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 하이브 측이 날선 공방을 이어가며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민 전 대표는 자신을 변론하다 끝내 눈물을 보이며 울분을 토했다.
2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31부(부장판사 남인수)는 민희진과 하이브 간 주주간계약 해지 확인 및 민희진이 하이브를 상대로 낸 풋옵션 청구 소송 3번째 변론기일을 열었다. 재판부는 지난 9월에 이어 민희진에 대한 당사자 신문을 추가 진행했다.
이날 민 전 대표는 재판 방청에 참석한 팬들과 반갑게 인사하며 재판장에 들어섰다.
먼저 그는 하이브에 입사하게 된 이유에 대해 "다른 회사에서도 제안이 많아서 고민하던 중에 방시혁 의장의 제안이 들어왔다.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 퇴사 관련해서 내부적으로도 잘 모르던 상황이었는데 퇴사 후 바로 연락왔다. 방 의장이 SM 내부에 정보원 같은 사람이 있어서 알게 됐다고 하더라"라며 "걸그룹 글램을 제작했다가 심하게 망했다고 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나와 함께 업을 쇄신해보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밥 먹는 자리에서 우연히 부모님에게 전화가 왔는데 거의 무릎 꿇는 수준이었다. 무한 지원을 해준다고 하는 말들이 있었기 때문에 심각한 구애 끝에 하이브로 입사하게 됐다"고 전했다.
또 이번 재판에서도 그룹 르세라핌과 아일릿이 등장하기도 했다. 르세라핌의 데뷔일, 아일릿의 표절 의혹을 문제 삼으며 하이브 측에서 뉴진스는 뒷전이었다고 주장했다.
민 전 대표는 "르세라핌이 먼저 데뷔한다고 양해를 구한 사실이 없다. 방 의장이 쏘스뮤직이라는 레이블을 샀는데 매니지먼트 능력만 있고 걸그룹 제작능력이 없다며, 소성진 대표의 제작능력을 지적했다"며 "사쿠라, 김채원을 왜 영입했을까 생각해보면 시장성을 생각한 거 같다. 하지만 저는 엔터에서 유명한 사람이니까 제 이름값을 사용하고 싶었는지, 제가 제작한다고 오해받는 상황이었다. 이들의 재데뷔를 돕는 것처럼 소문이 나서 바로 잡고 싶었다"고 했다.
또 "저는 제 레이블로 하고 싶다고 하는 과정에서 방 의장과 실랑이가 있었다. 이건 메일로도 기록이 남았다. 생각이 달라서 이견이 많았다. 제가 곡을 들려주고 했을 때 SM의 잔재가 느껴지고 생각하는 방향이 다르다고 거절했다. 그래서 기획서를 쓰고 했다. 아일릿 카피 기획서가 그 기획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제가 방시혁 끈이 아니면 대놓고 베끼고 멸시할 수 있나 싶었다. 같은 회사에서 카피를 당했다는 자체가 멸시라고 느꼈다. 방 의장에게 나를 오퍼하는 이유가 나를 마음껏 배끼기 위해서였나, 안에 있으면 아무것도 못할 줄 알았냐고 메일을 보냈다. 우리를 우습게 보지 말라는 뜻이었다. 시정 받기 위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한 민 전 대표는 "아일릿 티저를 보고 뉴진스 부모들에게 전화가 오기도 했다. '왜 우리 애는 없냐'고 할 정도로 비슷했다. 아일릿 팀 사진을 보고 뉴진스인 줄 알고 연락한 거다. 부모님들이 괜히 분노한 게 아니다"라며 "애들이 짐짝처럼 옮겨 다니는 모습도 불만스러웠는데 르세라핌이 먼저 데뷔하고 하면서 불신이 쌓였다. 부모님들의 불만이 터지면서 회사에서 만나기도 했다"고 했다.
