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론 힘들었다."
많은 감정이 응축된 말이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에 금메달을 안긴 영웅에서 조국을 등진 '배신자'가 돼 다시 한국을 찾았다.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임효준이 아닌 중국으로 귀화해 린샤오쥔(27)으로 나선 첫 한국 대회에 많은 팬들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많은 인터뷰 요청에도 입을 다물었다.
어떻게든 좋은 성적을 내 당당히 자신의 뜻을 나타내겠다는 생각으로 읽혔다. 개인전에선 웃지 못했지만 오성홍기를 가슴에 달고 함께 뛴 계주에서는 수확을 얻었다.
임효준은 12일 서울시 양천구 목동아이스링크에서 열린 2023 KB금융 국제빙상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마지막 날 남자 5000m 계주에서 중국 선수들과 함께 7분4초412로 결승선을 통과, 이탈리아(7분4초484), 한국(7분4초884)를 제치고 당당히 포디움 최상단에 섰다.

린샤오쥔은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쇼트트랙 영웅으로 떠올랐다. 귀여운 외모로 많은 팬층이 생겨났다. 그러나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다. 2019년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로 몰리며 대한빙상경기연맹으로부터 1년 자격정지 징계를 받았다. 시기상 다음 시즌 선발전도 치르지 못해 2시즌 자격정지를 받은 셈이었다.
소송전에선 1심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구형을 받았으나 항소했고 고의성이 없었다는 이유로 무죄판결을 받았으나 이 과정에서 소속팀을 찾지 못해 제대로 된 훈련이 어려웠고 커리어 연장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하며 결국 중국 귀화를 결심했다.
많은 이들에게 미운털이 박혔다. 반중정서가 강했기에 빅토르안(한국명 안현수)의 러시아 귀화 때와는 또 분위기가 달랐다. 집중되는 관심이 부담된 탓인지 그는 출전 소감 등은 대회를 마친 뒤 밝히겠다고 전했다.
남다른 마음가짐으로 나선 대회였으나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11일 남자 500m 결승에선 1위로 통과하고도 정확한 랩타임 측정을 위해 필수적으로 착용해야 하는 트랜스폰더를 하필 결승에만 착용하지 않아 실격처리되는 해프닝을 맞았다. 이날 1000m에서도 준준결승에서 일찌감치 탈락했다.
그러나 계주는 달랐다. 혼성 경기에선 2분41초821로 네덜란드(2분41초646)에 이어 은메달을 수확하더니 남자 5000m 계주에선 마지막 주자로 나서 역주를 펼치며 7분4초412로 2위 이탈리아, 3위 한국을 밀어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드디어 린샤오쥔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그는 "모든 선수들이 매 대회를 소중히 여기는 것처럼 나도 4년 만에 국제대회에 나서는 것으로 생각하고 '그냥 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꾸준히 노력했다. 국내에서 열린 대회라 더 긴장했다"는 그는 지난 시절에 대한 소회를 묻자 "물론 힘들었다. 힘들지만 내가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걸 최선을 다해서 해보자고 마음 먹고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전날 시련이 있었지만 꺾이지 않았다. 린샤오쥔은 "나도 1등인줄 알았는데 심판이 와서 트랜스폰더가 어딨냐고 물었다. 내 다리를 보고 단단히 잘못 됐구나 생각이 들었다. 내 실수로 인한 것이었다"면서도 "경기력이 워낙 좋아 그것만으로도 금메달을 받은 것 같아서 만족했다. 내년엔 더 좋은 모습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전했다.
무죄 판결을 받았고 시간이 지나며 다소 억울함이 있었다며 그를 옹호하는 이들도 늘어가고 있다. 실제로 이번 대회엔 중국 팬들의 뜨거운 응원을 받기도 했지만 린샤오쥔을 응원하는 국내 팬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열린 대회에 다시 나서기까지 무려 4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린샤오쥔은 녹슬지 않은 실력으로 국내 팬들 앞에 당당히 섰다.
린샤오쥔은 "아직 많은 팬들이 응원을 보내줘 감사한 마음"이라며 "중국 팬들도 멀리까지 와줘서 감사드린다"고 팬들에 대한 고마움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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