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O 리그 통산 타율 1위(3000타석 이상)에 빛나는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미국에서 다시 만난 '천적' 브룩스 레일리(37)에게 또 틀어막혔다.
이정후는 3일(한국시간) 미국 뉴욕 시티 필드에서 열린 뉴욕 메츠와 2025 미국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원정경기에서 팀의 7번 타자 겸 중견수로 선발 출전, 3타수 2안타 1사구 1득점을 기록했다.
이로써 이정후는 지난달 27일 메츠전에서 4타수 3안타를 기록한 이후 6경기 만에 멀티히트를 신고했다. 앞선 2경기에서 9타수 1안타로 주춤하며 타율 0.250대의 벽이 무너졌던 이정후는 다시 0.251로 타율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2회초 첫 타석에서 몸에 맞는 볼로 출루했던 이정후는 3-3으로 맞서던 4회초 선두타자 2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이어 그랜트 맥크레이의 라인드라이브 타구가 우익수 후안 소토의 키를 넘기자 3루까지 진루한 그는 중계 플레이가 느슨하게 이뤄진 틈을 타 홈까지 파고들어 역전 득점을 올렸다.
이후 이정후는 6회 3번째 타석에서는 좌완 그레고리 소토를 만나 중전안타를 만들었다. 96.8마일(약 155.8km) 싱커를 놓치지 않고 공략해 멀티히트를 만드는 순간이었다. 다만 득점은 올리지 못했다.
이렇게 잘 치던 이정후가 이날 유일하게 출루하지 못한 타석이 바로 8회였다. 샌프란시스코가 4-11로 뒤지던 상황에서 이정후는 레일리를 상대했다. 볼카운트 2-2에서 6구째 싱커를 제대로 받아쳤으나, 1루수 피트 알론소의 호수비에 걸려 땅볼로 물러나고 말았다.

이정후와 레일리와의 대결은 처음이 아니다. 이미 바다 건너 KBO 리그 시절부터 이어졌다. 2017년 데뷔한 이정후는 KBO 통산 타율 1위(0.340)에 빛나는 최고의 타자였다. 다만 레일리를 상대로는 3시즌(2017~2019년) 동안 15타수 무안타 6삼진에 그쳤다. 17번 상대해 볼넷과 몸에 맞는 볼 각 1개씩을 얻어냈을 뿐 안타는 하나도 없었다.
이는 레일리가 좌타자에게 극강의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좌승사자(좌타자 상대 저승사자)라는 별명도 있었을까. 레일리는 KBO에서 우타자 상대로 피안타율 0.295, 피OPS 0.830이었던 반면, 좌타자에는 피안타율 0.223, 피OPS 0.557로 매우 강했다.
이정후도 지난 2022년 "레일리를 상대로는 그때 당시 아예 대처가 되지 않았다. (찰리) 반즈(전 롯데)도 좋은 선수지만, 레일리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잘하는 선수"라고 천적 관계였음을 인정했다.
레일리가 2019시즌을 끝으로 메이저리그에 복귀하면서 두 선수의 대결은 한동안 볼 수 없었다. 그러다 지난해 이정후가 샌프란시스코에 입단하면서 만날 기회가 생겼다. 지난해 4월 23~25일 3연전에서는 레일리가 등판하지 않아 무산됐다. 이후 레일리는 5월 토미 존 수술을 받으면서 시즌아웃됐다.
레일리는 올해 5월 메츠와 1+1년 계약을 맺으며 빅리그 무대에 복귀했다. 지난달 20일 신시내티전에서 마침내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컴백한 그는 6경기 만에 이정후를 다시 만나 천적 관계를 이어갔다.

<저작권자 ©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