아울러 민 전 대표는 "하이브가 홍보를 못하게 해서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하게 되는 경우도 발생했다. 뉴진스가 나오자마자 잘 됐고, 하이브의 견제가 너무 심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나는 돈보다 명예와 크리에이티브 퀄리티가 중요한 사람이다. 어도어를 만들 때, 지분 0으로 시작해야 된다고 하더라. 100% 하이브 회사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스톡옵션을 받았다. 저는 하이브 상장을 위한 재물일 뿐이었다. "고 덧붙였다.
민 전 대표는 "제 지분을 파는 것도 하이브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3개월만 참으며 대금이 3배가 되는데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워서 나갈 수 밖에 없었다. 돈 어쩌고 하는 게 억울하고 분하다"며 오열했다.

그는 "스톡옵션도 직원들에게 줄 생각이라 휴지가 돼도 상관 없었다. 또한 이와 관련해 제가 봐도 모르니까 변호사에게 포괄적으로 위임했다. 전적으로 딜해서 결과만 얘기해달라고 하지 않았나"고 이야기했다.
양측의 입장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으며 날선 언쟁이 오가기도 했다. 민 전 대표는 템퍼링 의혹을 비롯해 경영권 찬탈, 주주간 계약 협상 후 문건 작성 등도 모두 부인했다.
특히 민 전 대표는 "노예 계약 조항을 넣었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절세를 해야 되기 때문에 세금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영구적 경업 금지에 대해 큰 배신과 분노를 느꼈다"며 "저는 17% 가지고 있다. 경영권 찬탈을 할 수가 없다. 하이브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왜 허무맹랑한 소설을 쓰는지 이해가 안 된다. 회사에 불지르고 싶다고 하면 내가 방화범이 되는 거냐. 말도 안 되는 걸로 여기까지 오게 됐다"라고 토로했다.
한편 민희진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11월 "어도어 사내이사에서 사임한다"라는 입장문을 발표한 이후 곧바로 260억여원 가량의 풋옵션(미리 정한 가격으로 일정 시점에 주식을 매매할 수 있는 권리) 행사를 통보하고 이에 따른 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가액은 287억여원에 달한다.
풋옵션은 민 전 대표가 하이브와 맺은 주주 간 계약의 핵심 요소 중 하나로, 해당 계약에 따르면 풋옵션 행사 시 어도어의 직전 2개년도 평균 영업이익에 13배를 곱한 값에서 지분율 75%만큼의 액수를 하이브로부터 받을 수 있다.

지난 2024년 4월 공개된 어도어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민 전 대표는 어도어 주식 57만3160주(18%)를 보유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민희진 전 대표는 260억원 정도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브는 2024년 7월 민 전 대표에게 신뢰 훼손 등을 이유로 풋옵션의 근거가 되는 주주 간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2024년 7월 주주간 계약을 해지했다고 주장하며 민희진의 풋옵션 권리도 소멸했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또한 지난 9월 2차 변론기일에서 하이브 측 증인으로 나선 정진수 CLO는 민 전 대표가 풋옵션 배수를 13배에서 30배로 올려달라고 한 점, 독립을 위한 계획을 짜고 있다는 제보를 받은 점, 어도어 감사 결과 민희진 전 대표 측이 당시 작성하고 있었던 각종 문서들을 발견한 점들을 언급하면서 그동안 민 전 대표의 의심스러운 행적들을 공개했다. 신변은 밝히지 않았지만 민 전 대표가 일본 투자자들을 만났고 주주간계약과 관련해 조언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민 전 대표 측은 한 회사의 대표가 투자자를 만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지 않냐고 반문했고, 정 CLO는 민 전 대표가 투자자와의 만남을 숨겼다고 보고 "의도가 조금 다르다"고 말헸다. 민 전 대표는 직접 정 CLO가 본인이 주주간계약 중 경업 금지 조항 등 일부에 관해 변경 가능성을 내비쳤다고 주장하자 '위증'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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