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라이온즈에서만 15년을 보낸 '라이언킹' 이승엽(47)이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입고 감독으로 첫 대구 원정에 나섰다. 많은 야구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오전부터 계속되는 비로 인해 시리즈 첫 경기가 예정대로 열릴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과 두산은 25일 오후 6시 30분부터 대구라이온즈파크에서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시즌 첫 맞대결을 벌인다.
변수는 비다. 오전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좀처럼 그칠 줄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올 시즌 초반 유독 많은 부상자들이 발생하고 있다. 삼성도 주축 선수 5명을 잃는 아픔을 겪었다. 예년과 달리 쌀쌀한 기온과 비가 내리는 가운데서도 강행됐던 경기들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날도 비가 내리는 라이온즈파크의 기온은 섭씨 10도 안팎에 머물고 있다. 빗줄기가 거세지는 않지만 내야에 깔린 방수포엔 빗물이 고여 있고 잔디도 많이 미끄러운 상태다.
일부 삼성 선수들은 외야에서 캐치볼을 하면서 몸을 풀고 있지만 공식적인 훈련은 펼쳐지지 않고 있다.

비로 인해 쉬어간다면 삼성 쪽이 다소 미소를 지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최근 4연패에 빠지며 7승 12패로 최하위 한화 이글스에 0.5경기 앞선 9위로 추락했다. 이날 선발 투수도 신예 이재희라 하루를 걸러간다면 로테이션 싸움에서도 웃을 수 있다.
두산에선 KBO리그 15년 동안 삼성에서만 몸 담았던 이승엽 감독이 단연 관전포인트다. 은퇴 후 6년만이자, 타 팀 유니폼을 입고는 처음 찾는 라이온즈파크 방문에 많은 야구 팬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감독으로서 모든 첫 경험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음에도 이 감독은 "144경기 중 하나일 뿐"이라며 애써 덤덤하게 말했다.
그러나 라팍 원정이라면 다를 수밖에 없다. 15년 간 뛰었던 팀의 안방이기도 하고 이 감독도 이 구장에서 활약을 했고 성대한 은퇴식을 가졌던 것도 이곳이다. 더구나 아직도 3루측 관중석 한 켠엔 영구결번된 그의 백넘버 '36'이 붙어 있다. 1루 측 더그아웃을 쓰는 이 감독으로선 경기 중에도 이 번호가 계속 시야에 들어오게 된다. 더불어 우측 외야 벽면엔 이승엽 감독의 현역시절 벽화가 새겨져 있다.
두산은 11승 7패 1무로 선두 SSG 랜더스에 1경기 차 3위에 올라 있다. 이 감독은 올 시즌 3경기에서 1승 1패 평균자책점(ERA) 1.80으로 당당히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꿰차고 있는 김동주를 내세우는 만큼 이날 경기가 진행돼 승리를 챙겨오겠다는 생각이 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현재로선 하늘을 쳐다보는 것 외엔 방법이 없다. 조금 더 상황을 지켜본 뒤 경기 감독관의 판단 하에 이날 경기 진행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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