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분들께 정말 보답하고 싶었다."
2016시즌 후반기, 김용의(32)는 LG 트윈스의 리드오프 겸 중견수로 자리매김했다. 포스트시즌까지 맹활약을 이어가며 2017시즌 전망을 밝혔으나 순탄치만은 않았던 한 해였다. 시즌 초 2군에서 마음고생이 심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와준 많은 사람들 덕분에 김용의는 이를 악물고 반전에 성공했다.
김용의가 팬들의 뇌리에 각인된 건 2013년이었다. LG의 10년 암흑기 청산에 큰 힘을 보태며 자신의 야구인생도 피는 듯했다. 2014년을 도약의 기회로 삼지 못하면서 외야로 보직을 변경하는 등 다시 시련을 겪었다. 2016년을 앞두고는 1군 스프링캠프에도 따라가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전반기까지 칼을 갈고 또 갈고서야 김용의는 화려하게 비상했다.
김용의는 2016년 105경기서 98안타, 19도루, 타율 0.315, OPS 0.800을 기록했다. 후반기 타율은 0.345로 팀 내 2위(1위 박용택), 리그 전체 7위였다. 좌투수가 나오면 선발에서 제외됐던 '플래툰' 신세에서도 벗어나 붙박이 1번 타자로 활약했다. 2017년은 이것이 진짜 실력이었음을 증명해야 하는 중요한 시즌이다. 잠실 야구장에서 한창 개인 훈련 중인 김용의는 그만큼 각오도 남달랐다.
-개인적으로 2016년은 몇 점을 주고 싶나.
▶85점이다. 15점은 전반기에 못해서 깎았다. 2군에 있을 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와주신 분들이 정말 많았다. 콕 집어서 말씀드리기 곤란한 분들이다. 방송이나 언론 등 미디어에 전혀 노출되지 않으신 분들이다. 이렇게 말해도 다 알아보실 것이다. 그 분들께 야구를 잘하는 모습으로 보답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그 마음과 절실함, 간절함이 가장 큰 동기였다. 지난해 결과가 운이었는지 실력이었는지는 올해 결과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어쨌든 좋은 기록을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그런 분들의 도움이었다.
-어떻게 지내는지.
▶11월에 시즌 끝나고 일본 온천 여행을 다녀왔다. 마지막 여행으로 삼고 훈련을 바로 시작했다. 전지훈련 출발이 2월로 늦춰지면서 미리 해외로도 많이 가긴 한다. 10일 정도 가더라. 중간에 하루 쉬고 왔다 갔다 하루씩 또 쉬는데 그러면 3일을 쉬게 된다. 여기서 하는 게 더 연습량이 많을 것 같아서 남기로 했다.
-개인마다 훈련 프로그램이 전부 다르다던데.
▶이제 캐치볼, 티배팅 시작했다. 몸이 다 다르고 자기 몸은 자기가 제일 잘 아니까 프로그램이 다른 것으로 알고 있다. 나는 체력적인 부분을 중점적으로 보완하면서 파워를 올리기 위해 근력을 키우고 있다. 벌크업 이야기는 너무 와전됐다. 내 몸이 커져 봐야 얼마나 커지겠나. 나에게 맞는 만큼 하고 있다.

-아쉬웠던 점은?
▶플레이오프 마지막에 너무 무기력했다. 팀 전체적으로 체력이 다들 바닥났다. 페이스가 떨어질 때 극복하는 요령을 몰랐다. 하필 플레이오프 마지막 경기를 할 때 어떤 느낌을 받았다. 타자가 지쳐있는데 투수를 힘을 이길 수가 애초에 없었다. 10승 이상 하는 에이스가 5~6일 쉬고 나오는데 그걸 계속 치려고 했다. 쳐가지고는 못 이긴다는 걸 마지막에 알았다. 파울로 끊고 볼 고르고 어떻게 해서든 투수를 괴롭혀서 출루하는 게 이기는 것이었다.
-2013년 기세를 2014년에 잇지 못했다. 그래서 올해가 중요할 텐데.
▶사실 2013년 기록을 뜯어보면 그렇게 잘한 건 아니었다. 당시에 1군에 처음으로 있었고 팀까지 10년 만에 4강에 들고 하다 보니까 그렇게 보였다. 2014년 초반에는 팀에 변화도 있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도약하지 못한 내 잘못이다. 왜 못했느냐는 다 핑계다. 2016년은 기록적으로도 한 단계 올라섰다. 올해 같은 경우는 나도 정말 기대되고 궁금하다. 이게 과연 우연이었는지 실력이었는지. 그래서 관리도 더욱 철저히 하면서 다시 내려가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기복이 있다는 이미지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미디어데이 설레발은 필패라는 말이 있는데 걱정되지 않았나.
▶말을 그렇게 뱉어놓고 돌아와서 큰일 났다 싶었다. 막상 경기에 들어가니까 또 괜찮았다. (박)용택이형하고도 하는 이야기지만 아마추어 때 남들 경험하지 못하는 걸 해봤다.(박용택, 김용의는 고려대학교 출신으로 고려대와 연세대의 정기전을 말한다). 아마추어 때는 소극적이 돼서 많이 졌다. 그런 경험을 해보니까 무조건 자신감 갖고 덤비는 쪽이 유리하다고 느꼈다. 운도 좋았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은 반드시 잡아야 하는 경기 아닌가. 배짱 좋은 놈이 이긴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내 입으로 말하기는 그렇지만 큰 이벤트, 특정일, 국군의 날 이런 날 강한 것 같다. 관중이 꽉 차면 몰입도가 급상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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