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수 루시드폴이 소속사 안테나와 수장인 유희열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신보로 돌아왔다.
7일 루시드폴은 서울 강남구 안테나 사옥에서 인터뷰를 갖고 이날 오후 6시 발매된 열한 번째 정규 앨범 '또 다른 곳'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또 다른 곳'은 루시드폴이 지난 2022년 11월 발매한 정규 앨범 '목소리와 기타' 이후 약 3년 만에 선보이는 정규 앨범이다. 루시드폴이 작사와 작곡은 물론, 편곡과 믹스, 그리고 바이닐 마스터링까지 직접 담당하며 앨범 전반에 정성을 더했다.
이날 루시드폴은 앨범명인 '또 다른 곳'에 대해 "지리적으로 여기가 아닌 또 다른 곳을 뜻한다. 또 한편으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여기가 아닌, 더 행복하고 나은 곳일 수도 있다. 크게 보면 그 두 가지 의미가 섞여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나는 세상을 세 개의 우주로 나누어 생각한다. 나의 우주, 나랑 직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과의 우주, 나랑 간접적인 관계에 있는 사람과의 우주로 나뉜다. 요즘 점점 두 번째 우주에 너무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SNS, 유튜브 등 미디어들이 워낙 많으니까 점점 피로감이 쌓인다"며 "그래서 나로 들어오든지, 세 번째 우주에 관심을 가지고 싶다, 에너지를 분산시키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타이틀곡 '꽃이 된 사람'은 누구나 쉽게 공감하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심플한 구성의 사랑 노래다. 사랑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가사가 반복되며, 사랑에 대한 깊이 있는 고찰을 유도한다.
루시드폴은 타이틀곡 선정 과정을 밝혔다. 그는 "뮤지션들의 여러 스타일이 있을 거다. 타이틀곡으로 작정하고 쓰는 분들도 있을 거다. 나는 그렇게는 못 하는 편이다. 쭈르륵 쓰고 회사에 넘긴다. 회사에서 타이틀곡으로 원하는 게 없냐고 해서 나는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이라도 객관적으로 듣는 분들이 판단해줘야 한다 생각했다. 회사에서 정했고, 나중에 정하고 나서 내가 회사에 한 번 더 물어보긴 했다"며 "안테나 사원들이 꽤 많은데, 투표를 하면 좋겠다고 했다"고 전했다.
'꽃이 된 사람'은 안테나 사원들의 압도적인 투표율을 얻으며 타이틀곡이 됐다. 루시드폴은 "사실 내 주변에 있는 분들이 연령대가 높다. 음악을 내 연령대만 들을 게 아니지 않나. 회사에는 연령층이 다양해서 투표했다. 40명이 투표했는데, 32명이 '꽃이 된 사람'을 투표했다"고 밝혔다.
타이틀곡 외에도 '또 다른 곳'에는 재즈, 핑거스타일 연주, 플라멩코까지 서로 다른 색을 지닌 네 명의 기타리스트의 앙상블이 울부짖는 듯한 보컬을 더욱 극적으로 그리며 디스토피아에 가까워지고 있는 지구를 표현한 '피에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마음을 섬세하게 포착한 가사가 인상적으로 70년대 사이키델릭 포크 색채가 유기적인 조화를 이루는 '마음', 독특한 조성 변화 속에 변박이 이어지는 브릿지, 과감한 변칙 튜닝이 결합한 긴장이 교차하는 사운드 텍스처로 현실의 혼란과 불안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늙은 올리브나무의 노래', 카세트와 릴 테이프를 이용한 몽환적이면서도 빈티지한 사운드로 힘든 시기를 겪는 모두가 희망을 품고 연대하기를 소망하는 '등대지기'가 담긴다.
루시드폴은 수록된 음악 순서에 대해 "이 곡을 첫 곡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있다. 가장 먼저 쓴 곡이 1번이 되는 경우가 많다. 마지막 곡도 정해진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루시드폴은 이번 앨범 작업을 하며 '대중적인 음악'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어떻게 만들면 대중이 좋아할까, 어떻게 하면 많이 들어줄까 고민했는데 그게 소용이 없더라. 내게 도움이 안 되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마음먹은 건, '내가 하고 싶은 걸 일단 만들자'는 것이었다. 그 이후는 객관적인 분들에게 맡기려고 한다"며 "그래서 어떻게 보면 전곡이 대중이 안 좋아할 수도 있다. 그런데 어쩌겠냐, 내가 음악을 하니 내가 책임을 져야 하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음악적인 고민이 많았던 루시드폴은 최근엔 앨범 작업에 매진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박 난' 귤 농장 일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루시드폴은 현재 제주도에서 생활하며 귤 농사를 짓고 있다. 이와 관련해 루시드폴은 "올해는 내가 앨범 작업에 영혼과 몸을 갈아 넣느라 5월 지나고 나서는 농장 일에 소홀했다"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루시드폴은 10년 전인 2015년, 홈쇼핑에서 귤과 음반을 같이 팔아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이에 대해 루시드폴은 "홈쇼핑 잘 될 거라 전혀 예상 못했다. 그 홈쇼핑에 새벽 2시에 했었다"며 "은은하게 돌은 분들이 홈쇼핑하겠다고 해서 했는데, 회사 분들이 안 된다고 해서 겨우 새벽 2시 편성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홈쇼핑은 다시 할 생각 없다. 새벽 2시에 할 자신이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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