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트윈스 중견수이자 캡틴 박해민(35)은 KBO 9개 구단 팬들에게 껄끄러운 대상이다.
그가 보유한 KBO리그 역대 최초 12시즌 연속 20도루라는 기록에서 보이듯 통산 440도루의 빠른 발에서 비롯된 넓은 수비 범위와 센스 덕분이다. 단순히 많은 타구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담장 밖으로 넘어가는 타구를 건져내고 먼 거리의 타구를 다이빙 캐치하는 등 슈퍼 플레이가 많아 별명도 '스파이더맨'이다.
박해민에게 호되게 당한 대표적인 팀이 한화 이글스다. 커리어 내내 타격감이 안 좋다가도 대전에 간 뒤로는 살아난 적이 많았고, 수비에서도 한화 더그아웃에 여러 차례 물을 끼얹었다. 올해만 해도 대표적인 예가 3월 25일 잠실 경기였다. 이때 박해민은 6회초 1사 김태연의 타구와 8회초 2사 1루에서 권광민의 타구를 모두 다이빙 캐치로 잡아내며 한화의 기세를 꺾었다. 그리고 LG는 한화와 첫 3연전을 싹쓸이하면서 한동안 단독 선두를 질주하며 승승장구했다.
그 탓에 지난 12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KBO 올스타전 때 일부 한화 팬들로부터 "어떻게 대전에 들어올 수 있었느냐"라는 장난 섞인 원망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박해민에게 긴장한 건 한화 팬만이 아니다. 2014년 감독 추천 선수로 생애 첫 올스타에 선발됐던 박해민은 올해는 팬 투표로 베스트 12에 선정됐다. 아들과 함께 참석한 올스타전에서 박해민은 하이파이브, 사인회 등 많은 팬과 교감했는데, 그중에는 하필 후반기 첫 시리즈로 엘롯라시코(LG와 롯데의 시리즈를 뜻하는 별칭)를 앞둔 롯데 팬도 있었다.
박해민은 "2014년 이후 첫 올스타전이다. 신인일 때는 막연하게 다음에 또 기회가 있겠지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또 감사하게도 감독 추천 선수가 아닌 팬 투표로 뽑혀 오게 돼 정말 감사했다"고 진심을 전했다. 이어 팬들과 어떤 대화를 나눴냐는 질문에는 "한 롯데 팬 분이 후반기 시작하면 바로 (LG랑) 만나는데 살살 좀 부탁드린다고 한 것이 생각난다. 난 '저희도 갈 길이 바빠서 죄송하다'고 했다"고 미소 지었다.


이날부터 7월 20일까지 열릴 잠실 LG-롯데전은 치열한 2025년 KBO리그 후반기 시작을 알리는 빅매치로 불린다. 한화가 33년 만에 전반기 1위를 확정한 가운데, LG와 롯데는 서로 1경기 차로 2위와 3위를 확정 짓고 올스타 브레이크에 들어갔다. 2위 LG부터 8위 삼성까지 5.5경기 차에 불과해 시리즈 스윕이라도 당하면 5위 밖으로 벗어나기에 십상이다.
과거와 달리 올해 LG와 롯데 두 팀 모두 우승 경쟁팀다운 박빙의 대결을 펼치고 있어 관심이 뜨겁다. 전반기에는 LG가 롯데에 4승 1무 3패로 살짝 앞섰는데, 특히 마지막 시리즈였던 7월 1일~3일 부산 롯데전은 3연전 평균 소요 시간이 2시간 39분에 불과했다.
우천 취소를 제외하고 LG와 롯데의 3연전이 모두 3시간 이내로 마무리된 건 2008년 7월 4일~6일 부산 시리즈 이후 17년 만이었다. 당시 롯데는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 이끄는 강팀으로 LG에 2승 1패 위닝 시리즈를 가져갔었다.
빠른 경기 진행에는 양 팀 투수들의 호투와 야수들의 호수비도 한몫했다. 7월 1일~3일 부산 롯데-LG 시리즈를 통해 주목받은 것이 우익수 김동혁(25)이었다. 김동혁은 3일 경기 9회초 1사 1, 2루에서 천성호의 타구를 잡아낸 뒤 바로 2루로 송구해 더블 플레이를 만들며 롯데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이런 수비를 커리어 내내 보여주던 것이 박해민이다. 더욱이 박해민은 자신의 수비가 팀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확실하게 아는 선수였다. 박해민은 "흔히 LG는 타격의 팀이라고 말씀하신다. 나는 그 말도 맞지만, 수비의 팀이라고도 생각한다. 수비에서 확실하게 끊어줘야 투수들의 투구 수가 줄어들고 타자들도 타격에 집중할 수 있다. 6월에는 그런 부분이 잘 안됐다. 수비에서 좋은 흐름을 연결해주면 후반기에는 더 높은 곳으로 향할 수 있다고 본다"고 힘줘 말했다.
이날 LG는 좌완 1선발 손주영을 내세우고 롯데의 신흥 에이스 알렉 감보아를 상대한다. 7월 들어 안정을 찾고 있는 손주영은 올 시즌 롯데 상대로는 2경기 1승 무패 평균자책점 0, 13이닝 13탈삼진으로 매우 강했다.
지난 5월 대체 영입된 감보아는 7경기 6승 1패 평균자책점 2.11, 42⅔이닝 45탈삼진으로 빠르게 KBO 무대에 적응하고 있어 팽팽한 접전이 예상된다. 그 7경기 중에는 7월 2일 부산 LG전 6⅔이닝 무실점 승리도 포함돼 있다. 그런 만큼 이날도 박해민의 수비는 중요한 역할이 기대된다.
박해민은 "전반기 막판 부상 선수가 나와 페이스가 떨어진 건 있지만, 잘 버텨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문)보경이, (박)동원이가 살아났고 오스틴이 돌아올 때까지 잘 버티면 후반기에도 좋은 경기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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