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계는 늘 IMF
최근 서울문화재단과 극단 유씨어터 대표, 중앙대 교수 등으로 더 자주 얘기되는 배우 유인촌.
그가 2년 만에 다시 무대에서 말울음소리를 내며 배우 본연의 얼굴로 돌아왔다. 유인촌은 지난 2003년에 이어 또다시 연극 ‘어느 말의 이야기-홀스또메르’(9~18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무대에 오른다. 지난 97년 국내 초연된 톨스토이 원작의 이 연극은 올해 유씨어터 창립 10주년 기념작품으로 마련됐다.
8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연습실에서 마주한 유인촌은 “‘햄릿’은 다섯 번 했고 그 다음은 네 차례 무대에 선 ‘어느 말의 이야기’네요. 이 작품은 짐승이 말을 하고 눈으로 바라보는 내용이라 연극성이 강해 영화에서는 엄두를 못 내요. 결국 어떻게 늙을 것인가 하는 문제인데 나이 드신 분들은 우시고 젊은 분들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되지요”라고 말했다.
이어 “극단을 10년 가까이 이끌어 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죠. 연극계는 늘 IMF예요. 늘 어둡고 그늘이 있어요. 또 돈만 있다고, 생각처럼 다 되지 않아요. 그나마 내가 자꾸 다른 활동을 하니까 버티는 거죠”라고 회고했다.

‘어느 말의 이야기’는 잡종이라고 천대받다가 거세까지 당한 늙은 말 홀스또메르가 젊은 시절 공작의 경주마로 발탁돼 승승장구하다가 버림받은 자신의 삶을 들려주는 내용.
유인촌은 “짐승의 울음과 움직임 등 인간이 갖지 못한 에너지로 연기하는 데다 노래까지 해 힘이 들지만 배우들이 꼭 해봐야 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삶에 대한 얘기라 나이든 배우가 해야 하고 나도 이 작품을 하기에는 아직 기운이 남아 있는 편이죠”라고 했다.
70년대 초 김수현 극본 드라마 ‘강남가족’으로 데뷔한 유인촌은 ‘장희빈’ ‘야망의 세월’ ‘불새’ 등 주로 안방극장에서 깊이있는 연기를 펼쳤다.
스크린 활동에 미련이 없냐고 묻자 “아쉬운 면은 있다. 완전히 늙어서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순간적으로 벌이고 사라져버리는 예술을 더 좋아한다. 왠지 남는 예술은 무섭다는 느낌이 든다. 세월이 흐른뒤 자신의 젊은 시절을 본다는 것은 비극이 아닐까? 과거는 잊어버리는 것이 낫다”고 답변했다.

정계진출? 무슨 소리
지난해부터 서울문화재단을 통해 문화행정을 챙기느라 무척 눈코뜰새없는 유인촌은 중앙대 교수직은 현재 휴직 상태.
그는 내년도 서울문화재단 사업방향은 ‘지원예산 확충과 예술지원의 선택, 집중'이라면서 “서울의 전통과 역사를 보존하는 한편 현대적인 모습으로 서양인과 교감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항간에 나돌고 있는 정계 진출설에 대해서는 “출세할 생각이 전혀 없다. 출세를 하려고 들면 눈치보고 타협해야 해 옳고 그름을 가리기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특히 문화부장관직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의혹에 “왜 그런 얘기들을 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런 그릇도 못 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할 여력이 없다”고 일축했다.
30여 년의 연기생활 중 아직 해봤으면 하는 배역이 아직 남아 있을까? 유인촌은 잠시 시선을 돌리더니 “극중 배우 배역을 한번 했으면 하네요. 실제로 우리가 연기를 하면서 막상 자기 자신이 누군지 모르거든요. 내가 나를 아는 데도 도움이 되고 한번 해봐야겠는데요”라며 넘치는 의욕을 보였다. <사진=구혜정기자 photo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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