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정웅 스타뉴스 기자] 고졸 신인 자격으로 해외 스프링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던 이태연(19·롯데 자이언츠). 어린 선수지만 당당함이 돋보였다.
이태연은 13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2023 KBO 리그 시범경기에서 2-2 동점이던 5회 초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 안승한을 상대로 스트라이크 2개를 연달아 꽂은 이태연은 2루수 땅볼을 유도하며 첫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이어 양찬열도 3루 땅볼로 처리한 그는 이유찬마저 완벽한 제구로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실전게임에 처음으로 나선 이태연은 1이닝 1탈삼진 무실점으로 퍼펙트 피칭을 완성했다. 롯데 구단에 따르면 최고 구속은 시속 145km까지 나왔다고 한다. 어린 선수지만 과감하면서도 침착한 투구를 보여줬다.
래리 서튼(53) 롯데 감독은 이태연의 투구에 대해 "눈에 띄게 만들었다"며 "변화구의 제구도 좋고, 공격적 투구가 마음에 들었다"며 호평을 남겼다.
등판 다음날 스타뉴스와 만난 이태연은 "마운드에 올라가기 전에는 긴장이 많이 됐는데, 막상 올라가서 던지다 보니까 괜찮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직접 상대하는 게 오히려 낫다고 생각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호투의 비결은 바로 '초구 스트라이크'에 있었다. 이태연은 "어쨌든 투수는 유리한 볼카운트를 만들어야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유리한 카운트로 타자를 상대하니까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스트라이크를 많이 던진다는 것도 말은 쉽지만 막상 실전에서 보여주기는 힘들다. 특히 어린 선수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도 이태연은 "하던 대로 하니까 첫 경기지만 연습했던 부분이 나와서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충암고 시절 윤영철(19·KIA)과 함께 마운드를 이끈 이태연은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6라운드 지명을 받아 롯데에 입단했다. 2월 미국 괌에서 열린 스프링캠프에 김민석(19)과 함께 신인 자격으로 합류했다. 당시 서튼 감독은 "항상 그해에 가장 재능이 뛰어난 신인 선수가 캠프에 합류한다"며 "그 선수들이 1군 선수들의 훈련이나 루틴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 많이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캠프를 다녀온 이태연은 "처음에는 볼 스피드를 많이 생각했는데, 막상 가니까 제구력을 더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하체 밸런스, 중심 이동이나 어깨가 빠지는 부분 등에서 많이 연습했다"고 전했다. 이태연은 "7~80%까지는 완성된 것 같다"고 자평했다.
이번 캠프에서 롯데 선수들은 대부분 홀쭉해져서 올 만큼 '지옥훈련'을 이어갔다. 이태연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되게 힘들었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힘들지만 하기 싫다는 느낌은 없고 도움이 됐기에 좋았다"고 밝혔다.
어린 선수인만큼 롯데 베테랑들이 이태연에게 많은 조언을 해주고 있다. 그는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어떻게 롱런을 할 수 있는지 여쭤봐서 많은 조언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특히 올해 합류한 윤명준(34), 신정락(36)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한다.
시범경기 투구에 대한 팬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전해주자 "진짜요?"라며 함박웃음을 지은 이태연은 "그 모습을 유지할 수 있다면 저나 팬들 모두 좋아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인으로서 팬들께 좋은 모습을 각인시켜드리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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