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구의 불문율을 지키려는 베테랑의 몸부림일까, 아니면 '꼰대' 같은 반응일까. '매드범' 매디슨 범가너(33·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상대 타자의 '타구 감상'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미국 USA 투데이는 24일(한국시간) 범가너가 선발 등판 후 인터뷰에서 상대의 홈런 후 행동에 대해 분노를 표시했다고 전했다.
이날 범가너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 체이스 필드에서 열린 워싱턴 내셔널스와 2022 메이저리그(MLB) 홈경기에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그는 8회까지 워싱턴 타선을 4안타 2실점으로 틀어막으면서 호투를 펼쳤다. 탈삼진 9개는 덤이었다. 이런 활약 속에 애리조나는 7-2로 승리했고, 범가너는 시즌 6승(9패)째를 거뒀다.
그런데 경기 막판 범가너의 신경을 건드린 장면이 나왔다. 애리조나가 7-1로 앞서던 8회 초 1아웃, 타석에 들어선 빅터 로블레스(25)가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 홈런을 터트렸다. 게임 후반부에 나왔지만 승패에는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한 방이었다.

하지만 홈런을 때려낸 로블레스는 스윙 후 뒤로 걸으면서 천천히 타구를 감상했다. 마치 끝내기 홈런이라도 나온 리액션이었다. 큰 점수 차에서 홈런 타구를 천천히 지켜보며 나가는 것은 과거에는 빈볼을 맞을 수도 있는 행동이었다.
이에 범가너도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경기 후 이와 관련된 질문을 받자 비웃음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그 녀석(로블레스)은 완전 어릿광대 같은 놈이야"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그는 "7-1 상황에서 올해 3호 홈런을 쳐놓고는 마치 배리 본즈가 신기록을 작성하는 듯이 행동한다"며 로블레스의 행동을 비꼬았다. 메이저리그 통산 홈런 1위(762홈런)의 주인공인 본즈는 홈런을 친 후 타구를 지켜보며 나가는 일이 많았는데, 이를 언급한 것이다. 그러면서 "나도 내가 꼰대 같다는 건 안다"고 한 범가너는 "그렇지만 그런 일은 옛날엔 없었다"며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범가너는 과거에도 '배트 플립(빠던)'이나 타구 감상과 관련해 여러 선수들과 갈등을 빚은 바 있다. 2014년에는 야시엘 푸이그(키움)와, 2019년에는 맥스 먼시(다저스)와 이 건으로 충돌했던 경험이 있다.
한편 당사자인 로블레스는 범가너의 반응을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는 "범가너도 호투를 펼칠 때 세리머니를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걸 할 수 있다"며 "그럼 홈런을 터트린 사람들은 모두 광대라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로블레스는 이어 "그런 행동이 싫다면 그걸 걱정할 필요가 없는 곳에서 삼진 잡거나 호투하라"며 날선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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