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이브 순위는 5위로 처져 있지만 존재감 만큼은 가히 압도적이다. 조병현(23·SSG 랜더스)이 드디어 프로 첫 20세이브 고지를 밟았다.
조병현은 7월 31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와 홈경기에서 9회초 등판해 1이닝 2볼넷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시즌 20번째 세이브를 수확했다.
불펜 평균자책점(ERA) 3.29로 한화 이글스(3.54)도 제치고 1위를 달리고 있는 SSG는 4연승을 달리며 무려 56일 만에 다시 4위 자리를 되찾았다.
팽팽한 접전을 펼치던 SSG는 6이닝 2실점 호투를 펼친 드류 앤더슨에 이어 노경은-이로운이 배턴을 넘겨받아 1이닝씩을 깔끔히 틀어막았다. 타선은 8회말 2점을 추가하며 4-2로 앞서갔고 9회 마운드엔 조병현이 투입됐다.
대타 이주형을 유격수 땅볼로 돌려세운 조병현은 고영우와 오선진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하며 흔들렸다.
코칭 스태프가 마운드에 올랐고 쉼호흡을 한 조병현은 김건희와 송성문을 연속 우익수 뜬공으로 돌려세웠다. 결정구는 모두 직구였다. 힘이 실린 빠른 공에 김건희와 송성문은 알고도 당했다.

2021년 2차 3라운드로 입단해 3경기만 뛰고 국군체육부대(상무)로 향했던 조병현은 지난 시즌 중반 이후 팀의 마무리로 자리를 잡았다. 76경기에서 73이닝을 소화하며 4승 6패 12세이브 12홀드 ERA 3.58로 활약했고 국가대표로도 활약하며 한 단계 더 발전했다.
올 시즌엔 더욱 성장했다. 이날 포함 올 시즌 46경기에서 46이닝을 소화했고 4승 2패 20세이브 ERA 1.37을 기록 중이다.
20세이브를 달성한 조병현은 경기 후 "오늘 이겨서 너무 좋다. 20세이브까지 달성해서 더 기쁘다"면서도 "20세이브라고 특별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시즌 중 한 경기라는 생각이다. 더 마음 편하게 하려했다"고 전했다.
9회초 마운드에 오른 경헌호 투수 코치와 베테랑 포수 이지영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 "경헌호 코치님은 마음 편하게 던지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오늘은 다른 날에 비해 상체가 빨리 열렸다. 그러면서 팔 스윙이 조금 더 떨어졌다"며 "(이)지영 선배님이 미트 위치를 높게 잡아주면서 조정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뛰어난 공을 지녔고 당차게 투구를 펼치는 선수다. 아직 경험이 적기에 흔들릴 때가 있지만 경헌호 코치와 이지영은 조병현이 제 길을 벗어나지 않도록만 이끌어주고 있고 이날도 잠깐의 조언이 결정적인 도움이 됐다.

구단에서는 체력 관리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조병현은 "잘 먹고 잘 쉬는 게 최고라는 생각이 든다. 트레이닝 파트에서도 관리 잘해준다"며 "감독님과 코치님도 등판 일정을 잘 조정해주신다. 많은 분들이 신경써주시는 덕분에 여름을 잘 보내고 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야수들도 마찬가지다. 채현우가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잘 잡아내며 조병현의 어깨를 가볍게 만들어줬다. "현우형 뿐만 아니라 다른 야수들의 수비를 믿고 던진다. 너무 든든하다. 앞으로도 잘 맞은 타구도 다 잡아주길 바란다"고 미소를 지었다.
뛰어난 재능을 지닌 선수에게 주변에선 특급 케어를 펼치고 있다. 그 덕에 조병현은 올 시즌 리그 최고의 마무리로 거듭나고 있다. 구원 부문에선 김원중(롯데·28세이브)에게 밀리고 있지만 세부 내용을 들여다보면 ERA는 물론이고 이닝당 출루허용(WHIP), 피안타율 등에서 한참을 앞서 있다.
조병현은 WHIP 0.83으로 마무리 투수 중 유일한 1 이하의 수치를 기록 중이고 피안타율도 0.174로 김택연(두산·17세이브·피안타율 0.189)보다도 앞서 있다. 블론세이브 또한 1회에 불과해 독보적인 안정감을 뽐낸다.
팀 타선의 부진으로 인해 경쟁자들에 비해 세이브 기회를 많이 얻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박영현(KT·33회), 김원중(31회), 정해영(KIA·30회) 등과 달리 조병현은 21번의 세이브 기회만 잡았다. 팀 셋업맨 노경은(24회)보다도 적은 수치다.
최근 4연승과 함께 팀 타선도 살아날 기미를 보이면서 조병현에게도 세이브 기회가 점차 많이 찾아오고 있다. 현재 페이스대로라면 30세이브까지도 충분히 도전해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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