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국 눈물을 왈칵 쏟았다. 컬링 믹스더블 이기정(23), 장혜지(21)조는 밝은 표정으로 믹스드존에 입장했지만 첫 질문부터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대회 초반 화제의 중심이었던 컬링 믹스더블 이기정, 장혜지 조는 10일 강릉 컬링 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올림픽 컬링 믹스더블 예선 세션7서 캐나다에 3-8로 패했다. 예선 리그 2승 5패로 준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세계 강호들과 명승부 끝에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경기 후 이기정은 "정말 영광스럽다"면서 "살면서 이렇게 즐거운 경험과 관심 감사하다"고 돌아보며 눈물을 훔쳤다. 장혜지 역시 "도와주신 분들이 정말 많다. 연맹, 체육계, 전담팀 등 아침부터 정말 도와주셨는데 보답하지 못했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이기정은 "고마운 분들에 안예진(트레이너), 김정태(전력분석) 이 두 분 이름은 꼭 적어달라"고 당부했다.
믹스더블은 평창올림픽을 통해 컬링 정식종목으로 데뷔했다. 남, 녀 각 1명으로 구성된 혼합복식이다. 이번 대회에는 캐나다(1위), 스위스(2위), 중국(3위), OAR(러시아, 4위), 노르웨이(5위), 미국(7위), 핀란드(11위)까지 8개국이 참가했다. 예선 라운드로빈(풀리그)을 거쳐 상위 4팀이 4강 토너먼트로 순위를 가리는 방식이다.
12위인 한국은 참가국 중 랭킹이 가장 낮았다. 하지만 첫 경기서 핀란드를 완파해 이목을 단번에 집중시켰다. 게다가 4명이 한 팀으로 구성되는 일반 종목보다 경기 스피드가 빠르고 박진감이 넘쳤다. 첫 술에 배부를 수는 없었다. 세션4까지는 2승 2패로 순항했으나 세션5부터 벽에 부딪혔다. 최정상급 팀들인 OAR(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 스위스, 캐나다를 차례로 만나 3연패했다.
발전 가능성도 이번 대회 소득이지만 무엇보다 열광적인 응원이 감동이었다. 장혜지는 "컬링을 대중들에 많이 알릴 수 있게 돼 기쁘다. 우리 성장보다도 컬링이 재미있다고 이야기 해주시는 게 정말 감사하다"고 돌아봤다.
서로에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 묻자 장혜지는 또 수도꼭지를 튼 것 처럼 굵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이기정은 "고생 많았다. 즐거웠다"고 쿨하게 말하고 뒤돌아 선 반면 장혜지는 "뒤 돌아서 말해도 되느냐"며 다시 감정이 북받쳤다. 장혜지는 "내가 너무 부족했다. 오빠(이기정)가 자기 신경쓰기도 바빴을 텐데 정말 잘 챙겨줬다. 내가 조금만 더 나은 사람이었으면 어땠을까 싶다"고 고마워했다.
장반석 믹스더블 감독은 "소치때 올림픽에 처음 나가 4년 만에 이정도 왔다는 것 자체로 큰 발전이다. 우리와 연장을 치렀던 팀들이 결국 4강에 갔다. 중국, 스위스전이 가장 아쉽다. 4년 뒤 베이징 올림픽은 자동 출전이 아니다. 출전권 획득이 먼저겠지만 충분히 메달권에 도전 할만하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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