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에 금메달을 안겼던 임효준이 아닌 중국으로 귀화해 오성홍기를 가슴에 달고 나선 린샤오쥔(26)이 쇼트트랙 세계선수권에서 500m 강자의 면모를 뽐냈다.
린샤오쥔은 10일 서울시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3 KB금융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500m 예선 3조에서 42초083의 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
중국 대표팀 귀화 후 처음이자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4년 만에 나선 린샤오쥔과 이번 시즌 월드컵에서 무려 14개 금메달을 쓸어 담으며 한국 쇼트트랙 간판으로 떠오른 세계 1위 박지원(27)과 대결로도 관심을 끌었다.
린샤오쥔은 가장 안쪽인 1번, 박지원은 반대로 가장 바깥쪽인 5번 라인에서 스타트를 끊었다. 이는 스타트에도 영향을 미쳤다. 린샤오쥔은 유리함을 살려 빠르게 치고 나오며 선두로 레이스를 시작했고 박지원은 가장 뒤에서 출발했다.
린샤오쥔이 고이케 가츠노리(일본)와 선두 다툼을 벌이는 사이 박지원은 3위까지 올라섰다. 결승선 두 바퀴를 남기고 아웃코스를 노리며 선두 린샤오쥔 바로 뒤를 쫓았다. 그러나 마지막 곡선주로에서 몸싸움에서 밀렸고 4위로 쳐지며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린샤오쥔은 흔들리지 않았다. 특별한 어려움 없이 1위를 지켜냈다. 경기 후엔 홈 관중들을 의식한 듯 세리머니 없이 조용히 선수단 대기실로 향했다.

린샤오쥔은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한국에 금메달을 안겼던 선수지만 2019년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로 몰리며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1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시기상 다음 시즌 선발전도 치르지 못해 2시즌 자격정지를 받은 셈이었다.
소송전에선 1심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구형을 받았으나 항소했고 고의성이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소속팀을 찾지 못해 제대로 된 훈련을 하지 못하는 등 커리어 연장에 대한 어려움 속 결국 중국 귀화를 택했다. 국내 팬들에겐 좋지 않은 이미지로 남을 수밖에 없었고 이번 대회 출전을 위해 한국을 다시 찾은 그는 출전 소감 등은 대회를 마친 뒤 밝히겠다고 전했다. 이번 대회가 마무리 될 때까지 린샤오쥔을 향한 관심은 지속될 전망이다.
박지원에겐 아쉬운 경기였다. 다만 박지원의 주 종목이 500m는 아니라는 점에서 실망하긴 이르다. 그는 앞서 열린 남자 1500m 예선에선 3조에서 2분17초007로 조 1위를 차지하며 준결승에 나섰다. 린샤오쥔은 500m와 1000m에 출전한다. 박지원은 1500m와 함께 1000m가 주 종목. 1000m에서 펼쳐질 자존심 대결에 관심이 집중된다.
이준서(23·성남시청)과 홍경환(24·고양시청)이 박지원을 대신해 500m에서 린샤오쥔과 대결에 나선다. 이준서는 8조, 홍경환은 11조에서 각각 1위와 2위로 준준결승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1500m에서도 4조와 7조에서 각각 1위에 오르며 준결승으로 향했다.
이번 대회는 10일부터 12일까지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열린다. 본격적인 메달 레이스는 11일부터 펼쳐질 계획이다. 커다란 관심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빙상경기연맹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입장권 판매 오픈 이후 1분 만에 온라인 판매분 2500여 장이 모두 팔렸고 실제로 이날 경기장에도 구름관중이 운집하며 뜨거운 열기를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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