두 '욕망'이라는 키워드가 자리합니다.
가장 먼저 솔라 배우가 출연한 이야기를 앞에 배치한 이유는 관객에게 '귀시'의 정서적 톤과 세계관의 핵심 감각을 가장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서사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꽃가루라는 자연적 요소를 통해 집단 감염과 공포를 촉발하는데, 이는 단순한 바이러스 서사를 넘어서 인간의 이기심이 집단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강렬한 도입부이자, 이후 모든 이야기에 퍼지는 '귀시적 공기'를 불러일으키는 상징적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문채원, 서지수 배우가 출연하는 부분에 등장하는 정체불명의 택배 상자는 유재명, 차선우 배우가 나오는 이야기 속 의문의 패키지들과 연결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의 기원에는 꽃가루로 인해 변형된 인간의 흔적이 있죠. 각기 다른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결국 하나의 오염된 세계에서 파생된 파편들처럼 이어져 있는 구조입니다.
손주연 배우가 출연하는 이야기 속 손짓은 서영희, 배수민 배우가 등장하는 에피소드 속 귀신 거래 시장과 교차합니다. 그리고 5개의 이야기 중심에는 '귀시'를 지키는 인물, 박수무당(원현준)이 있습니다. 그는 모든 인물을 관망하며 관객을 인도하는 일종의 안내자 같은 존재로 기능합니다.
결국 '귀시'는 이야기별로 명확한 장르적 개성을 지니되, 인물·물건·공간·그리고 '귀시'라는 미지의 시장을 매개로 자연스럽게 상호 침투하고 확장하는 세계를 그려내고자 했습니다. 잘게 나뉜 하나의 장편 영화처럼 장면과 사건 간의 맥락을 유기적으로 만드는 데 힘썼습니다. 관객이 처음에는 별개의 이야기처럼 받아들이다가, 어느 순간 "이거 다 연결되어 있구나"라는 깨달음을 얻게 되는 순간이 바로 '귀시'가 주는 재미이자 공포라고 생각합니다.
귀시의 출발점은 단순히 무서운 귀신을 만들겠다는 생각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하고 싶었던 건 욕망이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시각화하는 것이었어요. 누구든 소원을 빌고, 그 대가를 치르게 되는 단순하지만 절대 피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귀신은 단지 공포의 대상이 아니라, 그 욕망 움직이게 하는 장치입니다. 관객이 귀신을 보며 무서워하는 순간에도 사실 더 본질적인 공포는 "내가 무엇을 원했는가, 그리고 그 대가가 무엇이 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서 비롯됩니다.

이 아이디어가 매력적인 이유는 특정 국가나 문화에 한정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한국에서는 시험, 입시, 취업, 외모, 가족 관계 같은 것들이 욕망의 대표적 형태로 드러나지만,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소원을 빌고, 대가를 치르고 있어요. 교회, 점성술,
부두교, 주술 혹은 현대적인 형태의 거래까지 욕망의 구조는 언제나 같고, 단지 언어와 상징이 다를 뿐이죠.
그래서 귀시는 본질적으로 세계관 확장에 최적화된 설정입니다. 한국에서 출발했지만, 일본, 동남아, 유럽, 미국, 남미 등 어떤 문화권에 가더라도 그곳의 고유한 욕망과 금기를 귀시라는 시장 안에서 풀어낼 수 있습니다. 즉, 한국적 공포의 뿌리를 두면서도 글로벌하게 확장 가능한 욕망의 세계관을 만든 것이죠.
결국 '귀시'를 창조하게 된 계기는, 단순한 공포 이야기를 넘어, 전 세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욕망과 대가의 이야기'를 공포 장르 안에 풀고 싶었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하나쯤은 품고 있는 귀시가 있다 라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 '귀시'에는 각기 다른 욕망을 가진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 세계관이 5개의 이야기로 연결되는데 주인공의 욕망을 설정한 기준이나 계기가 있나?
▶저는 '귀시'를 만들 때 거창한 욕망보다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작은 욕망들을 출발점으로 삼았습니다. 남보다 조금 더 잘 되고 싶은 마음, 예뻐지고 싶은 욕심, 가족을 지키고 싶은 집착, 인정받고 싶은 자존심, 장난처럼 시작된 호기심 같은 것들이죠. 처음엔 아주 사소해 보이
지만, 그것이 점점 커지면서 귀시라는 세계와 맞닿고, 결국 대가를 치르게 되는 구조입니다.
중요한 건 이 영화가 단순히 몇 개의 이야기를 나열하는 옴니버스 영화가 아니라는 점이에요. 각 에피소드가 독립적으로도 재미있지만, 인물과 사건, 그리고 귀신 시장이라는 설정을 통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하나의 큰 이야기를 만들어갑니다.
쉽게 말하면 펄프픽션처럼 서로 다른 주인공이 등장하지만 결국 하나의 세계관 안에서 이어지고, 관객은 퍼즐을 맞추듯 그 관계와 흐름을 발견하게 되는 방식이죠. 그래서 '귀시'는 여러 조각으로 나눠진 공포가 아니라, 한 덩어리로 이어지는 거대한 욕망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 '귀신 시장' 이라는 공간이 굉장히 스산한 기운을 줍니다. 베트남에서 촬영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요.
▶사실 국내에서는 제가 상상했던 귀신 시장의 분위기를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세트로 만들자니 현실감이 떨어지고, 로케이션으로 가자니 독특한 낯섦과 기묘함이 잘 살지 않을 것 같았죠. 그래서 해외 로케이션을 고민하다가 베트남으로 시야를 넓히게 되었습니다.
베트남 현지답사를 하던 중, 정말 우연히 거대한 무덤 단지 같은 공간을 발견했어요. 그곳에는 특이한 형상을 한 나무들과 동남아 특유의 습기와 기묘한 빛, 그리고 현지인들이 제사를 지내는 공간이 어우러져 있었는데 처음 보는 순간 이건 귀신 시장 그 자체다라는 확신이 들
었습니다. 현실이지만 현실 같지 않은, 어딘가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이었거든요.
실제로 현지 크루들도 그 장소는 기운이 세고 조심해야 하는 곳이라고 했습니다. 촬영 전후에는 항상 향을 피우고, 한국 스태프들과 베트남 스태프 모두 함께 절을 올리며 예를 갖췄습니다. 심지어 무당 자문 선생님께서도 그곳은 기운이 좋지 않으니 소금을 꼭 준비하라고 하셔
서, 촬영이 끝나면 뒤돌아보지 않고 등에 소금을 뿌리고 나왔던 기억도 있습니다. 결국 귀신 시장은 단순한 세트 공간이 아니라, 실제 공간이 가진 기운과 공포감을 최대한 살려내고 싶었던 결과물입니다.

