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FC 외국인 선수 자시르 아사니(30·마케도니아)가 이란 명문 에스테그랄 이적을 직접 예고했다. 올해까지 광주와 계약이 남아 있는 엄연한 광주 소속 선수인데도 시즌 뒤 다른 팀으로의 이적을 먼저 밝힌 것이다.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황당한 발표에 이정효 감독은 물론 구단도 그의 거취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아사니의 에스테그랄 이적은 지난 3일 사실상 공식화됐다. 에스테그랄 구단이 먼저 공식 채널을 통해 올 시즌이 끝난 뒤 아사니가 합류한다고 발표했다. 광주와 계약이 남아 있는데도, 계약이 끝나기 전에 팀에 합류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부연도 했다. 여기에 아사니도 자신의 소셜 미디어(SNS)에 에스테그랄 구단의 공식 발표를 그대로 전했다. 아사니 SNS 게시글엔 이미 에스테그랄 팬들의 환영 메시지로 가득 찬 상황이다.
에스테그랄 구단 발표에 따르면 아사니와 에스테그랄 구단은 이미 1년 반 계약까지 체결했다. 사실 계약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른바 보스만 룰에 따라 소속팀과 계약이 6개월 남은 선수는 자유롭게 다른 구단과 계약 협상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발표 시점'이다. 엄연히 현 소속팀과 계약이 진행 중인 가운데 차기 행선지를 먼저 밝히는 케이스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현 소속팀에 대한 존중이 결여된 행동에 비판 목소리가 큰 이유다.
상황을 더 들여다보면 광주 구단 입장에선 더욱 허탈할 수밖에 없다. 축구계에 따르면 광주는 가뜩이나 재정건전화 규정 위반 등으로 인해 선수단 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여름 이적시장 때는 팀의 에이스지만 몸값이 높은 아사니의 이적을 허용한 바 있다. 실제 일본에선 거액의 이적료 제안을 받았는데, 당시엔 아사니가 이적을 거절하면서 불발됐다. 이후 K리그 이적시장 문이 닫히면서 자연스럽게 동행이 결정되는 듯 보였다. 이후 에스테그랄 이적을 예고하는 발표가 이뤄진 셈이다.

에스테그랄 구단은 아사니를 지금 당장이라도 영입할 의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광주 구단에 제안한 아사니 이적료는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K리그 이적시장은 이미 닫힌 상황이라, 아사니를 떠나보내도 광주는 선수 보강 자체가 불가능하다.
광주 구단이 그야말로 딜레마에 빠진 이유다. 광주 구단으로선 남은 시즌 아사니와 불편한 동행을 이어간 뒤 계약 만료와 동시에 그와 결별하거나, 아니면 당장 아사니를 이적시켜 조금의 이적료 수익이라도 챙길 수 있다. 다만 팀에 대한 존중을 찾아볼 수 없는 이적 발표를 먼저 한 아사니를 안고 가기도 애매하고, 반대로 에이스로 활약 중인 선수를 떠나보내는 것도 현실적인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외국인 선수의 돌발 행동에 구단을 넘어 리그 전체에 나쁜 선례를 남긴다는 점에서도 광주는 고심할 수밖에 없다.
결국 아사니와 동행 여부를 결정하는 데엔 이정효 감독의 '결단'이 가장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아사니와 동행을 이어가거나, 아니면 당장 결별 수순을 밟을 수도 있다. 구단 관계자도 스타뉴스와 통화에서 "결국 아사니 거취 문제는 이정효 감독 의중이 가장 크게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휴식을 취하고 있는 광주 선수단은 6일부터 다시 훈련을 시작해 본격적인 후반기 레이스 준비에 나선다. 아사니가 예전처럼 훈련에 함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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