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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성 있는 대단한 팀" 우승감독도 감탄한 키움의 가을, 행복한 24일을 보냈다

"근성 있는 대단한 팀" 우승감독도 감탄한 키움의 가을, 행복한 24일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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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김동윤 기자
키움 이정후(오른쪽)이 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준우승에 그친 후 승자 SSG를 향해 박수를 치고 있다.
키움 이정후(오른쪽)이 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준우승에 그친 후 승자 SSG를 향해 박수를 치고 있다.

"우승은 우리가 했지만, 키움 히어로즈는 시리즈 내내 대단한 팀이었다."


김원형(50) SSG 랜더스 감독이 상대였던 키움 히어로즈에 찬사를 보냈다.


키움은 8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SSG 랜더스에 3-4로 패해 시리즈 전적 2승 4패로 준우승에 머물렀다.


SSG 외국인 투수 윌머 폰트를 2차전에 이어 또다시 공략하지 못했고 이닝마다 수비 실책에 울었다. 하지만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었다. 시즌 전 하위권으로 처질 것이란 저평가를 뚫고 정규시즌 3위로 가을야구에 진출한 것 자체가 이변이었다.


이정후는 시즌 초 매년 반복되는 저평가에 "항상 전문가들이 우리가 하위권일 것이라 평가하는데 왜 그런 평가를 하시는지 모르겠다. 지난 9년간 우리만큼 가을야구에 나간 팀이 없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리고 안우진(23)과 함께 MVP급 성적을 올리며 자신의 말을 현실로 만들었다.


사실 정규시즌 3위였음에도 준플레이오프에서 업셋이 걱정되는 팀이었다. 4위 KT 위즈에 승차 없이 상대 전적에 앞설 뿐이었고, 디펜딩 챔피언의 저력은 무시못할 요소였다. 하지만 안우진, 이정후 등 주축 선수들의 활약과 함께 팀 이름에 걸맞은 히어로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했다. 정규시즌 평균자책점 4.30의 타일러 애플러(29)가 야수들의 실책 퍼레이드에도 꿋꿋이 마운드를 버티며 선발승을 거뒀고, 1할 타율의 김준완(31)은 3타점으로 키움의 준플레이오프 3차전 승리를 이끌었다.


키움 타일러 애플러./사진=뉴스1
키움 타일러 애플러./사진=뉴스1

2승 2패로 맞이한 5차전에서는 수년간 키움을 괴롭히던 징크스와 마주했다. 키움은 역대 가을야구에서 2013년 두산 베어스와 준플레이오프 5차전(5-8 패), 2014년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 5차전(1-2 패), 2018년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와 플레이오프 5차전(10-11 패) 등 5차전에서 단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는 팀이었다. 그러나 안우진이 또 한 번 에이스다운 피칭을 보여줬고 마무리 김재웅(24)은 이때부터 멀티 이닝을 소화(1⅓이닝 무실점)하며 투혼의 가을을 시작했다.


접전 끝에 올라간 플레이오프 상대는 강력한 외국인 원투펀치와 타선이 강점인 2위 LG 트윈스였다. 소름 돋는 명장면은 이때 대거 연출됐다. 2차전에서 최원태(25)는 1점 차로 추격해오는 LG를 상대로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잠실구장에 모인 홈팬들을 침묵시켰다. 3차전에서 3-4로 뒤진 7회 2사 1루에서 대타 임지열(27)과 이정후가 초구만을 노려 백투백 홈런으로 역전시켰다. 무사 1, 2루를 2사 3루로 만드는 김재웅의 병살 플레이도 이때 나왔다.


키움 김재웅이 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3차전 8회초 무사 1, 2루에서 문보경의 번트 타구를 잡고 있다.
키움 김재웅이 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리그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 3차전 8회초 무사 1, 2루에서 문보경의 번트 타구를 잡고 있다.

천신만고 끝에 오른 3번째 한국시리즈. 상대는 KBO리그 최초 정규시즌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차지한 1위 SSG 랜더스였다. 시즌 개막부터 최종전까지 1위 자리를 한 차례도 놓치지 않을 정도로 뎁스가 두터운 팀이 23일간의 충분한 휴식을 취한 상태였다. 김원형 SSG 감독으로서는 당연하게도 9경기를 치르고 온 키움이 올라오길 바랐을 터. 한국시리즈 우승 후 김원형 감독은 "(이제 와서) 솔직히 이야기하면 내심 키움이 올라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물론 매 경기 근성 있고 독기 있게 하는 모습을 보면서 상대 선수들이지만, 진심으로 조심해야겠다고 코치들에게 말했다"고 고백했다.


그렇게 맞이한 1차전에서 키움에는 안우진이 손가락 물집 부상으로 2⅔이닝 만에 내려가는 불운까지 겹쳤다. 누구도 승리를 예상하지 못한 상황. 4-5로 뒤진 9회초 하위타순부터 시작했고 1사 1루에서 대타 전병우(30)의 방망이가 홈플레이트 위를 시원하게 갈랐다. 베테랑 노경은(38)을 강판하게 만든 역전 투런포였다. 김강민(40)의 동점포로 연장에 접어들었으나, 또 한 번 전병우의 방망이가 좌측 외야로 향했고 키움은 기적적인 7-6 역전승을 일궈냈다.


이후 내리 2연패를 당해 분위기가 처쳤을 4차전에서는 근성 있는 플레이로 홈팬들에게 올 시즌 마지막 고척돔 승리를 안겼다. 파격적인 라인업의 주인공이 된 전병우, 김태진(27), 신준우(21)는 각각 멀티히트로 선택이 옳았음을 증명했고, 438일 만의 선발 등판에 나섰던 좌완 이승호(23)는 활화산 같던 SSG 타선을 잠재우며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김재웅과 최원태가 합작한 투혼의 마무리는 그 절정이었다.


그 이상 나아가진 못했다. 누적된 피로로 체력과 집중력에서 모두 한계를 드러냈고 5, 6차전에서 결국 연패해 키움의 꿈같던 24일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라커룸에서 눈물을 흘릴지언정, 그라운드에는 다시 나와 우승팀 SSG를 진심으로 축하해주는 패자로서의 품격까지 선보였다. 준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기대감에 플레이오프부터 연일 경기장을 가득 채워준 팬들은 행복한 24일을 선사한 그들에게 진심어린 박수를 보냈다.


남이 정한 한계와 평가를 정면으로 부딪혀 이겨낸 '언더독' 키움의 2022년에 김원형 감독도 진심을 담았다. 김 감독은 "매 경기 쉽지 않았다. (이런 팀을 이끈) 홍원기 감독에게 경의를 표한다. 우승은 우리가 했지만, 키움 히어로즈는 시리즈 내내 대단한 팀이었다"고 말했다.


키움 전병우(왼쪽)가 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2022 신한은행 SOL KBO한국시리즈 1차전 9회초 1사 2루에서 좌월 역전 2점 홈런을 치고 홈을 밟은 뒤 야시엘 푸이그와 환호하고 있다.
키움 전병우(왼쪽)가 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SSG와 2022 신한은행 SOL KBO한국시리즈 1차전 9회초 1사 2루에서 좌월 역전 2점 홈런을 치고 홈을 밟은 뒤 야시엘 푸이그와 환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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