- 캐스팅이 화려합니다. 에피소드가 있나요.
▶네, 이번 작품은 저 역시도 놀랄 만큼 훌륭한 배우분들이 많이 함께해주셨습니다. 사실 처음 구상할 때부터 이 역할은 꼭 이 배우와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했는데, 흔쾌히 수락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첫 영화 도전인 배우들의 열정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마마무의 솔라 배우는 연기 선생님까지 붙여가며 매 장면마다 정말 치열하게 준비해줬고, 스테이씨 수민 배우 역시 바쁜 아이돌 스케줄 속에서도 대본을 늘 손에서 놓지 않고 캐릭터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
여줬습니다. 첫 도전이라 아직 서툴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무색할 정도로, 모두가 혼신을 다해줘서 현장에서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연기파 배우들과의 협업이 정말 든든했습니다. 유재명 배우는 대본에 없는 장면과 대사까지 아이디어를 제안하며 캐릭터를 더 풍성하게 만들었고, 서영희 배우는 촬영 환경이 아무리 힘들어도 만족할 때까지 여러 번 시도하는 집중력을 보여줬어요. 이런 부분들이
현장에 활력을 주고, 작품 전체의 무게감을 만들어줬습니다.
그리고 문채원 배우는 채원 역을 통해 이전 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었습니다. 채원은 욕설도 서슴지 않고, 남의 물건까지 훔치는 거칠고 다혈질적인 캐릭터인데 오히려 평소 청순하고 단아한 이미지의 문채원 배우가 연기할 때 더 강한 반전 효과가 있었어요. 실제로
카메라 앞에서 보여준 맑은 얼굴 속 단단한 목소리와 강렬한 에너지는 역시 최고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했습니다. 현장에서 새로운 색깔을 발견할 수 있어 굉장히 즐거운 경험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반가웠던 건, 오랜만에 만난 배우들과의 재회였습니다. 예전에 함께 뮤직비디오나 드라마 작업을 했던 배우들을 이번 영화에서 다시 만나니, 서로 "여전히 안 변했구나" 하며 웃기도 했죠. 그 친근함이 현장 분위기를 훨씬 더 끈끈하게 만들어줬던 것 같습니다.

- 문채원부터 솔라까지 공포물에 처음 출연하는 배우들이 많아요. 어떻게 가능성을 발견하게 됐고, 어떤 방식으로 디렉팅했나요.
▶저는 귀시를 준비하면서 일부러 공포 장르에 낯선 배우들을 찾았습니다. 관객에게 익숙한 배우도 공포라는 장르 속에서는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줄 수 있고, 그 신선함이야말로 장르영화의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문채원 배우는 평소 단아하고 청순한 이미지와는 달리, 이번 작품에선 다혈질적이고 거친 '채원'을 맡아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어 반전에서 오는 신선한 긴장감이 컸습니다. 솔라, 수민 배우처럼 첫 연기에 도전하는 배우들은 마스크와 에너지에서 가능성을 발견했는데 각각 자신만의 색깔로 캐릭터를 훌륭히 소화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유재명 배우 역시 이번이 공포 장르 첫 도전이었는데, 모두가 인정하는 연기파 배우가 낯선 장르 안에서 보여주는 유재명 배우는 동식 캐릭터와 만나 정말 강렬한 카리스마로 완성됐습니다.

저는 배우들에게 완벽한 연기를 요구하기보다는, 순간의 솔직한 감정과 반응을 끌어내는 데 집중했습니다. 공포는 계산이 아니라 본능에서 나오기 때문에 상황 속에서 진짜로 느끼고 반응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했습니다.
결국 '귀시'는 스크린 속에서 신선함과 단단함이 함께 살아 있는 작품이 됐습니다. 공포 장르에 처음 도전하는 배우들의 신선함이 영화의 가장 큰 힘이 되었고, 거기에 연기파 배우들의 단단한 무게감이 더해져 이 작품만의 강렬한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었습니다.
- '귀시' 관람을 앞둔 관객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있을까요?
▶귀시는 어렵게 해석할 필요가 없는 영화입니다. 그냥 보시다가 질리게 무섭다 하는 순간, 이미 시간이 훌쩍 지나 있을 거예요. 제가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건 영화 속 강렬한 미장센이 뇌리에 깊게 박힐 거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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