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네딘 지단(51)은 프랑스 그 자체다."
킬리안 음바페(25·파리 생제르맹)의 표현은 괜한 것이 아니었다. 최근 지단을 비꼬아 '국민 역적'으로 등극한 노엘 르 그라에 프랑스 축구협회장을 향해 사퇴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프랑스 매체 르 몽드는 9일(한국시간) "정치계는 프랑스의 아이콘(지단)을 비난한 그라에 프랑스 축구협회장의 사퇴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발단은 이러했다. 지난 8일 그라에 회장은 프랑스 방송사 RMC 스포츠와 인터뷰에서 "지단이 브라질로 간다고? 난 눈 하나 깜짝 안 할 자신이 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어느 클럽, 국가대표팀이든 갈 수 있을 것이다. 난 정말 신경 쓰지 않는다. 지단이 내게 전화한다 해도 난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 월드컵에서 프랑스의 준우승을 이끈 디디에 데샹(55) 대표팀 감독과 2026년 7월까지 연장 계약한 소식을 전하면서 나온 발언이었다. 현 감독을 지지한 것은 좋았으나, 발언 수위가 문제가 됐다. 음바페는 곧장 자신의 SNS에 "지단은 프랑스 그 자체다. 우리는 전설을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일침을 날렸다. 이날 국가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골키퍼 휴고 요리스도 "지단처럼 프랑스에 많은 것을 안겨준 선수들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지단이 성공적인 감독 커리어를 보냈던 레알 마드리드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우리는 세계 스포츠의 위대한 전설 중 하나인 지단에 대한 프랑스 축구협회 회장의 발언을 규탄한다"고 공식 성명문을 발표했다.
프랑스 정치계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아멜리 우데아-카스텔라 프랑스 체육부 장관은 레알 마드리드의 격앙된 반응을 언급하면서 "이러한 상황은 프랑스의 국가 이미지를 손상시킨다"면서 "프랑스 축구협회장이라면 그렇게 말해선 안 된다. 지단에게 너무 지나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사과하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스테판 세주르네 프랑스 국회의원은 "우리는 그라에 회장에게 사과를 요구한다. 그리고 이제 그가 축구협회를 이끌 자격이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고 사퇴를 촉구했다.
이번 발언을 계기로 그라에 회장이 그동안 잘못한 일들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협회 여직원들에게 성적인 문자메시지를 보내는가 하면, 카타르와 은밀한 관계 등으로 프랑스 축구의 명예를 여러 차례 실추시켰다. 파비앙 루셀 프랑스 국회의원은 "성희롱, 재정적 페어플레이(FFP) 문제, 카타르의 무조건적인 지원 등 프랑스 축구에 대한 모욕을 언제까지 견뎌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라에 회장은 프랑스 스포츠의 수치이며, 그는 사임해야 한다"고 강도 높은 발언을 했다.
거센 반응에 그라에 회장은 하루 만에 자신의 발언을 철회하며 지단에게 공개 사과했다. 그는 "내 서투른 발언이 오해를 불러일으켰다. 내 우려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발언으로 지단과 그가 감독으로 있었던 팀들에 사과의 뜻을 전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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